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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ve for 1월, 2011

오늘은 뭘 쓰고는 싶은데 딱히 쓸건 없고 해서, 좀 지나긴 했지만 나에겐 재미있었던, 그래서 블로그에 쓸려고 했었지만 그 타이밍을 놓쳐서 지나쳐버린, 그런 일에 대해 쓰고자 한다.

가만 있자… 이게 한 두어달 됐나? 남자의 10년지기 이성 친구가 있는데 결혼을 한댄다. 난 그녀를 딱 한번 본적이 있는데 나도 같이 오라고 했다네. 두시간정도 운전해서 가야 하는 필라델피아. 남 결혼 하는데 내가 예쁘게 하고 갈 필요는 없겠으나 그래도 오랜만에 참석하는 결혼식이니 난 드레스도 입고, 분도 톡톡 열심히 바르고, 마스카라로 속눈썹에 힘도 좀 주는등 나름 꽃단장을 열심히 하고는 딴엔 예쁘게 하고 갔다 (이거슨 물론 내생각).

가서 모르는 사람들과 인사를 많이 했다. 나야 뭐, 거기에 아무도 모르지. 그렇게 여기저기 인사를 하고 남자와 자리를 잡고 앉는다. 그런데 저쪽에서 어떤 여자가 이쪽을 자꾸 흘끔흘끔 쳐다본다. 한 세살이나 네살정도쯤 된, 아들인듯한 남자 어린애와 앉아 있는 내 또래의 여자.  그거 있잖아 왜. 딴에는 몰래 쳐다보는것 같은데 이쪽에서는 다 느껴지는거. 암튼 한참동안 그러더니, 어느 순간 나를 향해 다가온다. 그러고는 너무나도 환하게 웃으며 나에게 인사를 한다. 내 얼굴에 자기 얼굴을 좀 심하다 싶을 정도로 가까이 대고 악수까지 청하며. 난 얼떨결에 악수를 하며 인사를 한다 (속으로는, 이 여자는 왜 자기 얼굴을 이렇게 내 얼굴 가까이 갖다 댈까 하는 생각). 그러더니 내 이름을 묻는다. 그래서 난 또 얼떨결에 내 이름을 말해준다 (속으로는, 이 여자는 왜 내 이름을 묻지란 생각과, 자기 이름부터 말하고 내 이름을 묻는게 순서인데 하는 생각. 결국 자기 이름은 말을 안함). 하지만 뭐, 그럴수도 있지 하며 별일 아니라 여긴다. 그녀는 나한테 인사를 다 한 뒤에야 남자와 인사를 한다. 오빠 그동안 잘 있었어? 응, 너는? 나야 잘 지내지 뭐. 남편은 안왔어? 응, 시합이 있어서 못왔어. 그렇게 간단한 안부를 묻고 대답하다가 간다.

저 여자는 누구야? 아, 결혼하는 친구랑 룸메이트를 오래 한 애야. 10년동안 룸메이트 하다가 LA로 시집갔어. 그렇구나, 결혼식 참석하러 서부 끝에서 동부 끝으로 왔으니 참 멀리서도 왔네. 남편은 뭐하는 사람인데 시합이 있대? 태권도 사범. 그래? 

잠깐동안 난 별 생각이 없다. 근데 어, 이상하다? 신부랑 오랫동안 룸메이트 하다가 태권도 사범을 만나 LA로 시집간 여자. 나 이거 분명히 아는 스토리인데. 누구더라? 그러고는 몇초 후에 깨닳는다. 그녀가 바로 그가 5년동안 사귄 여자친구였다는 것을. 결혼까지 생각하고 만났었는데, 그래서 남자는 공부가 다 끝나고도 한국에 안 돌아가고 여기서 일을 하며 그녀의 공부가 끝나길 기다리고 있었는데, 어느날 자기는 공부가 더 하고 싶다며 헤어지자고 했다던 그녀. 나중에 알고보니 그녀는 남자와 태권도 사범 사이에서 양다리를 걸치고 있다가, 태권도 사범이 LA로 이사가자 그와 결혼하러 그쪽으로 떠난거라 한다. 그녀가 그때 태권도 사범과 불타는 사랑에 빠져서 그랬던 아님 현실적으로 생각했을때 태권도 사범이 더 낳은 신랑감이여서 그랬던, 어쨌거나 저쨌거나, 남자와 그녀는 결혼할 인연은 아니었기에 안된거겠지만, 믿고 사랑하던 사람에게서 느낀 배신감으로 남자는 충격을 크게 먹었었고 오랜 시간 방황을 했었다 했다. 근데 그 여자가 그 여자였던 것이었다. 빙고.

저 여자가 그 여자지? 어… 어떻게 알았어? 눈치 되게 빠르네. 참 내, 내가 아는 여자중에 LA에 있는 태권도 사범이랑 결혼한 여자는 저 여자밖에 없거든요? 근데, 저여자 여기 오는거 알았어? 아니, 나도 재가 LA에서 여기까지 올꺼라고는 생각 못했어. 그렇구만. 근데 저 여자 왜 저렇게 오바해서 인사해? 아, 재가 원래 좀 오바하는게 있어.  

난 우선 그 상황이 굉.장.히 재미있었다. 생각지도 못한데서 남자의 옛애인을 만난 상황이라니. 그녀는 여자인 내가 봐도 괜찮은 여자였다. 괜찮은 얼굴에, 괜찮은 몸매에, 성격도 괜찮아 보이는. 나이도 (나중에 알고보니 하필이면) 나랑 동갑인데, 애를 안고 있어서 그랬지, 혼자 있었으면 아가씨로도 보였을것 같다. 그러니깐, 이 와중에도, 그녀가 내 눈에 괜찮아 보였다는건 너무나도 다행이었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더 다행이었던건, 내가 그때 민낯에 꼬질꼬질한 츄리닝 차림이 아닌 나름 예쁘게 하고 있던 상황이라는거지. 오 하느님 땡큐베리캄사. 하지만 딱 하나 기분이 좀 거시기 했던건, 그녀가 나한테 인사하러 왔을때 나만 그녀가 그녀인걸 몰랐다는 사실이었다. 하긴 뭐, 그렇다고 그때 남자가 나를 툭툭치며 “얘가 걔야” 하기도 웃긴 상황인거고, 그녀가 직접 “제가 걔예요” 하기도 웃긴 상황인거고. 나야 어쨋거나 저쨋거나 나중에라도 알게될 사실이었겠다만, 암튼, 그 인사하는 순간, 내가 그 사실을 몰랐다는 사실에 기분이 쪼오끔 거시기했다. 거기다가 그녀의 행동들을 100% 이해 못하겠는것도 좀 기분을 거시기하게 만들었던것 같다. 그러니깐, 나같으면 흘끔흘끔 쳐다는 봤었어도 차마 가서 인사는 안했을것 같거든. 하지만 뭐, 사람은 다 다르니까.

남자는 어땠을까? 우선 생각지도 못하게 그녀가 결혼식에 와서 좀 당황했었겠지. 나에게 와서 인사를 너무나도 친절하게 하니 그 모습이 또 당황스러웠을테고. 그는 내 옆에서 나에게 음료수나 음식을 열심히 갖다 나르고 내 옆을 한시도 안 떠나는등 지속적인 배려를 해주긴 했다만, 속으로는 분명 그녀와의 옛날 일들이 소록소록 생각이 났을테다. 좋은 기억이든 나쁜 기억이든. 그러면서 그때의 감정들도 다 되살아 났을텐데 나한테 티 안내며 감정을 숨기느라 고생좀 했을거다. 참고로 그는 그시간 내내 엎드려 뻗쳐를 시키면 할것같을 정도로 나에게 열심히 충성을 다했고, 내가 식사 테이블 옆자리에 앉은 처음보는 언니들과 이것저것 수다를 떨 동안에는 열심히 자신의 전화기만 들여다보고 있었다. ㅋ 

여자는 어땠을까? 남자가 신부와 친한 이성친구이다보니 결혼식에 올꺼란걸 알았을테고, 좀 비싸보이는 검정 드레스에 좀 과도한 굽의 빤짝이 구두를 신은걸 보니 나름 신경쓰고 온듯하다. 물론 결혼식이니까 신경을 쓴것도 있겠다만, 내가 여자여서 아는데 말이지, 나도 내 ex가 오는줄 알았다면 신경쓰고 갔을꺼다. 뭐, 이거야 너무나도 당연한 여자심리. 암튼 그런데 자신이 과거에 한 일이 있단 말이지. 그게 자기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 한 일이라 하더라도 말이야. 그래서 분명히 남자한테 미안한 맘이 있었을꺼다. 근데 옆에 여자를 하나 끼고 왔네? 좀 괜찮아 보이는? (다시 한번, 이거슨 물론 내생각). 자신이 차고 간 남자 옆에 누가 있다는 사실은 마음속 깊이 가지고 있는 미안함을 좀 덜어주고, 비록 옛 애인이지만 그도 잘 지내고 있는것 같아 기쁜 마음도 들었을꺼다. 하지만 내가 버린 남자 옆에 괜찮은 여자가 있다는 사실은 좀 혼란스러울것 같기도 하다. 왠지 내가 그때 내린 결정이 잘 내린 결정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것 같은. 내가 저 남자와 결혼을 했더라면 지금은 어땠을까 하는. 옛 생각이 나서였는지 그 여자는 결혼식 내내 굉장히 감정적으로 있었던것 같다. 피로연에서 제일 친한 친구로서 한마디 하는 시간에 그녀는 좀 심하다 싶을 정도로 울었는데, 10년 룸메이트가 결혼한다는 기쁨이 그렇게 심하게 울게 만들진 않거든. 이것도 물론 내 생각이지만.   

그렇게 여러가지의 미묘한 감정들을 느끼다 온 시간이었다. 나와 그녀가 느꼈을 여자들의 보이지 않는 심리와 남자가 느꼈을 심정들을 생각하느라 재미있기도 했지만, 또 그 여자와 이 남자 둘 사이의 빗겨간 인연과 그들의 생각지 못했던 해후가 씁쓸했다고나 할까. 생각같아선 둘에게 나가서 못다한 얘기나 좀 하고 오라고 하고 싶었는데, 그건 또 내쪽에서의 오바라 가만히 있었다. 집으로 오던 길에는 내가 참석했던 다른 한 결혼식이 생각이 났다. 날 버린 남자가 그의 못생긴 새 여친과 있던 자리에 내가 잘생긴 새 남친을 데리고 가서 서로를 봤던 날. 그날도 참 흥미로운 날이었어, 지금 생각해보면.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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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계획이란건 원래 연말에 해놓고는 1월 1일부터 요이 땅 하고 시작해야 하는것 같은데 난 아직도 신년계획을 세우고 있다. 솔직히는 말이지, 이젠 신년계획 같은건 개한테 줘버려도 되긴 햐. 하지만! 버트! 하우에버! 그래도 계획이란걸 세워야 그거 비스무리라도 하질 않겠어? 로또 당첨될려면 당장 로또를 먼저 사야되는것과 같은 이치지. 암. 그렇고 말고.

매년 신년계획의 일번은 항상 담배끊기였었다. 하지만 난 더이상 담배끊기를 1번으로 넣지 않겠다! 이것은 할 자신이 없다는 말도 되거니와, 솔직히는 별로 하고 싶지 않다는 말도 되거니와, 끊을때 되면 끊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말도 되거니와, 써놓고 안했을때의 느낄 내 자신에 대한 실망감을 느끼고 싶지 않다는 말도 되거니와, 담배끊기 전문가들이 하는 말처럼 온세상에 다 알리지 않고 끊을려면 그냥 조용히 끊고 말리라, 뭐 그런 말이올시다. 2010년을 작년이라고 쓰기엔 아직도 너무 어색하지만, 어쨌던간에, 작년에 한 9월달부터 11월달까지 패치를 부쳐가며 끊을려고 노력했었고, 팔의 가려움을 못견뎌서 결국 패치를 끊고 그냥 줄이기라고 할려고 노력했지만 또 한번 실패한 지금. 난 약간은 줄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아직도 열심히 너구리님들을 잡고 있고, 지금 당장은 끊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다. 그래서 다시 한번 시도하고 싶을때 시도할 생각이지 신년계획에 넣고 싶지는 않다. 이상은 담배를 끊고는 싶지만 끊지 못할 정도의 나약한 의지를 가진 한 스모커의 변명이었습니다. 흠흠.

자. 그래서 다음은 나의 별볼일 없는 신년계획. 짜자안~

1) 물 많이 마시기: 난 항상 뭔가를 마시고는 있지만 그게 물이 아니라는게 문제다. 블랙커피, 다방커피, 커피랑 코코아 섞은거, 다이어트 코카콜라, 녹차. 그런것들은 좀 줄이고 대신 건강해지는 물을 마시겠노라. 건강에도 좋고 피부에도 좋은 물. 내 너를 많이 많이 마시고야 말리랏!

2) 피부 관리(쪼옴!) 하기: 난 원래 피부가 그렇게 나쁜편은 아니어서 관리를 안하며 살았다. 햇볕이 그렇게 강한 콜로라도에서 살면서도 선크림 같은건 발라본적도 없고, 여름엔 선탠 한다고 그 강한 햇볕아래 누워있기도 했었고, 늦게까지 놀다가 집에 와서 세수하기가 귀찮아 그냥 잔적도 많았고, 아이크림 바르기 시작한지도 그렇게 오래 된것 같지 않다. 그래도 그땐 피부가 지성이어서 가끔씩 얼굴에 뭐가 날 지언정 항상 피부 좋다는 말을 들었었다. 참 용감했었지 그땐. (먼산). 지금은? 매일 아침마다 개기름 흐른다고 싫어했던 나의 지성피부는 쫙쫙 갈라지는 사막으로 변했고, 특히 눈가는 햇볕 밑에서 보면 완전 까악!+헐+왓더팍?+젠장+181818+엉엉. 이 변화는 특히 작년부터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는데, 이것도 나이 먹는것의 일부분인것 같아 좀 서러운것도 있지만, 암튼 피부관리의 중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는 지금, 나의 신년계획 2위는 피부관리다. 그렇다고는 해도 나같은 짠순이는 돈이 아깝기 때문에 차마 전문가의 관리는 못 받을테고, 걍 혼자서 이것저것 해보겠다는 말이다. 화장품 사는 돈을 아까워 하지 않는다던지, 밤에 이것저것 바를때 그냥 대충대충 찍찍 바르는게 아니라 좀 더 섬세하고 세심하게 손끝으로 톡톡 정성스레 두드리며 바른다던지, 매주 꾼준히 팩 같은것도 해준다던지, 먹던 바나나나 요거트를 얼굴에 처벅처벅 바른다던지. 왜, 얼굴에 양보하래잖아. 나도 이제 양보좀 해볼려구. 그렇게 하면 나, 나도 예, 예뻐질수 있을까효? (손톱 물어뜯고 있음)

3) 매일 스트레칭 하기: 휴… 그러니깐… 난 아직도 허리 디스크 때문에 카이로프락터에 다니고 있다. 일주일에 세번 가다가, 두번 가다가, 이제 한번씩 한달 정도만 더 가면 치료가 끝나는 거였는데, 날씨가 급 추워지면서 나의 허리도 갑자기 많이 안좋아졌다. 솔직히 요즘 내가 글이 뜸한 이유도 바로 이거. 우선은 오래 앉아있기가 좀 힘들고, 내몸이 불편하다보니 온 세상만사가 다 귀찮고, 그러다보니 글 쓰는것도 힘들고, 그냥 누워만 있고 싶고, 뭐 그런 모드. 치료는 받고 있지만 솔직히 그 치료라는건 별거 없고, 오직 내가 낳을 길은 운동과 스트레칭임을 잘 안다. 근데,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한게, 그걸 알면서도 잘 안하게 된다? 하면 아프고 힘들고 뭐, 그렇거든. 니가 아직 덜 아파서 그러는구나, 그렇게 쯧쯧 거리며 겨우겨우 하긴 하는데, 나같은 사람은 아플때만 해야 하는게 아니라 평생 꾸준히 해야 하는 사람이므로, 스트레칭 하기가 나의 신년계획중 제일 힘들것 같지만 제일 중요한 계획이다. 제일 힘들다는 부분은 매일밤 한시간씩 꾸준히 뭔가를 한다는 점에서고, 제일 중요하다는 부분은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건 건강이라는 점에서. 빨리 이 불편함에서 벗어나 눈 오는날의 똥개처럼 뛰어다니고 싶다. 힝.

암튼, 요렇게 세개가 나의 보잘것 없는 신년계획이다. 요번 신년계획은 내가 많이 노력했을때 실.제.로. 실천할수 있을 것으로만 딱 세개를 계획하고 싶었다. 그래서 담배끊기, 책 많이 읽기, 문화생활 많이 하기, 살(쪼옴!) 빼기, 머리(쪼옴!) 가만히 내버려두기, 짜증 쉽게 내지 말기, 너그러워지기, 말조심하기, 사람들한테 장난 너무 심하게 치지 말기, 다른 사람들이나 동물들을 돕기, 봉사활동 하기, 김치 담구는거 시도해보기, 한쪽 벽에 멋으로만 서있는 불뚝불뚝 뭔가가 나와있는 저 훌라우프 돌리기, 벌레를 너무 미워하지 말기 등등, 단 5분만에 쉽게 머리속에 떠오르는 이 많은것들 대신에, 조금 더 나의 매일 매일의 일상에 조그만 변화를 줄수 있는 것들로 생각해 봤다. 내가 정한 계획을 생각해보면 결국은 나의 겉모습과 건강 위주의 보잘것 없는 자잘한 것들이긴 하나, 이 세가지를 꾸준히 지켜서 이것들이 나의 습관이 된다면 이 계획은 성공한 것이다. 그게 바로 내가 바라는거고. 그렇게 난 이번 년도의 끝쯤에는 뽀송뽀송한 피부의 물먹는 하마가 되어, 어려운 요가자세도 척척 해내는 사람이 되었슴에 대해 자랑스럽게 포스팅을 올리겠다. 암. 그렇고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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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2010년이 지나가네요. 지금은 1월 1일 새벽. 난 아직 잠을 안잤고, 그러니깐 아직도 나는 2010년의 12월 31일을 살고 있다고 빡빡 우기고는 있지만, 그래도 사실상 지금은 벌써 새해로 넘어간거죠. 그래요. 새해가 밝았네요. 모두들 새해 복 많이 많이 받으세요. 다들 새해에는 1) 건강하고, 2) 돈 많이 많이 벌고, 3-1) 짝없는 싱글들은 좋은 짝들을 만나시고, 3-2) 나이찬 짝있는 싱글들은 좋은 소식을 전해주시고, 3-3) 아직 어린 짝있는 싱글들은 예쁜 연애 하시고, 3-4) 벌써 결혼했고 아이를 원하는데 아직 없는 분들은 애 만들기에 성공하시고, 3-5) 벌써 결혼했고 애도 있는 분들은 애들과 함께 모두 모두 건강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밖에, 각자들 이루고자 하는 일들이 이루어지길 바라구요, 설사 안 이루어 지더라도 실망하거나 포기하지 말길 바라구요, 힘든 일이 생겨도 꿋꿋히 잘 넘어갈수 있기를 바래요. 흠. 원래는 되게 간단하게 쓰고 싶었는데요, 이게 계속 쓰다보니 점점 디테일 해지면서 길어지고 있는데요, 이건 내가 원하던 바가 아니니 이만 멈출거지만요, 그래도 또 하나 덧붙히자면요, 지금 이 글을 보고 계시는 블로거님들이 새해에도 꾸준히 블로깅을 했으면 좋겠어요.

오늘은 제가 공손하게 존대말로 쓸려고 해요. 요즘에 내가 좀 대담해져서 욕도 막 쓰고 그러는데, 욕하면 속이 시원해지는건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계속 신경이 쓰이는건 사실이예요. 전 어쩔수없는 소심한 O형 이거든요. 솔직히는, 내가 욕까지 써가면서 글을 쓰는 이유는, 나도 남들이 느낀다는 “배설”이란걸 해보고 싶어서였거든요. 근데 난 안되네요. 그래서 배설을 한다는 사람들이 대따 부러워요. 뭐, 그건 그렇고, 앞으로는 욕은 안하겠다는 말은 아니구요, 그냥 오늘은 공손한 컨셉을 잡고 싶어서 이렇게 존대말로 써요. 지금 블로깅한지 한 일년 됬는데, 이제서야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좀 알겠고, 글은 점점 잡담식의 글이 되어가서 솔직히 별로 읽을것도 없는데, 그래도 많은 분들이 꾸준히 들려주시네요. 고마워요. 혼자서 주절주절 대는거 들어줘서. 혼자서 주절주절 대는것 보다는 듣는 사람 있는데서 주절주절 대는게 덜 외롭고 위로가 되잖아요. 그것만으로도 고마운데 일일이 커멘트도 달아줘서 고마워요. 진짜 고마워요.   

이 블로깅이란게 말이죠, 대따 웃긴것 같아요. 처음엔 그냥 심심해서 시작했거든요. 좀 외롭고 우울하기도 했죠, 그땐. 그땐 아무도 안와도 좋다, 그냥 일기 쓰듯이 써보자 하고는 시작했드랬죠. 그러다가 조금씩 사람들이 놀러 오고 나도 놀러가고 하며 우린 점점 블로그 이웃들이 되었죠. 그리고 매일 놀러갔다 놀러왔다 하며 어느덧 일년이 지났죠. 그런데 그거 알아요? 오히려 가족이나 친구들보다 일터에서 보는 동료들이랑 더 시간을 많이 보내게 되잖아요? 그래서 동료들이랑 은근히 정들고 그러잖아요? 그런식으로 나도 블로거님들한테 정이 들어 버렸어요. 내가 매일 아침 출근해서 맨 처음으로 하는게 뭔지 알아요? 구글 리더로 블로그들 체크해요. 그게 나의 일상이예요. 그리고 그 일상엔 님들이 있어요.

나요. 솔직히 당신들 잘 몰라요. 그리고 내가 글을 써보니까 알겠는데,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서 오해를 사듯이 나도 당신들을 오해하고 있을지도 몰라요. 블로깅에 쓰는 글로 내 자신을 설명하기에는 너무나도 많은 제한들이 있거든요. 결국은 자신들의 일부분만 나타난다고 생각해요. 처음엔 나도 아 이사람은 이런 사람이구나, 아 저사람은 저런 사람이구나 하고 빠른 결정을 내버리기도 했구요, 아무것도 모르면서 그 사람을 알것 같다는 착각에 빠지기도 했었어요. 지금은 아니예요. 그냥 당신들이 보여주고 싶은 부분만 보고 그걸로 만족해요. 그리고 그걸로도 고마워요. 생판 모르는 사람한테 내 자신을 보인다는 일은 어찌보면 좀 용감해야 하는 일이거든요.

지금이 년말이잖아요. 부모님을 생각해요. 지금 콜로라도는 영하로 내려가고 장난 아니라는데 에고, 많이들 춥겠다. 그렇게 콜로라도에 있는 다른 가족과 친구들을 생각하다보면 역시 콜로라도에 계신 종혁님이 생각나요. 돈없는 유학생, 부모님 뵙는것도 무산되서 마음의 상심이 클텐데 에고, 얼마나 춥고 외로울까. 쯧쯧. 그럼 또다른 유학생인 시카고에 계신 괭이님이 생각이 나죠. 괭이님이 처음엔 좀 힘들어 해서 마음이 많이 안좋았는데 그래도 적응을 빨리 하며 학기를 마쳐서 기분이 좋았거든요. 그런데 종혁님처럼 겨울방학을 외롭게 보낼것 같아 살짝 걱정했었는데 한국에 나가 가족들과 같이 시간을 보내고 있으니 얼마나 좋아요. 시카고? 시카고하면 또 J님 계시죠. 지금 J님 부모님이 건강상에 문제가 있어서 마음이 많이 안좋을텐데 그 망할놈의 남친이 J님 마음을 못 달래줘서 혼자 쯧쯧 거리게 되요. 조만간 프랑스도 간다던데, 많은 일들이 벌려져 있는 지금, 제말 마음 편한 연말이 됬으면 좋겠어요. 프랑스하면 또 퍼프님도 계시죠. 요즘 글이 뜸한걸 보니 바쁘신가봐요. 만성 위염에 예민한 정신세계를 가진 퍼프님이 겨울이라 더 우울해 해서 걱정되요. 그렇게 예쁜 분홍색으로 앨범을 만들어 놓고서는. 빨리 겨울이 지나가서 퍼프님이 분홍색 봄을 맞이했으면 좋겠어요. 또 프랑스에 있다 한국으로 가신 파이네플님은 그 A 학교에서 연락이 왔나 모르겠네요. 지금쯤 새롭게 칠한 손톱과 새롭게 한 머리 스타일로 신나게 놀러 다니고 있었으면 좋겠어요. 아델라님은 뭐가 어떻게 되는지 궁금했었는데 최근의 포스팅으로 여러가지를 알게 됬어요. 아무쪼록 웰컴백투 디씨. 내년에는 마라톤에 대한 포스팅 기대할꺼예요. 그리고 서른이란 책도 꼭 읽을꺼예요. Sue 님은 이제 일도 찾았겠다, 결혼도 조만간 하겠다, 그냥 지금 계획하고 있는 일들이 다 순탄하게 마무리 되었으면 좋겠어요. 결혼때문에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말길 바라구요. 귀여운 행님은 예쁜 연애 많이많이 하세요. 할머니 일은 죄송해요. 맥스님은 안지는 얼마 안됬지만 힙합 음악 하는거 잘 됐으면 좋겠어요. 나이 들어서 힙합 한다는거에 대한 사람들의 시선이 좀 힘들것 같아요. 그래도 좋아하는걸 계속 하는 용기도 아무나 있는게 아니거든요. 대박 나시길. 연필아해님은 요즘 뜸하신데 혹시 연애하시는지 궁금해요. 방모님은 새로운 사이트를 열어서 가봤는데 아직까지는 도통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이해를 못하겠고. 봉고차님은 학교 계속 열심히 다니시고 있겠죠. 호림님은 지금쯤 여친이랑 따땃한 연말을 보내고 계실테구요. 

그밖에도 내가 몰래몰래 눈팅하는 많은 블로그의 주인장님들. 그들의 남편과, 아내와, 남친과, 여친과, 자녀들과, 개들과, 고양이들이 모두 모두 잘 지내기를 바래요. 그들은 모르겠지만 내가 님들에게 가지고 있는 애정을 그들한테도 가지고 있거든요. 잘 모르겠어요. 내년엔 용기내서 댓글 한번 달아볼까봐요. 맨날 눈팅만 하는것도 왠지 좀 미안한거 있죠.

내가 지금 무슨 생각으로 이렇게 긴 글을 주저리 주저리 쓰고 있나 모르겠어요. 그냥, 그걸 말해주고 싶었어요. 난 당신들을 잘은 모르지만, 당신들은 내 일상속에 들어와 있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난 당신들에게 많은 애정을 가지게 됐노라고. 그래서 고맙다고. 내가 당신들에게 애정을 가질수 있게 해줘서. 내가 당신들을 언젠가는 한번 직접 만날수 있게 될지, 아님 작별인사 한번 제대로 못하고 그냥 서로에게 잊혀지는 존재가 될는지는 모르겠어요. 사람 일이 어떻게 될는지는 아무도 모르잖아요. 만약 어느날, 당신들이 사정상 블로그를 관둬야 되는 날이 온다면 포스팅이라도 하나 올리고 블로그를 접는걸로 약속해줘요. 내가 당신들한테 이만큼 애정을 가지고 있다고 고백하고 있는데, 그거 하나 정도는 해줄수 있겠죠. 그리고 만약 어느날, 내가 당신들을 직접 만날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그땐 우리 악수하지말고 한번 꼬옥 껴안읍시다. 그만큼 반가울 꺼잖아요. 안그래요?

뭔 글이 이렇게 흘러가서 이렇게 끝나는지 모르겠어요. 이런걸 쓸려고 한건 아니었거든요. 그냥, 연말이고 새해고 하다보니까 마음이 말캉말캉해져서 그런것 같은데, 그렇다고 꾸미거나 부풀려서 쓴건 아니예요. 그냥 새해 타이밍을 이용한 뻘쭘한 고백이라고 받아주세요. 그리고 지금이 새벽 4시인데 (꺄악!) 사람이 새벽 4시쯤엔 제정신이 아니거든요. 올빼미족들은 지금 이 상태를 이해하시겠죠. 뭔가, 굉장히 깨어있는 기분이지만 사실은 내 세상 안에 들어와 있는 상태.

암튼 이만 써야겠어요. 항상 글이 길어서 미안해요. 난 짧고 간결하게 쓰는게 로망인데 그게 절대로 안되거든요. 전 이제 포기했어요. 새해부터는 내 자신의 글쓰기에 대해 더이상 미안해 하지 않을꺼예요. 다들 그렇게 알고들 계세요.

이제 진짜 그만 쓸께요. 이게, 무슨 편지처럼 쓰다보니까 자꾸 길어지네요. 근데 생각해 보니까 오늘만 날이 아니잖아요? 왜 이렇게 미련을 떨고 있나 모르겠어요. 솔직히는 이 글을 어떻게 마무리 해야할지 모르겠어요. 그래서 다시 한번 새해에 복 많이 받으라는 말로 이 글을 끝내요. 이 블로그에 놀러 오시는 모든 분들. 새해 복 많이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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