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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s Tagged ‘입맛 돌아오면 엄살타임도 끝!’

금요일 밤부터 아프기 시작해 주말 내내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하는 주말이었다. 오늘 일까지 땡땡이치고 푹 쉬고 나니 이제서야 정신이 좀 든다.

처음엔 그냥 알러진줄 알았는데 감기였나보다. 아니, 솔직히 아직도 잘 모르겠다. 여태껏 이런 식으로 알러지를 겪어보진 않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이런 식으로도 겪는다고 한다. 열나고, 편도선 붓고, 코 막히고, 힘 없고. 이틀만에 휴지 두루마기 하나가 비닐 봉지속으로 들어가 산처럼 쌓이는 동안 내 코 밑은 빨갛게 부어 올랐다. 정말 오랜만에 이렇게 아파보는것 같다.

오늘 저녁은 남편이 끓여준 나가사키 짬뽕으로 때웠다. 난 그거 처음 먹어보는데 좀 맵긴 맵나보다. 난 지금 아무 맛도 못 느끼는 상태라 무슨 맛인지도 모르고 그냥 주니까 먹었는데, 먹는 도중 땀이 약간 난걸 보면 좀 매운맛인긴 한가 보다. 나중에 입맛이 돌아와서 먹어보면 무슨 맛일까 궁금하다.

뭘 먹어도 아무 맛도 못 느끼는 지금의 상태가 좀 재미있긴 하다. 낮엔 약을 먹기 위해서 밥을 조금이라도 먹었어야 했는데, 귀찮아서 그냥 있는 반찬들과 조금 먹었다. 밥. 오징어채. 두부조림. 총각무. 그리고 김. 밥은 현미가 섞여서 약간의 씹는 맛이, 오징어채는 좀 질긴 맛이, 두부조림은 좀 부드러운 맛이, 총각무는 아삭아삭한 맛이, 김은 바삭바삭한 맛이 났다. 그렇게 먹다가 중간부터는 그 맛들을 상상하며 먹었다. 그리고는 맛을 상상하면서 먹는 그 상황이 너무 웃겨서 혼자 조금 웃었다.

내 착한 남편은 내가 아픈동안 빨래, 청소, 식사, 설겆이 등등 집안 일들을 다 해치웠다. 거기다가 내 심부름들도 군말없이 다 해주었다. 물좀 갔다달라, 약좀 갔다달라, 뜨거운 티가 마시고 싶네, 차가운 오렌지쥬스가 마시고 싶네, 춥네, 덥네… 그가 해달라는 대로 다 해주니까 괜히 응석을 부리고 싶어서 더 부려 먹은것 같기도 하다. 웃긴건 그가 내게 이불을 덮혀주고, 양말을 신겨주고, 중강중간 뽀뽀를 해주고 갈때면 어렸을때 엄마한테 느꼈건 무언가를 느낀다는거다. 원래 울 집에서는 누가 아프면 그냥 자게 놔두고, 약 필요하냐 정도만 물어볼뿐 서로 서로 크게 신경을 안썼거든. 내가 아아주 어렸을때라면 모를까, 왠만큼 큰 이후로는 울 엄마도 나 아플때 이렇게는 안해준것 같은데. 암튼 그렇게 내 남편에게서 엄마의 향기가 난다… 라고 쓰고 나니 더 웃기네. 풉.

혼자 이렇게 블로그에 뭘 쓰면서 키득키득 웃는걸보니 이젠 다 낫나보다. 이젠 엄살타임도 끝난듯. 은근히 아쉽네. 쩝.

내일은 다시 일을 나가서 내가 없는 동안 울 회사가 망했는지 안 망했는지 확인해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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