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밥이나 한번 같이 먹잰다. 남자다. 자기가 사겠댄다. 아무거나 내가 먹고싶은거로. 그 남자에겐 나에게 밥을 사줄 핑계도 있다. 내가 무슨 도움을 줬거든. 밥을 얻어먹을 일이라 생각하면 그럴수도 있는 일이지만 내 생각엔 굳이 얻어먹지 않아도 될일이다. 내 느낌엔 나에게 호감이 있는것 같고 나를 알고싶어 하는것 같다. 하긴, 남자는 아무 여자에게나 밥사준다 그러진 않지. 솔직히는 나가서 갈비 얻어먹고 오고 싶다. 나 요즘 몇일동안 갈비가 땡겼거든. 나의 나이브함으로는 뭐, 그까짓 밥한끼가 뭐가 어디가 어때서라는 생각도 든다. 밥사준다고 해서 나갔고, 잘 얻어 먹었고, 좋은 얘기 나눴고, 그러고 커피라도 한잔 사주고 오면 땡이지. 내가 꼭 여자하고만 밥을 먹어야 하는건 아니잖아?
하지만 난 거절했다. 아니, 우선은 바쁘다는 핑계로 조금 미뤄놓은 상태다. 난 분명 그 남자가 나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다는걸 알고있다. 난 그 남자를 잘은 모르지만 약간의 호감정도는 가지고 있다. 하지만 난 지금은 내앞에 장동건이나 조니 뎁을 대려온다해도 덤벼들지 못하는 상태다. 약간은 남자 기피증이 생긴 상태라고나 할까. 남자가 좀 무섭다. 그리고 뭔가, 빤하게 보인다. 밥먹으면 이것저것 개인적인 얘기들을 나눌테고, 난 분명 웃으며 얘기를 잘 할테고, 그 남자는 나에게 더 호감을 느낄테고, 나와의 사이를 좁히려 할꺼다. 내가 공주병이라고? 이건 공주병이 아니야. 경험이지.
난 오해받는게 지겹다. 나의 친절을 제멋대로 해석해버리는 남자들의 자신감이 지겹다. 난 분명 이성관계에서 뭔가 질질 흘리고 다니는 스타일이 아니다. 문어장 관리같은건 해본적도 없고, 소질도 없으며 (그거, 분명 소질 있어야 하는거다!), 하고 싶지도 않다. 내가 배푸는 친절은 사람대 사람으로 배푸는 친절인거고 내가 배풀만 하니까 배푸는 친절일 뿐이다. 그런데 남자들은 꼭 오해한다. 말해주고 싶다. 내가 당신에게 관심이 있고 만약 꼬시려고 마음을 먹었다면, 그때의 내모습은 지금의 모습과는 많이 다를꺼라고. 지금의 내 눈빛은 그때의 눈빛과는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가 있을꺼라고. 당신이 아직 그걸 못봐서 모르는것 뿐이라고. 젠장.
그래, 사람은 다 오해한다. 나도 오해하고 남자들도 오해할수 있다. 하지만 만약 그게 오해일수도 있다는 생각이 조금이라도 들었다면, 다음 단계로 가기전에 내마음이 어떤가 확인부터 해봐야 하는거 아닌가? 내가 자신에 대해 어느정도의 호감을 느끼고 있는지, 꼬임에 넘어가줄 의향이 있는지, 우선 그것부터 확인하고 손을 잡던가 말던가 해야하는것 아닌가? 그냥 자신의 느낌대로 불도저처럼 밀어부치면 내가 순순히 따라가주는 여자로 보이나? 난 조선시대 여자가 아니거든요?
어떤 사람은 내 의사를 물어보지도 않고 혼자 김치국을 마셨다. 나를 잘 알지도 못하면서 자신이 그려놓은 미래의 그림에 나를 껴맞추려했다. 너무 공격적으로 다가와 내가 부담스러워서 그의 연락을 무시하자 그건 예의가 아니라고 한마디 했다. 난 설명을 해야할 사이가 아니라고 생각했기에 설명을 안한것 뿐인데. 또 어떤 사람은 결혼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내손을 슬그머니 잡으며 내가 자신의 이상형이라 했다. 내가 조금전에 아들사진을 보고는 아들이 아빠닮아서 귀엽네요… 라고 했는데. 두 케이스다 난 어, 어, 하다가 슬그머니 손을 빼는것으로 일단락했다. 그리고 난 웃었다. 왜? 난 당황하면 웃거든. 버릇이고 처세술이다. 그렇게 웃음으로 당황함을 덮으려하는. 그런데 그렇게 웃으니 남자들은 내가 좋았다는 표현을 하는줄 아나보다. 난 궁금하다. 난 그때 얼굴을 싹 바꾸고 싸가지가 바가지인 여자로 바뀌어 싸대기라도 한대 날려줬어야 하는건가?
난 앞으로 어떻게 처신을 해야할지 잘 모르겠다. 그래서 이젠 남자와 단둘이 밥도 못먹겠다. 내가 분명 무슨 오해할 소지를 주나본데, 난 내가 도데체 무엇으로 남자들을 오해하게끔 만드는건지 잘 모르겠다. 도아니면 모인 내 성격으로는 아예 남자들이랑은 말도 하지말고 웃지도 말아햐 하는건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아님 진짜 싸가지없는 여자가 되던가. 그런데 그건 내가 아니잖아. 왜 내가 내가 아닌 나를 연출해야 하는거지?
내가 어떻게 처신을 해야할지 모르니 남자가 밥 한번 먹자는 말이 무서워지고 있다. 젠장.
P.S. 이소라 새로나온 앨범, 어렵게 구해서 듣고 있는데, 이 여자, 역시 내 기대를 무너뜨리지 않았다. 내일 일 갈려면 잠도 자야 하는데 음악듣느라 잠자기가 싫을 정도다. 아. 이여자는 가수 계속 해야돼. 이렇게 가끔씩이라도 좋다. 제발 앨범만 계속 내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