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림좀 그려보겠다고 스케치북이랑 연필이랑 사왔더니 다들 뭔가 기대하는 분위기? 에이. 그러지 마요. 난 분명히 말했다, 그림의 그자도 모르는 초짜라고. 여기에서 확실히 밝히는데, 내가 잠수님께서 받은 인스퍼레이션이라 함은, 걍 대충대충 그리는것 같은 그의 그림들을 보면서 (잠수님 메롱!), 누구나 다 그림을 그릴수 있다는 것과, 완벽하게 잘 그리지 않아도 그림그리기를 즐길수 있다는 것과, 그림 그리기가 그리 힘든일만은 아니라는걸 느꼈기 때문이다. 내가 예전에 스케치북 하나 사다놓고 몇개 끄적거리다가 관둔적이 있는데, 그건 내가 약간 완벽주의자 기질이 있는데다가 내가 하는건 모든지 잘 하려는 욕심이 있기 때문이다. 욕심은 많은데 실력은 안되니 재미가 없을수밖에. 그런데 지금은 그렇게 잘 안그려도 된다는걸 깨닭은것 같다. 그래서 그냥 자유롭게 그리고 싶은거 그릴려구. 그게 바로 취미생활 아니겠나. 헤헤. (암튼 말은 잘해요. 쯧쯧)
그리하야… 오늘 어제의 계획대로 그림을 그려봤다. 잠깐 연필들에 대해 예기하자면, 호기심에 다 써보았는데 차이가 있긴 있다. 개인적으로는 심이 딱딱하고 안 진한 H 연필들은 잘 이용을 못하겠더라. 그래서 B 연필들을 많이 썼는데, 결론적으로 보자면 걍 4B 연필 하나 하고 B 연필 하나만 있으면 될듯. 샤프도 잘 이용하면 좋을것 같다. 난 흑백의 조화만으로 그린 그림들의 느낌을 참 좋아하는데, 내가 직접 연필로만 그려보니, 연필가루가 손에 묻어서 그림에 의도치않게 번지는건 싫었고, 또 생각보다 명암을 표현하는게 힘들었다. 그나마 어제 사온 지우개가 너어무 잘 지워지는 지우개라 아주 흡족했다. 진짜 잘샀어. 그거 없었으면 어찌했을꼬.
뭘 그려볼까 방을 또 휙 둘러보니 눈에 띄던 일본 목각인형. 보통 꽃병에 꽃혀있는 예쁜 꽃같은거 그리던데 내 집에 그런게 있을리가 없지. 이 인형은 친구가 일본갔다가 내 선물로 사들고온 인형이다. 내가 펭귄놈에게 새미란 이름을 지어줬듯이 이 인형의 이름은 미야꼬다. 몰라, 그냥 그때 그 이름이 생각났었어. 이 미야꼬는 색깔이 알록달록한게 참 예쁜 인형인데 연필로만 색깔을 표현하기가 힘들었다. 나름 빛의 각도같은것도 표현하고 싶었는데 인형 색깔의 명암과 빛의 명암을 같이 표현할려다보니 실력부족으로 요렇게밖에는 안나왔다. 그래도 함 올려본다. 걍 다들 웃으시라고.
이거 다 그리고나니 하나 더 그리고 싶어졌다. 그래서 또 뭐 그릴만한게 있나 하고 휙 둘러보니 향수병이 눈에 띄었다. 그래서 그거랑 걍 옆에 있던 화장품 몇개 집어다놓고 그렸다 (이렇게 내 살림살이가 하나 둘씩 블로그에 올려지는구나…). 이래뵈도 나름 중심이 잡히게끔 배열했다오. 오른쪽 향수병 옆으로 살짝 돌려놓은거 보여? 이래뵈도 일.부.러 그렇게 한거라구. 브랜드 이름들은 걍 생략하기로 결정. 돈도 안받고 광고해주긴 싫으니까. ㅋ
그렇게 오늘 나의 그림그리기는 나름 성공적으로 끝났다. 비슷하게 나온것 같아서 내 자신은 만족하고 있다 (명암 표현만 빼고!). 참고로 이거 두개 그리는데 시간 많이 안걸렸다. 낮에 티비를 켜보니 한 체널에서 오늘 스티븐 킹 영화들을 마라톤으로 방영하는중. 그래서 영화 하나 시작할때 그리기 시작했다가 끝날때쯤에 나도 다 그렸다. 중간에 밥도 먹고 빨래하느라 왔다갔다 하기도 하면서. 정지된 사물 그리는건 생각보다 안 어려웠다. 관심 있는 분들은 나처럼 함 해보시길. 나에겐 참 재미있는 시간이었다. 진짜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