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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ve for 10월, 2011

한국은 자알 다녀왔습니다. 한국 가서는 너무 바빠서 그랬는지 시차도 많이 못느꼈는데 집에 돌아오니 긴장이 풀렸는지 여태껏 비몽사몽했네요. 겨우 이주동안 갔다 온건데 느낌상으로는 몇달동안 갔다온것 같아요. 한국에서야 어디를 가던 버벅거리던게 당연한 거였다만, (가령 맥도날드에서 아이스커피를 시켰는데 블랙으로 줘서 크림좀 달라고 했다가 외계인 취급을 당했다던가 아님 여러개의 리싸이클통들 앞에서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멍하니 서있다던가 하는), 미국까지 돌아와서 계속 버벅대는건 도데체 왜일까요. 허허허.

결혼식은 번갯불에 콩 구어먹듯 정신 하나도 없이 얼렁뚱땅 했습니다. 저에겐 아아주 만족스러운 결혼식이었죠. 결혼식에 로망이 없는 저같은 분들은 한국에서 결혼하는거 와안전 추천합니다. 이건 뭐, 따로 준비할게 하나도 없어. 그냥 몸만 가면 알아서 다 해줘. 드레스도 그래. 하나 입어보니 예뻐. 근데 두번째것도 예뻐. 그래서 아, 역시 웨딩드레스는 걍 다아 예쁘구나 하고는 두번째걸로 했지요. 한곳에서 머리 해줘, 화장 해줘, 귀걸이랑 신발까지 다 준비되 있으니 저같은 귀차니즘에 빠진 사람한테는 딱이더군요. 그렇게 아주 만족스러운 결혼식을 하고 왔네요.

제 결혼식에는 저희 친척분들이 생각보다 많이 오셨어요. 제가 어릴때 보고 여태껏 못봤던, 하지만 딱 보자마자 다 알아봐서 너무 신기했던 분들이요. 얘기로만 들었던, 하지만 한번도 못봤던 사촌동생들도 봤지요. 짜식들, 많이 컸더라구요. 분명 제가 한국에 있었을땐 이 세상에 나오지도 않았던 녀석들인데 말이죠. 전 결혼식날 사람들 보고 반가워서 웃고 떠들고 하느라 저 포함해서 아무도 제가 울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요, 신부 대기실에서 할머니 보고는 울컥해서 화장 고치느라 난리를 쳤네요. 결혼식 바로 전이었거든요. 난 왜 우리 할머니만 생각하면 그럴까요. 어렸을때 할머니 가게에서 훔쳐먹던 과자들 때문에 죄송해서 그럴까요. 그거, 요번엔 꼭 말하고 싶었는데 안타깝게도 그럴 기회가 없었네요. 쩝.

신랑은 경주사람인데요, 시댁이 경주에 있으니 결혼식도 경주에서 했습니다. 덕분에 경주구경은 아주 제대로 하고 왔네요. 불국사와 석굴암은 정말 너무 너무 아름다운 곳이었어요. 사진에서 보던것보다 훠얼씬 멋있었네요. 하지만 전 경주시내에 있는 기와지붕들이 참 재미있고 흥미로왔어요. 밑은 주유소고 빵집인데 지붕은 기와로 되있고. 재밌어 재밌어…

제주도는 흠… 쪼오끔 실망했어요. 그러니깐, 전 제주도가 좀 하와이 같을꺼라 생각했나봐요. 하늘! 바다! 섬! 뭐, 그런 자연의 모습? 그런데 제 생각과는 다르게 아주 개발이 많이 되었있는, 그리고 계속 계발중인 그런 곳이더라구요. 무슨 Theme park들이 그렇게 많아. 아, 물론 바다도 봤고 날라갈듯한 거친 바람도 맞아봤지요. 바람이 너무 불어서 우도를 못가본게 좀 아쉽지만. 그래도 이것저것 많이 먹은걸로 퉁 쳤어요. 흑돼지는 솔직히 그냥 삼겹살 같았는데 기름기 좔좔 흐르는 고등어 구이는 완전 짱! 옥돔은 좀 특이했는데 맛은 있었구요.

먹는거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한국에서 먹은것들 중에 진리는 짜장면이었네요. 짜장면 완전 짱! 사랑해요 짜장면! 우윳빛깔 짜장면! 세상에, 그렇게 싸고, 그렇게 맛있고, 그렇게 빨리 배달이 된다니! 제가 여태껏 미국에서 먹어온 짜장면이란건 도데체 뭐였을까요. 흑흑. 아, 그리고 제가 순대를 별로 안좋아하는데 한국의 찹쌀순대는 저의 생각을 완전히 바꿔놓았드랬죠. 그랬드랬죠… 아, 순대!

아침엔 시어머님이 고봉으로 밥을 퍼주시곤 했죠. 그럼 전 그걸 다 먹곤 했죠. 거의 소화가 될때쯤에 점심이, 그리고 그것이 겨어우 소화가 될때쯤에 저녁이 절 기다리곤 했죠. 저희 시부모님들은 제가 결혼식을 해야된다는걸 깜빡 하셨나봐요. 그냥 막 잔뜩잔뜩 퍼주시고 잘 먹는걸 흐믓해 하시더군요. 전 거기에다 짬짬이 다른 음식들도 먹어야 했죠. 그때 아니면 못먹으니까요. 그렇게 전, 여기서 가지고 간 바지가 안 맞아서 하나 사서 입어야 될만큼 살이 쪘었고, 제 인생 통털어 몸무게가 peak일때 결혼식을 하고 사진들을 찍었죠. 평생 갈 사진들인데 말이죠. 잠깐만요. 저 눈물좀 닦을께요.

아직 사진들은 못받았는데 받으면 하나정도 선별해서 올리도록 하죠. 제에에에에일 날씬하게 나온걸루요. 잠깐만요. 이노무 눈물이 아직도… 허허허.

이거 원, 23년만에 한국에 다녀오니 쓸것도 많은데 거기다 결혼식에 여기저기 구경에 휴… 도데체 뭐부터 써야될지 모르겠는 상황에서 우선 생각나는것 부터 썼네요. 이 포스팅도 자꾸 미루다보면 한없이 미룰것 같아서요. 암튼 투비 콘티뉴 입니다. 그동안 다들 잘 지내고 계셨죠? 그랬길 바래요.

그렇게 이 글은 뚱딴지 없는 마무리로.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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