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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ve for 3월, 2013

오… 오랜만에 들어오니 워드프레스도 많이 바꼈네… 오…

짧은 글이라도 좀 꾸준히 써보자는 생각으로 들어왔는데 이거이 이거이 대따 어색하구만. 맨날 생각만 하고 메모만 해두면 뭐하나.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목걸이가 되던가 팔찌가 되던가 할꺼아녀. 아 쫌!

암튼… 방금 내 시스터와 통화를 했다. 그리고 어카운트는 만들었지만 하지는 않는 페북에 들어가 서치를 열심히 했다. 그리도 지금 나는 멍하다. ㅋ

내 시스터의 첫사랑은 세바스띠안 XX라는 이름을 가진 아르헨티나 남자애였다. 우리는 그때 세꾼다리오 3학년이었으니 한국으로 치면 고1이였고, 그는 한 학년 위인 4학년이었다. 내 시스터의 첫사랑은 그때 시작해 다음해까지 이어졌고, 결국 그 다음해 그가 졸업을 하며 학교를 떠나자 내 시스터의 첫사랑은 끝났다.

아. 참고로 그녀의 첫사랑은 진짜 사귄게 아니라 짝사랑이다. ㅋ

하지만 아주 짝사랑만은 아니었다. 그도 알고 있었건든. 그리고 그의 친구들도 다 알고 있었거든. 내 시스터가 그 무리들을 새빨간 얼굴로 지나갈때면 그의 친구들은 그녀의 길을 막으며 못지나가게 했었고, 그럼 웃음을 지으며 그녀를 보던 그의 얼굴도 빨갛게 상기되어 있었었다. 아 다시 생각만 해도 풋풋하네. 이것봐. 우리도 수지만큼 풋풋했다고!

그는 우윳빛깔의 새하하하얀 얼굴에 아주 부드러운 연한 갈색머리를 가지고 있었다. 그것도 아주 부드러운 곱슬에. 눈도 부드러운 갈색이었던것 같다. (참고로 아르헨티나 사람들은 유럽사람들처럼 생겼음). 그는 키가 그리 큰 편은 아니었고 또 좀 마른 편이어서 소년같은 스타일이었다. 그는 쉬는 시간에 그의 클래스룸 밖의 복도에 친구들과 서있곤 했는데, 항상 벽에 등을 기대어 서있던 그는 한쪽 다리를 접어 발로 벽을 밀고 서있곤 했다. 햇볕을 받으면 그의 얼굴과 머리카락은 더욱 더 부드러운 색깔을 띄었었고 빛이 났었다. 그렇게 그는 부드러운 커피우유같은 남자애로 내 기억속에 남아있다.

내가 이렇게 쓰니까 꼭 내 얘기 하는것 같은데, 절대 아니오. 난 그냥 그 시간들의 산 증인일 뿐이오. 왜냐. 내 시스터가 멀리서 그를 체키라웃할때면 항상 내가 먼저 체키라웃을 해줬으니까. 또 그 복도 앞을 지날때면 내 시스터는 나의 팔을 꼭 쥐고는 내 등뒤로 빨개진 얼굴을 감추곤 했으니까. 지금 생각해보면 내 시스터보다도 내가 더 그를 많이 바라봤을지도 모른다. 암튼 내 기억에 너무 선명한 그다.

그리고 조금전에 그녀에게서 전화가 왔다. 오랜만에 페북에 들어갈 있이 있었댄다. 그러다가 갑자기 그가 생각이 났댔다. 그래서 서치를 해봤댄다. 그랚더니 역시 우리는 글로벌 시대에 살고 있는거지. 첫번째로 딱 뜨더랜다. 헉.

전화를 끊고 페북에 들어가 확인했다.

난 그를 못알아봤다. 그녀가 그를 어떻게 알아봤는지가 신기할 정도였다. 그는 나이를 먹었고, 살이 (굉장히) 많이 쩠고, 덥수룩한 머리와 덥수룩한 수염을 가진 아저씨가 되있었다. 와이프와 애들 둘이 보였는데, 내가 그를 알아봤던 유일한 이유는 그 아이들에게서 그때 그의 모습들을 봤기 때문이었다.

전화를 다시 했다. 그녀는 충격을 많이 받은듯 했다. 그녀는 지금까지도 그의 얘기를 가끔씩 했었다. 그만큼 그는 항상 그녀의 마음속에 있던 아름답고 풋풋한 첫사랑이었는데, 그의 모습도 그렇거니와 이렇게 쉽게 페북에서 찾은것 등등 복합적인 충격인듯 했다. 실망보다는 복합적이었으리라. 그래도 어렸을때의 모습이 남아있다고 하는걸 보면. 난 하나도 못찻겠더구만.

여기서 우리는 아주 중요한 이 교훈을 떠올려야 한다. 첫사랑은 첫사랑으로 남겨둘것. ㅋ

그리도 이제 내가 왜 지금 멍한지를 얘기해 주겠다.

전화를 끊고는, 그래? 그렇게 페북에서 사람 찾기가 쉬워? 그러며 나도 갑자기 이사람 저사람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헉… 나의 첫사랑은 아니지만 내 연애사에서 유일하게 좋은 기억으로 간직하고 있는 그의 사진을 다른 사람의 페북에서 우연히 본것이다.

나는 연애할때 항상 모든걸 다 쏟아부어 했었지만, 그렇기 때문에 끝나면 후회도 없었고, 미련도 없었고, 친구로 지내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 그리고 어디 연애할때의 이별이 아름답던가. 좋게 끝난다는게 있기나 하던가. 난 아직도 옛애인은 생판 모르는 남보다 못하다고 생각하오.

그러데 그는 많은 시간이 흐른후 내 연애사의 익셉션으로 남았으니, 바로 좋은 추억으로 남은 것이다. 이유가 뭔지는 모르겠다. 그냥 시간이 지나니까 그와의 기억은 좋게 남았을뿐. 다른 놈들과는 달리 잘 살고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있는것뿐. 가끔 생각나며 결혼은 했나, 애들은 있나, 쪼오끔 궁금할뿐. 그리고 그때 우리 참 좋았어 하고 미소 지을수 있을뿐.

그런데… 내 연애사에 굵은 획을 그으며 익셉견을 만들어낸 그의 이름이 생각이 안난다! 진짜로!

어려운 한국이름도 아니고 영어 이름인데. 몇개 하다보면 하나 걸릴만도 한데. 근데 아예 모르겠다. 와… 이거… 내일이면 생각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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