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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ve for 7월, 2011

글도 다 썼겠다, 이젠 잠을 자야 내일 또 지긋지긋한 일터로 돈벌러 가는데 잠이 안오네.

그래서 오늘 지인에게서 받은 사진을 올리기로 결심.

이게 저번에 간 Algonquin 꼭대기에서 찍은 사진. 꼭대기 올라갈때까지만 해도 땀을 뻘뻘 흘리며 올라갔는데, 꼭대기는 완전 초겨울 날씨. 조금 쉬다보니 너무 추워서 급한대로 항상 가방에 가지고 다니는 우비/잠바/윈드브레이커를 입고 있음. 그리고 항상 나의 로망이었던 “산 꼭대기에 뒷모습으로 우두커니 앉아 있지만 뒤로는 어마어마한 배경이 보이는 사진”을 찍고 싶었는데 (뭔지 알겠지, 응?), 사진사와 나와의 커뮤니케이션 실패와, 내 매스터 플랜에 맞아주지 않던 꼭대기의 지형과, 꼭대기만 덮어버린 짙은 구름님의 비협조로 이렇게밖에 안나옴. 그래도 나, 나름 구름 속에 앉아 있음. 에헴.

이건 꼭대기에서 쪼오끔 내려갔을때의 사진. 윗 사진에 대한 미련으로 구름이 좀 없어진 지점에서 찍었는데, 어케, 이리저리 포즈를 잡다보니 이런식의 똥폼잡은 포즈가 나와버렸음. 얼굴은 말도 아닌지라 옆사람 모자 빌려 쓰고 옆으로 살짝 돌려주는 잔머리 센스.

이게 그러니깐, 나의 최근 사진임. 다른건 올릴려고 해도 없음.

갑자기 생각나는 대화 (남편 영주권 인터뷰 보러 갔을때):

인터뷰 본 할머니: 근데 너네들 왜 이렇게 사진이 없어?

나: 난 35살이야. 더이상 사진같은건 안찍어. 할머니도 알잖아. 빙긋.

인터뷰 본 할머니: 알지. 그리고 그건 앞으로 점점 더 심각해져. 내 말 듣고 앞으로는 사진 찍는거에 더 노력해봐. 빙긋.

나: 넵.

앞으론 사진 찍는거에 더 노력해볼 생각임. 그리고 가끔 잘 나오는거 있으면 올리겠음.

아, 이젠 진짜 자러 가야겠다. 굿 나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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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해튼 잡은 안됐다. 헤지펀드 회사였는데, 소개시켜준 지인은 내 레쥬메면 확실히 될꺼니까 걱정 안해도 된다고 했었다. 그리고 그의 단호한 확신때문에 난 그 회사에 레쥬메를 보낼까 말까를 한달동안 고민했었다. 그건 여러가지의 이유때문이었는데, 한마디로 얘기하자면, 그 회사에서 일하게 됨으로서 바뀌게 될 나의 라이프스타일에 대해 확신이 안섰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방구석에 앉아 고민만 하고 있는 내 자신이 지겨워져서 결국 부딪혀보기로 결심, 큰맘 먹고 레쥬메를 보냈고 다다음날 HR이랑 통화를 했다. 그때 느꼈다. 안될꺼라는 걸. 며칠후 지인과의 통화로 그 이유는 알게 되었는데, 내가 예상했듯이 포지션 문제와 돈 문제였다. 그까짓 타이틀 난 별로 신경도 안 쓴다만은 돈은 지금 받는것보다 덜 받으며 갈수는 없는 노릇이니 기회가 안타깝지만은 않다. 그리고 지금 당장 내 라이프스타일을 안 바꾸어도 되니 나름 안심이 되는것 같기도 하고.

지금의 내 라이프 스타일. 아주 널널하다. 그리고 그 널널함의 가운데에는 내가 다니는 회사가 서있다. 출근은 남들처럼 9시 15분쯤, 퇴근은 남들처럼 6시 칼퇴근. 한달에 2주는 할일이 좀 있고 다른 2주는 할일이 거의 없고. 그나마 그 할일 있는 2주동안에도 난 하나도 바쁘지가 않다. 일은 하기 싫을정도로 너무 쉽고, 하나도 배우는건 없고, 그나마 알고 있던것도 잊어먹고 있는 중이다. 한두시간이면 할수 있는 일을 하루종일로 늘려 천천히, 최대한 처언천히 하는 기분이다. 내가 성격상 일을 좀 빨리 하는 편이긴 하나 나만 이런건 아니다. 난 블로깅을 하고, 나탈리는 CNN을 읽고, 글렌다와 뤁은 샤핑을 하고, 마리아는 페이스북을 하고, 델피나는 발레리랑 어젯밤에 본 TV쇼에 대해 히히덕 거리고, 피터는 구석에 숨어 책을 읽고, 아르젠은 글쎄, 뭐하는지 모르겠다. 이것이 우리 팀의 실체고 일상이다.

내가 이 회사에 다닌지도 벌써 2년이 넘었다. 그동안 바뀐건 하나도 없다. 앞으로도 바뀔일은 없을것이다. 난 윗선으로 올라갈수도 없다. 내 윗선의 매니저들은 모두 이 회사에서 10년이 넘게 일한 사람들이고 서로 친한 친구들로서, 가끔씩 자기네들끼리 매니저 포지션을 바꿔가며 해먹는다. 저번에 FA 한 사람은 지금 AR 하고 있고, 전에 AR 한 사람은 듣도 보도 못한 매니져 포지션을 만들어 하고 있고. 우리 회사에는 그렇게 도데체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겠는, 이름도 낯설은 이상한 포지션의 사람들이 많다. 다 짜고 치는 고스톱이다. 그래서 난 위로 안되면 옆으로라도 빠지자 싶어 작년에 회사내에 택스쪽에 자리 하나 났을때 레쥬메 보내고 인터뷰를 봤었다. 거의 된거였는데 울 매니저, 그 사실을 알자마자 나 데려가면 안된다고 그쪽에 블라블라해서 못하게 됐다. 그러니깐 난, 이 회사에선 아무데도 못간다. 위로도, 옆으로도.

난 하루에 열두시간을 일했던 시절이 있었다. 1월부터 5월까지는 같이 사는 부모님 얼굴도 보기 힘들정도로 바빴다. 그래도 하나도 안 힘들었었다. 지랄맞은 보스와 일하는라 스트레스를 받긴 했지만 일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은적은 없다. 난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고 싶은 꿈이 있었고, 내가 점점 아는게 많아질수록 그 꿈에 다가가는것 같아 설레였었고, 내가 그 자리에 오기까지 포기해야했던 것들이 하나도 안 아까워서 행복했었다. 난 자랑스러웠고, 열정적이었고, 살아 있었다. 그리고 난 그런 나의 모습이 좋았다. 불과 이년전 얘기다.

우리 회사는 대단하다. 모든 의욕적인 사람들을 안 의욕적인 사람들고 만들어 버리는 힘을 가지고 있다. 이 회사 2년하고도 몇달째. 난 이 회사에 다니는 모든 사람들처럼 굉장히 안 의욕적인 사람이 되어있다. 그래. 우리 회사 대따 편하다. 맨해튼 잡에 레쥬메 넣는것도 많이 망설이게 만들 정도로 편하다. 이렇게 일해도 월급 꼬박꼬박 나오지, 헬쓰 인슈런스 싸지, 401k 매치 해주지, 배케이션 꼬박꼬박 쌓이지, 일년에 씩데이로 열흘이나 주지. 간섭하는 사람도 없지, 일 시키는 사람도 없지. 거기다가 내가 우리 회사에서 1마일 떨어진데 산다고 했지? 집에서 9시 5분에 출발, 6시 10분에 도착. 사람들은 나에게 이런잡 어디에도 없으니 그냥 편하게 오래오래 다니라 한다. 거기다가 내가 만약 임신이라도 하게 된다면 이 회사는 완벽한 회사가 된다. 그거 알아? 일을 통해서 받는 임신에 대한 보험 혜택은 그 회사에서 일년 이상 일해야 받을수 있다는거? 내가 만약 지금 잡을 바꾸고 임신을 한다면 보험 혜택을 못 받는단 소리. 그렇다고 내가 지금 임신 계획이 있다는 소리는 아니고. 그것도 맘대로 되는거 아니잖아. 피식.

작년에 잡 서치를 열심히 한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몇번 인터뷰를 보긴 했는데 다 잘 안됐다. 그 와중에 연애좀 하고 결혼도 하고 살림도 합치고 하다보니 시간은 또 이렇게 흘러 벌써 7월말. 이제 한국가서 결혼식만 하고 오면 해야할 일들은 끝이다. 그러면 새로운 잡을 알아봐야 할까. 다시 한번 커리어에 대한 나의 열정을 부글부글 끓게 만들수 있는 곳을. 아님 (할수 있다면) 임신부터 해서 보험혜택 받으며 애부터 낳아야 할까. 애가 생기면 생각이 바뀔수도 있을텐데. 그럼 그때까진 지겹지만 널널한 이곳에서 계속 있어야 할까.

욕심은 많고. 몸은 하나고. 돈은 없고. 겁도 나고.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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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 컴백하자마자 아주 열.씨.미. 하고 있는 블로깅. 이렇게 오늘도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내 자신이 기특하도다. 버뜨! 내가 내 자신을 알아서 하는 말인데 말이지, 아마 이거 얼마 못갈꺼야. 내가 매사에 그래. 처음엔 이글거리는 눈빛, 어디서 나오는지 모르는 집중력, 내가 가진 뒤끝에 걸맞는 집요함으로 파르르르 불을 지피지. 문제는 그게 오래 못간다는거. 그러다가 어느날 또 갑자가 눈빛을 반짝대며 파고들다가, 또 싱겁게 씨유 레이러. 그 싸이클로 계에속 업앤다운 업앤다운. 전 왜 꾸준히 한 우물을 파지 못할까효. 아흑.

2. 전 블로깅을 꾸주우우우우운히 하는 사람들이 대따 부럽습니다.

3. 책을 하나 읽고 있는데, 소사소사 맙소사, 진도가 안나가도 이렇게 안나갈수가 없어. 어느날 산행하면서 친한 여자들과 이런 저런 얘기를 하던중 누가 “엄마를 부탁해” 를 갖고 있다는 거야. 그거 유명한 베스트셀러잖아. 그래서 나 좀 빌려주소 했지. 그랬더니 그 친구가 고맙게도 그 책이랑 몇권을 더 빌려줬어. 한글 책에 굶주려 있던 나는 다섯권을 일주일만에 읽어버리고는 아쉬움에 입맛만 쩝쩝 다시고 있었지. 근데 그때 좀 어려운 책들만 읽는 친한 언니와 책에 대해 얘기하게 됐어. 소설은 읽을때는 재미있고 감동도 있지만 시간이 좀 지나면 내용만 겨우 대충 기억한다는 얘길 하다가, 내가 지금 딱히 뭘 공부하는중도 아니니 단지 재미보다는 좀 더 뭔가를 배울수 있는 책을 읽고 싶다고 얘기하다가, 그리고는 뭐라고 뭐라고 블라블라 하다가, 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가 도데체 어떤 내용의 책인지 궁금하다고 했고, 나의 호기심과 관심에 신이 난 그 언니는 순서까지 정해주면서 이 책들을 빌려줬어: 1) 니체, 천 개의 눈 천 개의 길 (고 병권 지음), 2) 니체의 위험한 책,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고 병권 지음), 3)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니체 지음). 먼저 니체란 사람을 이해하지 못하고 세번째 책을 읽으면 내용은 대충 알게 될지언정 제대로 이해는 못할테니 이왕 읽을꺼 제대로 읽어보라는 언니의 진지한 조언아래 지금 처음꺼 읽고 있는데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깨꼬닥.

4. 전 한국말이 대따 어렵습니다.

5. 여태껏 한 3분의 1정도 읽었나봐. 뭘 좀 배우긴 했어. 특히 그리스인들과 소크라테스, 기독교 사상을 비교하면서 삶과 죽음, 인생에 대한 가치관 같은걸 얘기하던 부분은 누워서 읽다가 벌떡 일어날만큼 명료했지. 하지만 지금 읽고 있는 도덕에 대한 부분은 진짜, 하나도 이해 못하겠어. 도데체 뭐래는 거니 지금. 같은 문장만 몇번씩 읽고 또 읽고. 그래도 이해는 여전히 안되고. 제가 과연 이번 년도 안에 이 책을 끝내고 다음 책으로 넘어갈수 있을까효?

6. 전 철학책이 대따 어렵습니다.

7. 니체가 신은 죽었다고 했는데, 신의 존재를 믿지 않아서 신이 죽었다고 한게 아니라, 신이 너무나도 많으므로 신은 없다라고 말한거래. 결핍과 과잉의 문제. 책을 읽어보니 무슨 뜻인지는 알겠는데 설명하기엔 역부족. 나 옛날 보스가 설명하지 못하는건 아는게 아니라면서 툭하면 일하는 애들한테 이것저것 까다로운 질문하면서 대답 똑바로 못한다고 지랄지랄 댔었는데. 갑자기 그 사람이 생각이 나네. 미스터 코르도바노, 당신은 늘 옳은 소리만 하셨습니다. 단지 그 지랄같은 성격과, 예측할수 없는 무드스윙과, 다른 사람의 마음에 상처를 남기는 혀가 문제셨지요.

7. 차라투스트라가 도데체 뭐라고 말했는지 진짜 궁금하다. 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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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 늙나봐. 이소라 “바람이 분다” 노래하는거 보다가 울컥 울컥. BMK “편지” 부르는거 보다가 울컥 울컥. 박정현이 “바보” 부르는거 보다가 울컥 울컥. 하다못해 남자의 자격에서 어르신들 노래하는거 보다가도 울컥 울컥. 누군가가 순간 울컥해서 눈시울이 붉어지는것만 봐도 나도 같이 울컥 울컥. 아주 미치겠어. 나 도대체 왜이래?

2. 진심은 통한다는 말. 들을때마다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말. 하지만 나의 진심이 그리 쉽게 통하는게 아니라는걸 느낀 어떤 시점부터는 그리 믿지는 않는 말. 그래서 오랫동안 나랑은 별로 상관이 없었던 말. 하지만 덜렁씨가 (a.k.a. 우리집 머슴) 나에게 행동으로 보여줌으로서 그 뜻을 확실히 알게된 말. 그래서 지금은 다시 믿게 된 말. 다시 믿게 되서일까? 그래서 안보이던게 보이는건가?

3. 노래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나도 “나는 가수다”를 한회도 빼먹지 않은 열렬한 시청자이므로 김건모의 일 때부터 할말이 많은데, 그래서 지금도 마음만 먹으면 포스팅 몇개는 주르륵 쓸 수 있을 정도로 할말은 많은데, 걍 아무말 안하고 넘어가겠어. 말해서 뭐하겠어. 안그래? 어차피 벌어진 판이니 우린 그냥 즐기면 되는거지. 다만 거기서 꼴찌해서 떠나는 가수들이 진짜 꼴찌여서 떠나는게 아니라는 점만 그들이 진심으로 믿어줬으면.

4. 이쯤에서 뚱딴지 없이 노래 가사 하나 인서트. 나 사실 BMK가 부른 “편지”란 노래는 한번도 못 들어본 노래였는데, 한번 듣고는 너무 좋아서 그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흥얼흥얼하고 있다.

여기까지가 끝인가보오 이제 나는 돌아서겠소
억지 노력으로 인연을 거슬러 괴롭히지는 않겠소
하고 싶은 말 하려 했던말 이대로 다 남겨 두고서
혹시나 기대도 포기하려하오 그대 부디 잘 지내시오
기나긴 그대 침묵을 이별로 받아 두겠소
행여 이맘 다칠까 근심은 접어두오
오오 사랑한 사람이여 더 이상 못 보아도
사실 그대있음으로 힘겨운 날들을 견뎌왔음에 감사하오
좋은 사람 만나오 사는 동안 날 잊고 사시오
진정 행복하길 바라겠소 이 맘만 가져 가오

5. 옛날 노래처럼 뜻이 너무 깊어 곱씹어 봐야 하는 가사도 아니고, 그렇다고 헤이 요! 와썹 요! 너나 싫어? 나도 싫어! 그럼 우린 이젠 그만 빠이 빠이 오 예! 하는 요즘 가사도 아니고. 그냥 담담히 쓴 편지. 누구나 다 한번쯤은 써보고 싶었던 편지. 진심도 들어있지만 안 진심도 들어있는 편지. 나도 언젠간 이런 편지 한번 쓸려고 했었지. 결국엔 안 썼지만. 훗훗. (먼산)

6. 오, 갑자기 옛날 생각 하다보니깐 이 글이 막 연애얘기로 넘어갈려구 그래. 하긴, 원래부터 딱히 노래에 관한 글을 쓸려고 했던것도 아니었지만. 암튼, 수많은 경험에서 나오는 주옥같은 연애에 대한 가르침을 내 오늘 펼치기엔 이밤이 너무 짧고, 한가지만 쓰자면, 되면 인연인거고 안되면 인연이 아니란 말쌈. 다시 한번 말하자면, 됐으니까 인연이었던거고 안됐으니까 인연이 아니었단 말쌈. 여기 지금 대따 심오한 뜻이 깃들여 있는데. 싱글님들. 갓잇? 찡끗.

7. 장님 나라에선 애꾸눈이 왕. 싱글 블로거님들 사이에선 결혼한 내가 왕. 그러므로 앞으로 자주 자주 싱글님들의 염장을 지르도록 더욱더 노력할것을 이 연사! 굳게! 외칩니다! 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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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마다 등산 다닌게 벌써 일년이 넘었다. 작년 3월달부터 다니기 시작했는데, 봄에 파릇파릇한것들이 막 올라오는걸 한창 즐길무렵 테니스 치다가 발목을 삐는 바람에 여름은 패스, 가을엔 난생 처음 해보는 황홀한 단풍구경에 완전 신바람, 그렇게 필받은 등산은 겨울엔 최고조에 달해 후덜덜덜 떨면서도 눈밭을 헤치며 거의 매주 다녔다. 그리고 다시 시작된 봄 산행. 그리고 땀을 걍 비오듯 쏟는 요즘의 여름산행. 땀닦은 손수건을 짜면 물이 떨어지는 신기한 구경까지 해보고 있다.

처음에 산에 갔을땐 참 가관도 아니었지. 와, 허벅지에 쥐가 나니까 진짜 아프대. 발에도 쥐가 나서 신발 벋고 주물러 주기도 몇차례 했고. 오르막길 오를때엔 헉헉 숨이 넘어갈것같아 애꿎은 담배탓만 했었더랬지. 미끄러져서 넘어지거나 돌에 부딪혀서 다리에 새로 생긴 상처들은 또 어떻고. 이젠 상처가 빨리 아물지도 않아요. 칫. 그렇게 너무  힘들때마다 내가 지금 왜 이런 개고생을  하고 있을까 하는 의문점이 머리속에 모락모락 떠오르곤 했더랬지. 아, 그땐 그랬었지. (먼산)

지금은 ? 아, 내가 이쯤에서 자랑 하나 하고 넘어가야 겠구만. 에헴.

내가 이래뵈도 말이야, 메모리얼 데이땐 뉴욕에서 제일 높다는 Mt. Marcy (5,344ft)를 다녀왔고, 인데펜덴스 데이땐 두번째로 높다는 Algonquin (5,114ft)에 다녀왔단 말이지. 자, 그럼 이곳이 어떤곳이냐? Adirondack이란 지역에 있는 46개의 높은 산들중에 두개인데, 꼭대기에 올라가면 360도로 산들만 보이는 장관이 펼쳐지는 곳이란 말이지. 주먹밥을 먹은 20분 정도의 점심시간을 빼고는 거의 쉬지 않고 계속 걸은 시간으로 각각 한 10시간씩 걸렸고 (한 14마일). 경사는 실제로는 그렇게 높지 않다는데 체감적으로 느끼는 경사는 정확히 45도. 그 경사로 걍 계에속 올라가면 꼭대기가 나와요. 그럼 올라가면 끝이냐? 아니지. 내려와야지. 그럼 내려오는건 쉽냐? 아니지. 내려오는게 더 어렵지. 다 돌길이기 때문에 무릎은 시큰시큰, 발바닥의 고통은 어우, 말로는 도저히 형용 못함. 내가 그렇게 죽을 고생을 하고  다녀 왔단 말쌈. 에헴.

Mt. Marcy. 포스는 대충 이런 포스.

마르씨를 다녀 옴으로서 나의 산행 레베루는 완전 고 투더 스카이! 이게, 한번 해보니깐 말이지, 약간은 말이지, Extream Sports 하는 기분이 난다. 내 체력은 벌써 바닥난지 오래인데 오로지 정신력으로 하는 기분. 그렇게 온몸으로 느껴지는 고통을 애써 무시하면서 아아무 생각 없이 계속, 무작정, 한발 한발 걸어가는 혼자와의 싸움. (오, 써놓고 나니 대따 멋있음. 흐흐흐)

같은 산악회 회원들중에 세명은 6월에 미국에서 제일 높다는 Mt. Whitney (14,505ft) 를 다녀오기도 했다. 캘리포니아에 있으므로 비행기를 타고, 운전을 하고, 그리고 24마일인가쯤을 걸어야 하는 미친 산행 (약 20시간 정도). 거기다 워낙 높은데다보니 고산병의 위험도 있는 곳. 와안전 죽음인거지. 간 회원들은 남자둘 여자 하나였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남자 둘은 고산병때문에 중간에 포기, 나랑 동갑인 여자 혼자 끝까지 가서 셀카 인증샷 찍고 왔다. 그 산행은 몇일이 걸리는 산행이었고 주중에 갔기 때문에 난 못갔지만, 그리고 살짝 겁이 난것도 사실이었지만, 지금 와서는 느무느무 후회된다. 나도 걍 미친척하고 따라갔다 올껄. 나 콜로라도에서 오래 살아서 고산병에 안걸릴것 같은데. 아쉬워 아쉬어. 엉엉.

Mt. Whitney. 포스는 대충 이런 포스. 이게 갔다온 사람이 6월 16일날 찍은거임.

암튼, 내년 여름에 나 거기 같다 올지도 몰라. 거기는 갈려면 일찌감치 미리 신청을 해야 하고, 산행 할수 있는 기회도 로또 뽑듯이 뽑아서 주기 때문에 운이 없으면 못갈수도 있다. 뭐에 뽑히는 운따위는 없는 나는 안될수도 있을꺼야. 아주 그냥, 평생 뭐에 뽑힌 역사가 엄쓰요. 난 왜 그런 운이 없을까. 아흑.

암튼… 계속 이렇게 하다보면…

히말라야… 이름만으로도 날 설레이게 하고 몽롱한 꿈속으로 이끄는 이름… 언젠간 갈수 있지 않을까? 아… 히말라야…

(내 머리속 어디선가 들리는 목소리): 야! 꿈깨! 빨랑 내일 산행할 준비나 하고 빨랑 쳐 자빠 자! 내일 또 히롱히롱대다가 넘어져서 다치지나 말고. 쯧쯧.

예쓰 맴. 전 그럼 이만 준비하고 쳐 자빠 자러 갑니다. 굳나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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