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친구가 이이폰이 갖고 싶나보다. 퀸즈에 사는 그 친구는 전철을 타고 맨해튼으로 일을 다니는데, 전철을 탄 사람들 중에서 아이폰이 없는 사람은 자기 혼자뿐이라며 푸념한다. 나야 전철을 안타고 다니니 잘은 모르겠다만 뭐, 안봐도 비디오다. 다들 고개를 푹 숙이고 아이폰을 뚫어져라 들여다보며 뭔가를 하고 있겠지. 예전엔 책이나 신문을 읽거나,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거나, 아님 걍 멍때리는 사람들을 보는게 익숙한 풍경이었는데, 불과 몇년만에 사람들 정수리를 보는것이 익숙한 풍경이 되버린게 이상하다. 내가 대학 초기때만해도 숙제는 손으로 써갔었고 컴퓨터 랩에나 가야 느려터진 인터넷 맛을 보곤 했었는데. 기계들의 발전을 잘 못쫓아가는 영원한 아날로그식 뒷북인 나조차도 인터넷이 조금만 느려지면 컴퓨터를 확 깨부시고 싶을 정도로 짜증이 나는걸 보면 시대가 바뀌긴 했다. 과연 내가 호호 할머니가 됐을땐 날으는 자동차를 탈수 있을까?
2. 그 친구가 지금 한창 고민중이다. 지름신이 강림하사 아이폰은 지금 당장 가지고 싶은데, 전화기 업그레이드 할려면 아직 몇달을 기다려야되고, 2년 계약이 끝날려면 아직도 1년이 남은 상태다. 근데 지금 이 상태로 아이폰을 살려면 너무 비싼거야. 한 500불, 600불을 내야한다네? 미친거 아냐? 헐. 암튼 주말에 이 친구를 만난김에 같이 AT&T 가계에 가서 어떻게 하면 싸게 살수 있을까하고 이것저것 물어봤는데, 업그레이드를 조금 땅겨서 하면 얼마구, 아님 아예 지금 전화번호를 벌금 내면서까지 해약시키고 다시 새로운 번호로 계약을 하면 얼마구, 블라 블라. 긴얘기 짧게해서 제일 싸게 할수 있는게 300불에서 350불. 아, 그것도 4G가 아닌 3G로.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는 내 친구, 나에게 이렇게 하면 이게 문제고 저렇게 하면 저게 문제고, 궁시렁 궁시렁. 난 그 친구에게, 그런게 인생사 아니겠냐. 피식. 그 친구 나에게, 그래, 돈만 있으면 다 해결되는 문제지. 둘다 끄덕끄덕.
3. 돈, 돈, 돈, 돈, 돈이 왔어요, 우리들 마음속에도. 그러고보면 내가 이 블로그에다 돈 얘기를 좀 많이 하는것 같다. 나 돈 좋아하냐구? 그럼요. 엄청 좋아하지요. 하지만 나도 원래부터 이랬던건 아니다. 나로 말할것 같으면, 열세살때부터 지금까지 일을 안한적이 없고, 부모님께 용돈 타써본 기억이 없으며, 스물몇살때쯤 아빠가 사준 70년대 포드 Taurus를 사고로 깔끔하게 말아드신후, 잔뜩 화가나신 울 아빠의 더이상 차를 안사주겠다는 선전포고로, 차 없이 다니긴 힘든 콜로라도에서 학교와 일을 다닐려면 차가 필요했던 나는, 내 돈으로 산 차와 차 페이먼트만큼 비싸주신 보험비를 내느라 대학내내 학교 다니며 일을 두군데서 하느라 주말도 없이 살았느니라. 크레딧 카드로 가끔 학비나 차값을 내가면서까지도 한번도 페이먼트에 늦어본적 없으며, 그 많던 크레딧카드 빚을 내 힘으로 다 갚았으며, 돈이 없을때에도 항상 비상금은 어디에 꽁꽁 숨겨 놓았느니라. 그래서 난 어디가도 굶어죽을 인간은 아니며, 돈 빌리고 다닐 인간도 아니며, 돈 개념이 확실한만큼 돈에 대한 걱정또한 없이 살았느니라. 근데 이런 내가 왜 돈 돈 하냐고? 돈 없어서 드럽고 치사한일 당해서 자존심 밑바닥까지 박박 긁히고 무기력증까지 느껴봐봐. 돈이 다가 아니잖아요 소리는 쏙 들어갈껄?
4. 그래. 돈이 다는 아니다. 하지만 돈은 이세상 모오든 문제의 99%를 해결해준다. 난 부자가 되고 싶은 욕심은 정말 없다. 하지만 다시는 돈 때문에 내 자신을 그런 시츄에이션에 넣지는 않으리라 다짐했다. 그래서 난 맨날 어떻게 하면 더 돈을 벌수 있을까 생각 또 생각. 로또 사는게 제일 빠를까효?
5. 머리를 또 잘랐다. 저번에 잘랐던 언니한테 가서 잘랐는데, 들어오는 날 알아보고는 생각보다 잘하고 다닌다고 칭찬해줘서 잠시 당황했다. 저 아무것도 안했거든요? 내가 저번에 머리 자를때, 난 워낙 머리 간수에는 소질이 없으니 간수하기 편하게 해주소…를 남발했는데, 그때문이었을까, 그 언니 눈에는 내가 생.각.보.다.는. 잘 하고 다니는것처럼 보였나보다. 암튼, 난 내가 아무것도 한게 없으니, 이게 다 언니가 잘 잘라준 덕이지요, 허허허, 하며 칭찬 반사. 기분 좋아진 그녀, 이번엔 내 머리를 이리 저리 만져보더니 머리가 너무 빨리 자란다며 놀란다. 내가 정확히 한달 반만에 왔다고 했는데 그만큼 자란 머리를 본 그녀. 내가 한달에 한번 자르는건 쪼오끔 부담이라고 말한걸 들은 그녀. 요즘 너무 더워 머리 기를 생각이 없다는 내 말을 들은 그녀. 거기에 내가 해준 칭찬이 맘에 들었던 그녀! 난 미용실에 가면 그냥 알아서 예쁘게 해주세요 하고는 내 머리를 볶아먹던 삶아먹던 끝날때까지 가만히 있는 스타일인데, 가위질이 슥삭슥삭 지나간 뒤의 내 머리는 성냥개비의 머리부분 같았다. 아흑.
6. 괜찮아 괜찮아. 내 머리 빨리 자라잖아. 8월달에 집에 가는데, 그때쯤이면 벌써 많이 자라서 자연스러워 보일꺼야. 엄마가 조금 놀랄수도 있겠지만 고슴도치딸을 못알아보진 않을꺼야. 괜찮아 괜찮아.
7. 저번보다 더 짧아진 머리로 일을 갔더니 여자들이 또 난리가 났다. 울 회사에서 나혼자 동양 사람이다보니 곱슬머리들중에 나 혼자만 생머리. 예쁘네, 세련됬네, 더 어려보이네 등등 믿지못할 칭찬들을 남발하는 그녀들. 암튼 미국 애들은 맘에도 없는 소리를 잘한다니깐. 못믿어 못믿어. 내가 너처럼 생머리였으면 나도 그렇게 잘랐을텐데… 하는 소리에, 내가 너처럼 곱슬머리였다면 돈주고 펌 같은건 안할텐데… 로 맞대응. 여자들이 자신들의 외모에 만족 못하는건 진정 유니버설한 진리임을 또한번 깨닳은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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