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아기다리 고기다리던 땡스기빙 윜의 수요일. 지금 몇시? 오후 2시. 지금 어디? 지금 집안. 지금 뭐해? 지금 놀아. 예에에에아. 피스 아웃.
오늘부터 놀기 시작해서 월요일이나 되야 다시 일을 간다. 우리 회사가 워낙 삥삥 노는 회사인지라 이런 연휴가 있을때면 그 전날도 반만 하고 다들 집으로 가곤 하지. 울 회사는 도데체 뭐하자는 회사인지, 일을 하자는 건지 말자는 건지 아직도 아리까리한 회사지만, 그래도 이럴때면 좋은 회사려니 하고 아직까지도 입닥치고 걍 다니고 있다. 암튼, 계산해보니 지금부터 요이 땅 하면 4일 반동안 삥삥 놀수 있네? 4일 반이라… 뭐하고 놀까. 지금 양손을 모으고 손가락들을 맞부닥히며 뭐하고 놀아야 재미있게 놀았다고 소문이 날까 심각하게 고민하는 중.
미쿡 애들은 가족들이 오손도손 모여 칠면조 다리를 뜯을텐데 난 부모님이 멀리 계신데다가 칠면조를 좋아하지도 않으니 그건 패스. 동료들이 자기네 가족 저녁에 초대를 해줬는데 그 마음 씀씀이가 고맙긴 하지만 가족끼리 모이는 자리에 끼는것도 좀 거시기 해서 그것도 패스. 블랙 프라이데이에 파도같은 인파에 떠밀려 다니면서 바닥에 널부러져 있는 물건들을 줏어가며 샤핑하는건 상상만 해도 패스. 그래서 지금으로선 토요일날 하이킹 가는거랑, 이불빨래/대청소 하는거랑, 지금 만나고 있는 남자랑 잠깐씩 놀아주는것 외엔 특별한 계획이 없는데, 그럼 나머지 시간들은 난 도데체 뭘하며 지낼것인가. 아 아 난 진정 무엇을 하며 이 황금같은 연휴를 보낼것인가.
걱정마시길. 난 지금 삥삥 논다고 (은근히) 자랑하는거지 뭘 할지 몰라 우울해하며 심각하게 고민하는중은 아니니깐. 흐흐흐.
뭐하긴 뭐해. 내가 제일 좋아하는거 하는거지. 씻지도 않은 꼬질꼬질한 모습에, 답답한 브라같은건 내던져 버리고, 다 낡아빠진 헐렁헐렁한 츄리닝 차림으로 뒹굴뒹굴 구르는거지. 라면을 먹던 밥을 해서 대충 먹던 길들여져 있는 점심이나 저녁시간이 아닌 나 먹고 싶을때 먹는거지. 밤새도록 블로깅을 하던 책을 읽던 영화를 보던 나 하고싶은거 다 하다가 결국 새벽녂에 눈이 꿈뻑 꿈뻑 감겨질때 쯤이야 자는거지. 그리고 아침마다 신경질적으로 삑삑대며 깨우는 알람놈은 휴가줘서 보내버리고는 자다 자다 더이상 허리가 아파서 못 잘때까지 푹 자는거지. 뭐라 하는 사람도 없고. 신경써야 될것도 없고. 책임감도 없고. 의무감도 없고. 환상적이지 않아?
이런 시간을 다시는 가지지 못하게 될수도 있다고. 이렇게 완벽하게 혼자서 “나 하고 싶은거 빼고는 아무것도 안하는” 시간을 즐길수 있는 날이 안올수도 있다고. 그래서 즐길수 있을때 즐겨야 된다고.
뭐, 이거야 오늘, 아니 지금 당장의 얘기이고 앞으로 몇일간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 원래 한치 앞도 못보는게 사람이지 않겠어? 생각 같아선 글이 술술 잘 써져서 요즘 잘 못하고 있는 블로그 포스팅이나 자안뜩 쓸수 있었으면 좋겠다. 피식.
해피 칠면조 데이 에브리바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