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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ve for 11월, 2010

1. 오랜만에 잠을 너어무 많이 잤는지 머리가 지끈지끈하네. 지금 밖은 우중충하니 싸리비가 내리는데, 딱 잠자기 좋은 날씨이긴 하다만 진짜, 인간적으로, 더이상은 못자겠다. 아침부터 여기저기서 해피 땡스기빙 문자들이 날라오는데, 그래요 너도 해피 땡스기빙 하세요 하고 답문자를 보내고는 또 잠이 들만하면 하나 날라오고. 또 답문자 보내고 이불 속으로 파고들어 잠에 솔솔 빠져들때 쯤엔 다른 하나가 날라오고. 그런식으로 한 2시간을 개기다가 결국 포기하고 일어나서 나도 울 아바이 오마니 동무께 전화 한번 드렸다. 엄마, 해피 땡스기빙! 그러자 울 엄마, 지금 뭐라고 했는지 확실히는 기억이 안나는데, (1) 뭔놈의 땡스기빙은 땡스기빙; (2) (억지로) 그, 그래. 너도; (3) (인사말 개무시 하시고) 잘 있었어?; 그 셋중에 하나. 난 역시 울 엄마 딸.

2. 생일때 받는 생일축하 메세지는 고마우면서도 당황스럽다. 내 생일이 그들에게 저언혀 중요한 날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 날을 기억해 줬다는게 참 감동스러울 정도로 고맙지만, 난 울 가족의 생일들만 겨우 기억하고 친한 친구들의 생일도 툭하면 잊어먹는 사람인지라 그런 메세지를 받을때면 내가 그들처럼 그런 “기념일” 같은 것들에 대해 센시티브한 사람이 아님이 미안하고 당황스럽다. 암튼, 생일 메세지는 그런데 말이지, 땡스기빙이나 크리스마스 메세지는 사람에게 직접 말할때는 괜찮은데, 문자로 주고 받을때는 쪼오끔 그래. 다 똑같은 메세지들. 해피 땡스기빙. 메리 크리스마스. 다른점은 그냥 어떤 메세지는 웃는 얼굴이 들어가 있다거나 아님 느낌표가 하나에서 세개로 늘었다던가 하는거. 또옥같은 문자들을 주고받고 하는게 너무 형식적으로 느껴져서 그런걸까. 뭔가, 카피 엔드 패이스트 하는 느낌. 이메일 할때 그냥 포워드 버튼 누르는 느낌.  그래도 다 나 생각해서 문자 보내는 거니까 고맙게 생각해야겠지?

3. 주말마다 머리가 지끈지끈 아픈건 매일매일 하루종일 커피를 마시다가 안 마시니 나타나는 카페인 윗드로우 현상. 처음엔 모르고 약을 먹었는데 어느날 우연히 마신 커피 한잔에 두통이 싹 사라지는걸 느끼며 깨닳았지. 커피를 보약처럼 마시는 일인이 아니라 커피 없이는 function을 못하는 일인이군. 암튼 커피 한잔부터 타가지고 올께요. 헐렁한 츄리닝을 질질 끌며 부엌으로 어슬렁 어슬렁.

4. 아, 바로 이맛이야. 흐흐흐.

5. 어젯밤에는 오랜만에 영화 마라톤을 때렸다. 극장가면 갑자기 팝콘이 땡기듯이 갑자기 마른 오징어 같은게 땡겨서 급하게 나가 사오기까지 했다. 그렇게 버터구이 오징어에 콜라 온 더 락을 갔다 놓고 보기 시작한 첫번째 영화는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제목을 보니 실화 바탕의 작품인것 같아 봤는데 오 노. 전개는 너무 느리다고나 할까 너무 잔잔하다고나 할까, 자꾸 지루해져서 집중력은 떨어져 주시고. 죽이고 살리고 하는 장면은 요즘 한국 영화답게 많이 잔인해 주시고. 김복남 친구로 나오는 여자는 진짜 못되 쳐먹어 가지고는 짜증만 나고, 김복남이 무도에서 그런 인간같지도 않는 대접을 받으며 사는것도 너무 병신같아 화가 나고. 거기에 나오는 남자 새끼들은 뭐, 다 죽어야 마땅한 놈들이고. 그냥 그런 짜증만 일으키는, “이끼”를 떠올리게 하던 영화. 그 다음엔 “악마를 보았다”를 봤다. 최민식은 역시 연기를 잘하고 이병헌은 역시 똥폼을 잘잡고. 역시 피를 갖다 들이 붇는 잔인한 장면이 많은 영화. 나쁜놈은 보는 즉시 죽여야지 괜히 살려 뒀다간 피혜만 더 생긴다는 전형적인 공포/스릴러 물의 룰을 잘 보여준 영화. 최민식이 하도 연기를 잘해서 “악마를 보았다”라는 제목을 잘 지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재미있게 봤다라고 말하기엔 난 “올드보이”를 너무 재미있게 봤어. 자꾸 비교되네. 암튼 진짜 궁금한거. 진짜 그런 사람들 있나? 아니, 물론 뉴스에서 가끔씩 나오긴 하지만, 그래도 진짜 그런 사람들이 세상에 많이 있나? 그냥 내가 몰라서 그런건가? 진짜 있으니까 그런 영화도 만드는건가 싶어 그래. 아 끔찍해.

6. “죽이고 싶은”을 한 30분 보다가 잠도 슬슬 오고 영화도 별로 관심이 안가서 스탑. 보통 영화는 재미 없어도 끝까지 보는데, 그래서 이 영화도 아마 끝까지 보지 않을까 싶은데, 아 진짜, 이건 안봐도 대충 어떨지 상상이 가니 갈등생기네. 요즘 한국 영화들은 다 왜 이럴까. 공포물은 사람 깜짝깜짝 놀라게 하는게 싫다못해 화가 나서 안보고, 미스테리/스릴러 같은건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장르인데, 요즘 한국 스릴러 물들은 다 그냥 그래. 그냥 점점 잔인해지기만 해서 눈을 뜨고 못보게끔 만드는게 트렌드인가. 잔인하면 잔인할수록, 뒤틀리면 뒤틀릴수록 잘만든 스릴러 물일까? 뭐가 문제일까? 아무래도 스토리라던가, 전개 방식이라던가, 설명 부족이라던가 하는, 그밖의 문제들이 문제겠지?

7. 흠. 늘어지게 자고 일어나서 빈둥빈둥 거렸더니 벌써 배가 살살 고픈게 조만간 뭘 좀 만들어 먹어야 겠군. 누구는 이런 빈둥거리는 시간이 아깝지 않냐고, 밖에 나가 뭐라고 해야 하는거 아니냐고, 혼자서만 액티브한 인생을 사는 사람처럼 말을 하던데. 난 하나도 안 아까워. 비행기타고 멀리 놀러가서 바쁘게 구경하고 다니는건 여행이지 배캐이션이 아니잖아. 밖에 나가 샤핑을 하거나 사람들을 만나거나 하는건 바쁜 하루를 보낸거지 배캐이션이 아니잖아. 진짜 배캐이션은 이렇게 빈둥거리면서 몸과 마음을 푹 쉬어주는건데, 그래서 난 지금 그걸 즐기고 있는데, 왜 그게 아깝다고 생각을 할까. 아직 이런 배케이션의 필요성을 못 느껴봐서 그런가. 아가야. 조금만 있어봐라. 피식.

8. 남자가 놀아달랜다. 오늘밤 12시부터 시작되는 빅세일에 동참하잰다. 딱 한군데를 가고 싶다는데 나도 마침 그 가게에서 사야할게 있긴 있어서 가보면 좋긴 할텐데, 난 또 지금의 꼬질꼬질한 모습에서 벗어나 씻고 꾸미고 하기가 굉장히 귀찮을뿐. 그래도 블로깅인지 뭔지 한다고 하면서 궁금해 죽겠는데도 주소도 안알켜주고, 오늘같은 날도 혼자 있고 싶다고 하는데도 안 삐지고 잠자코 기다려주는 남자니 같이 놀아주긴 놀아줘야 할듯. 아 귀찮아.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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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아기다리 고기다리던 땡스기빙 윜의 수요일. 지금 몇시? 오후 2시. 지금 어디? 지금 집안. 지금 뭐해? 지금 놀아. 예에에에아. 피스 아웃.

오늘부터 놀기 시작해서 월요일이나 되야 다시 일을 간다. 우리 회사가 워낙 삥삥 노는 회사인지라 이런 연휴가 있을때면 그 전날도 반만 하고 다들 집으로 가곤 하지. 울 회사는 도데체 뭐하자는 회사인지, 일을 하자는 건지 말자는 건지 아직도 아리까리한 회사지만, 그래도 이럴때면 좋은 회사려니 하고 아직까지도 입닥치고 걍 다니고 있다. 암튼, 계산해보니 지금부터 요이 땅 하면 4일 반동안 삥삥 놀수 있네? 4일 반이라… 뭐하고 놀까. 지금 양손을 모으고 손가락들을 맞부닥히며 뭐하고 놀아야 재미있게 놀았다고 소문이 날까 심각하게 고민하는 중. 

미쿡 애들은 가족들이 오손도손 모여 칠면조 다리를 뜯을텐데 난 부모님이 멀리 계신데다가 칠면조를 좋아하지도 않으니 그건 패스. 동료들이 자기네 가족 저녁에 초대를 해줬는데 그 마음 씀씀이가 고맙긴 하지만 가족끼리 모이는 자리에 끼는것도 좀 거시기 해서 그것도 패스. 블랙 프라이데이에 파도같은 인파에 떠밀려 다니면서 바닥에 널부러져 있는 물건들을 줏어가며 샤핑하는건 상상만 해도 패스. 그래서 지금으로선 토요일날 하이킹 가는거랑, 이불빨래/대청소 하는거랑, 지금 만나고 있는 남자랑 잠깐씩 놀아주는것 외엔 특별한 계획이 없는데, 그럼 나머지 시간들은 난 도데체 뭘하며 지낼것인가. 아 아 난 진정 무엇을 하며 이 황금같은 연휴를 보낼것인가.

걱정마시길. 난 지금 삥삥 논다고 (은근히) 자랑하는거지 뭘 할지 몰라 우울해하며 심각하게 고민하는중은 아니니깐. 흐흐흐.

뭐하긴 뭐해. 내가 제일 좋아하는거 하는거지. 씻지도 않은 꼬질꼬질한 모습에, 답답한 브라같은건 내던져 버리고, 다 낡아빠진 헐렁헐렁한 츄리닝 차림으로 뒹굴뒹굴 구르는거지. 라면을 먹던 밥을 해서 대충 먹던 길들여져 있는 점심이나 저녁시간이 아닌 나 먹고 싶을때 먹는거지. 밤새도록 블로깅을 하던 책을 읽던 영화를 보던 나 하고싶은거 다 하다가 결국 새벽녂에 눈이 꿈뻑 꿈뻑 감겨질때 쯤이야 자는거지. 그리고 아침마다 신경질적으로 삑삑대며 깨우는 알람놈은 휴가줘서 보내버리고는 자다 자다 더이상 허리가 아파서 못 잘때까지 푹 자는거지. 뭐라 하는 사람도 없고. 신경써야 될것도 없고. 책임감도 없고. 의무감도 없고. 환상적이지 않아?

이런 시간을 다시는 가지지 못하게 될수도 있다고. 이렇게 완벽하게 혼자서 “나 하고 싶은거 빼고는 아무것도 안하는” 시간을 즐길수 있는 날이 안올수도 있다고. 그래서 즐길수 있을때 즐겨야 된다고.

뭐, 이거야 오늘, 아니 지금 당장의 얘기이고 앞으로 몇일간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 원래 한치 앞도 못보는게 사람이지 않겠어? 생각 같아선 글이 술술 잘 써져서 요즘 잘 못하고 있는 블로그 포스팅이나 자안뜩 쓸수 있었으면 좋겠다. 피식.

해피 칠면조 데이 에브리바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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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친구의 일도 그랬지만, 일터에서 친하게 지내는 동료들에게도 안좋은 일들이 있어서 좀 우울하게 보낸 몇일이었다. 기집애들, 알고 보니 다들 혼자서들 힘들어 하고 지냈었어. 물론 나도 힘든 일이 생기면 입 꼭 다물고 혼자서 조용히 있는 스타일인지라 그 마음은 충분히 이해를 한다만은, 난 나대로 그동안 남의 속도 모르고 실실 장난치던게 생각나 미안해졌다. 거기다가 얘기 하다가 다들 하나같이 우는데 아… 난 진짜 누가 울면 어떻게 해야 하는질 모르겠어. 그냥 조용히 안아줘야 하는지, 다 울때까지 가만히 기다려줘야 하는지, 아님 웃긴 말을 해서 분위기를 바꿔야 하는지. 결국 난 항상 웃기는 쪽을 택하는것 같지만. 암튼, 중이 제머리 못 깎는다고, 내것도 잘 못하는 주제에 많은 이들에게 많은 조언을 해준 한 주였다. 이십대 애들의 고민에 대해선, 넌 뭘 이따위를 갖고 고민을 하냐는 투로 나름 쉽게쉽게 조언을 해주었는데, 갸들도 나의 별거 아니라는 투에 위안이 되었는지 내 조언에 대해 만족해 하는 눈치였다. 하지만 삼십대 애들의 고민은 나도 한숨만 쉴뿐 마땅히 해줄 말이 생각이 안나는걸 보니 역시 나의 지혜로움(이란걸 내가 가지고 있다는 가정아래)은 삼십대를 못 벗어나나 보다. 내가 이십대들의 문제가 쉬워보이듯, 사십대가 보면 우리 삼십대의 문제들도 쉬워보일까 하는 궁금증이 들었는데, 그래서 주위에 지혜로운 어른이 한분 계시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또 꼭 “지혜로운 어른”이 아니더라도 울 부모님같은 “보통 어른”이면 알수 있지 않을까 하다가, 젠장 나도 사실 어른인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지혜로운 어른”은 둘째 치더라도, “진짜 어른”이 되기엔 뭔가 마안히 부족한 이 느낌은 뭘까. 난 도데체 언제쯤에야 진정한 어른이 될수가 있을까.  

2. 오늘 아침에는 회사에서 쓰는 컴퓨터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 계속 파란 화면만 떴다. 우. 더 블루 스크린. 이거 뜨면 좀 심각한 문제인건 알아서 MIS 헬프 데스크에 전화해서 오랜 기다림 끝에 누군가와 얘기를 하고, 또 오랜 기다림 끝에 누가 오고, 또 오랜 기다린 끝에 아무래도 하드를 바꿔야 겠다는 소리를 듣고, 또 오랜 기다림 끝에 템포라리 랩탑을 받고, 또 오랜 기다림 끝에 여러가지들의 셋업들이 끝나고. 그렇게 오늘 아침 내내 아무 것도 못하고 계속 주구장창 기다리기만 하는데 그 상황이 참 웃기더라. 이거 이거, 컴퓨터 하나 고장나니까 아무것도 못하는구만. 이런식으로 가끔씩 인간이 얼마나 기계에 의존하고 있는지를 느낄때면 기분이 싸하다. 진짜, 기계들이 어느날 반란이라도 일으키면 어쩔려구 그래, 응?! (네, 저 SF 영화를 너무 많이 봤어요). 암튼 내 전 컴퓨터에 저장해논 몇가지의 개인적이 파일들이 제에에에에발 복구가 되기를 양손 손가락 꽈악 꼬고 기다리고 있는 일인입니다. 왜 백업을 안해놨냐고는 묻지 마세요. 꼭 좀 복구해달라는 나의 부탁에 멋적은 웃음과 함께 살짝 갸우뚱 거리던 그의 고개를 생각하면 지금 제 위에선 산성이 화산 폭발하듯 분출되니까요. 그래 뭐, 그 파일들 없다고 죽는건 아니니까 걱정 말자 하면서도 흠… fuck!!!

3. 흙을 갈아준 내 화분들이 다 죽어 나가고 있다. 내 “이름모를 잡초”는 완전 사망하셨는데 그의 죽음에는 내가 크게 한몫 했다. 잎들이 다 시들다 못해 까맣게 죽어나가고 있길래, 죽은 잎들을 뜯어주면 더 좋을것 같아 조심스레 손질해 주고 있었는데, 뜯다보니 결국 가운데 부분의 연한 잎파리 두세개만 새파랗게 남아 있는데, 또 보아하니 그 가운데 부분에서 새로운 잎사귀들이 계속 나오는것 같아 앞으로의 희망이 보여 기뻐했는데, 마지막 죽은 잎파리를 뜯는 도중 가운데 부분의 잎파리들이 같이 들려서 뜯겨 버렸다. 순식간에 일어난 믿을수 없는 상황에 난 몇분동안 그 앞에 입 벌리고 멍하니 앉아 있다가 결국 현실을 받아 들였지. 그래요. 내가 그 이름모를 잡초를 죽였어요. 흑흑. 미안해서 어떻해요. 꺼이꺼이. 내 건강하던 재스민도 지금 비실비실하니 죽기 일보 직전이고, 새싹을 틔어내던 캐모마일도 시들시들하다 다들 죽은걸 보고는 내가 혹시 흙을 잘못 샀나 싶어 흙 봉지를 앞에 두고 땅에 털썩 앉아 열심히 읽어봤지만 제대로 산게 맞더라. 도데체 뭐냐고요. 왜 내 애들이 다 죽어 나가냐고요. 사람도 환경이 바뀌면 스트레스를 받는지라 얘들도 흙을 갈아주면 스트레스를 좀 받을꺼라 예상은 했다만 그래도 이건 아니지. 이럴줄 알았으면 그냥 냅둘걸 그랬어. 아 속상해. 엉엉.     

4. 어째 포스팅이 이런다냐. 그냥 생각나는대로 주절주절 쓰고 있는데 다 우울한 얘기들 뿐이군. 그래도 나름 일관성은 있군. 후훗.

5. 꼭 날씨가 추워지기 시작하면 빨간 립스틱이 바르고 싶다. 쥐 잡아먹은 입술. 그게 하고 싶다고. 그래서 주말에 친구와 샤핑하던 중 화장품 가게에 들어가 여러가지의 빨간색 립스틱들을 발라보다가 하나 맘에 드는걸 발견하긴 했는데, 립스틱 하나에 $30 이라니 나같은 짠순이는 아마도 안 살테지만, 그래도 상상했던것 보단 잘 어울려서 나름 만족했다. 친구도 자기가 상상했던것처럼 이상하진 않다고 신기해 했다. 그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될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만. 흠. 암튼, 내가 보통 입는 옷들은 검정색과 회색 사이의 변화무쌍한(응?) 색깔들이고, 얼마 전에 산 스머지라는 붓으로 그리는 아이라이너가 진하고 깔끔한 아이라인을 만들어줘서 굉장히 만족해 하고 있는데, 거기다가 머리를 땡기고 땡기고 또 땡겨서 묶는 것으로도 모잘라 실핀들로 여기저기 꽉꽉 누르고 다니는 요즘, 쥐 잡아먹은 입술로 일에 짜잔 하고 나타나면, 다들 나한테 무슨일 있냐고 물어볼것 같애. 가끔은 그런 오해를 받을만큼 스타일을 확 바꿔 주는것도 좋지 뭐. 지겨운 환경이 싫어서 한번씩 확 바꿔주는 사람도 있고 (생각해보니 딱 나네?), 인간관계도 한번씩 확 뒤집어주는 사람도 있는데 (그러고보니 또 나네?), 이까짓 스타일 쯤이야 뭐. 우리 모두 변화를 두려워하지 맙시다 라는 뜬금없는 마무리 멘트를 날리며 굿나잇 에브리바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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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야.

내 오늘 너때문에 마음이 많이 아프다.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너의 울음소리에 난 굉장히 혼란스런 하루를 보냈다. 미안하다, 조금 더 따뜻하게 말해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조금 더 이해해 주지 못해서. 그리고 진짜 미안하다, 너 대신 해줄수 있는게 없어서.

분명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 그리고 분명 네가 보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 안타깝게도, 네가 아무리 설명해봤자 난 내가 이해 못하는건 이해 못할테고, 또 내가 아무리 설명해봤자 네가 못보는건 못볼테다. 그러니 오늘 아침에 서로가 느꼈을 답답함은 너의 탓도, 나의 탓도 아니다. 

난 오늘 아침에 너에게 화가 나는건 아니라고 했다. 그 썅놈의 새끼한테 화가 나는거지, 너한테 화가 나는건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하루종일 곰곰히 생각해본 결과 난 너에게도 화가 나있다. 난 너가 네 자신의 대해 생각을 안하는게 너무 너무 화가 나서 미칠 지경이다. 네 인생의 주인공은 너다. 그리고 네 인생은 아무도 대신 살아주지 않는다. 결국 환한 햇볕쪽으로 가느냐 아님 짙은 먹구름쪽으로 가느냐는 너가 네 자신을 이끄는데에 있단 말이다. 그런데 벌써 짙은 먹구름 속에 들어와 있는 너는 나오라 나오라 하는 나에게 거기가 편하다 한다. 내가 어떻게 해야겠니. 오지랍을 떨어서라도 그 속에 들어가서 네 손 붙잡고 끌고 나와야겠니 아님 내 평소처럼 그것도 니팔자 그러며 방관해야겠니. 내가 진짜 어떻게 해야겠니.

너, 가슴에 손을 얹고 곰곰히 생각해봐라. 너가 진짜 원하는게 뭔지. 난 말이다, 네가 뭘 원하는지 알것같다. 비록 넌 내게 내가 틀렸다고 말했지만. 그리고 난 말이다, 너의 혼란스러움이 어디서 오는지도 알것 같다. 내가 말하면 넌 그것도 틀렸다고 하겠지만. 그래. 내가 틀렸을수도 있다. 그리고 그런건 상관 없다. 넌 나에게 다 말할 필요도 없고 설명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한번 날 잡아서 머리 깨지도록 곰곰히 생각해봐라. 네 속 깊숙이 들어가고 또 들어가서 아주 솔직하게 네 자신에게 물어봐라. 네가 진짜 원하는게 뭔지. 네가 지금 왜 이러고 있는지. 자신과 단판을 짓는 일은 아주 힘든 일이고 하기 싫은 일이지만 가끔씩은 꼭 해야만 하는 일이다. 그리고 넌 지금 그것부터 해야 한다. 너가 지금 인정 안하고 있는 것들을 인정해야 하기 때문에. 그리고 그 과정을 지나가야 네가 네 자신을 이해할수 있기 때문에. 그리고 나면 너도 네가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답이 나올게다. 아니, 네가 벌써 알고 있는 답을 인정할수 있을게다. 그게 프로세스다.

바다 보고 싶니? 가자. 산이 보고 싶니? 가자. 어디든 너 가고 싶은데로 가자. 가서 단판내고 오자. 난 더이상 널 이대로 놔둘수가 없다. 미안하다, 네 허락도 없이 네 인생에 끼어들어서. 내가 말이다… 많이 믿던 사람에게서 어느날 “그건 니 문제니 니가 알아서 해’ 라는 소리를 들었다. 너도 알거다, 내가 다른 사람에게 기대는 짓 같은건 못하는 인간이란걸. 그래도 말이다… 내가 굉장히 힘들었던 상황에서 많이 믿던 사람에게 그런 소리를 들으니 말이다… 그건 정말 가슴에 비수로 다가오더구나. 그때 느꼈다. 그러면 안되는구나. 그런 말은 하면 안되는구나. 그런식으로 생각하면 안되는구나. 그래서 난 이번에 아무래도 오지랍을 좀 떨어야 할것 같다. 내가 말 하는게 싫으면 난 가만히 있을께. 그냥 입 쳐다물고 계속 들어만 줄께. 너가 네 무릎을 딱 치는 순간까지.  

네가 지금 무서워 하는거 안다. 겁나지? 알아. 미안해. 진짜 미안해. 근데 아닌건 아닌거고, 말해야 하는건 말해야 하는거고, 해야 하는건 해야 하는거다, 알겠니? 미루면 괜찮아질것 같니? 시간이 좀 더 지나면 모든걸 해결해 줄것 같니? 그래. 그렇다 치자. 그럼 넌 그때까지, 시간이 모든걸 해결해 줄때까지, 그 먹구름 속에서 하염없이 계속 기다리고만 있을꺼니? 기다림의 끝에, 니가 원하는 뭔가가 짠 하고 나타나지 않으면 그땐 넌 어떻할꺼니. 무작정 기다리기로만 한 네 자신의 결정을 후회하며 방구석에 쳐박혀서 울고만 있을꺼니. 시간은 휙휙 지나가는데, 우린 벌써 인생의 반을 살았는데, 시간이 아깝지도 않니. 무기력한 상태로 계속 시간만 낭비할꺼니. 그러지 마라. 그러지 말자.

제말 부탁좀 하자. 이제 그만 착한여자 컴플렉스따윈 집어 치우길. 지겹다. 네가 왜 그토록 아파했고 아직도 아파하고 있는지 잊지 말길. 화난다. 네 자신이 불쌍하다고 생각하지 말길. 병신같다. 울지 말길. 씨발, 제발 더이상 울지 말길.

내가 지금 너한테 하고 싶은 소리가 하도 많아 당최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건지 나도 잘 모르겠다. 내가 과연 위에 쓴대로 입 쳐닫고 들어만 줄수 있는지는 장담을 못하겠다. 비록 횡설수설한 글이지만 내 글에서 내 마음이 너에게 조금이나마 전해졌으면 좋겠다. 아침에 소리 질러서 미안하다. 우는데 같이 못 울어줘서 미안하다. 말 따뜻하게 못해줘서 미안하다. 자꾸 하기 싫은거 하라고 해서 미안하다. 더 이해 못해줘서 미안하다. 정말 미안하다.

일요일 아침 일찍 픽업하러 간다. 어디 가고 싶은지 생각해 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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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즘은 글쓰는데 집중이 잘 안되고 있어서 포스팅을 잘 못올리고 있다. 나이가 먹어가면서 안좋아 지는건 기억력 뿐만이 아니구나. 자그마한 수첩을 하나 가지고 다니지만 워낙 습관화 되지 않아서 잘 안쓰고 있고, 전화기를 이용하는 것도 습관화가 안 되어서 못쓰겠고, 대신 일터에서 쓰는 노란색 정사각형 포스트-잇에다 뭔가 생각 날때마다 적어서는 핸드백 안에다 휙휙 던져놓고 다니는데, 가끔씩 큰 가방속에 손만 넣어 휘휘 저어도 막 잡히는 노란 딱지들의 숫자에 경악할때마다 내가 점점 치매에 걸리는건 아닌가 걱정된다. 뭐, 기억력이야 그렇다 쳐도, 내가 워낙 집중력 하나는 끝내줘서 뭔가에 푹 빠져 있을때는 누가 옆에서 불러도 모를때가 많았었는데, 이젠 정녕 그런 집중력은 전화기로 고스톱 칠때 빼고는 만들어 낼수가 없단 말인가. 아 아 정녕 그런 것인가. 이런 한탄스러운 일이…

2. 라지만 결국 이것은 내가 특별히 외우려고 노력하거나 특별한 관심을 안둬서 그럴뿐, 나의 기억력과 집중력은 여전하다고 생각한다 믿고있다. 난 예전부터 내가 기억하고 싶은것만 기억하는 버릇이 있어서, 내가 관심 있는거는 기가 막힐 정도로 디테일하게 기억을 하지만, 관심이 없으면 저언혀 기억을 못해서 지인들에게 쿠사리를 많이 얻어먹는 편이다. 지독한 길치인 내가 친구들과 여행을 떠나 낯선곳에 가면 제일 길을 잘 아는 사람으로 변신하는것도 다 같은 이유라 생각한다. 그러니깐, 결론은 난 게을러 자빠져서는 도데체 뭔가 기억을 하려고 노력하지를 않는다는거. 근데 이게 따지고보면 다 테크놀로지의 발전 때문이다? 우리 옛날엔 수많은 사람들의 전화번호를 다 외었었잖아. 지금은 그냥 전화기 단추 하나만 누르면 되지만. 우리 옛날엔 사람들 앞에서 뭔가에 대해 얘기할려면 디테일 한것도 다 알았어야 했잖아. 지금은 그냥 전화기로 아무데서나 구글해보면 되지만. 내가 지금 어디 있는지 몰라? 맵 키면 되지. 내가 저길 어떻게 가는지 몰라? 네비게이션 키면 되지. 날씨가 궁금해? 날씨 체널 키면 되지. 이거 몰라? 구글잇 (google it). 저거 몰라? 구글잇 (google it). 그렇게 테크놀로지가 점점 발전을 할수록 난 점점 기억력과 집중력이 떨어지는 바보가 되가고 있다고. 이건 결코 나이 탓이 아니라고. 그렇게 난 믿고 있다고.  

3. 주말에 등산을 갔는데, 요즘 날씨가 꽤 쌀쌀해서 옷을 여러겹 입고 갔었는데, 그날 날씨가 너무 좋았던 것도 있었지만, 내가 워낙 땀이 많이 나는 체질이라 너무 더워서 한겹 한겹 벗다보니 결국 반팔만 남았었다. 그러고도 얼굴에 땀이 질질 나니까 누가 머리 묶는 고무줄을 주면서 머리를 묶어보라는 거야. 난 안 묶일줄 았알다. 근데 잡아 땡기고, 또 땡기고, 눈이 루씨루 처럼 되도록 또 땡기고 하니까 결국 묶이대? 묶인 머리는 참새 꼬랑지 보다도 더 짧은 길이의 머리였고 밑쪽은 다 흘러 나왔지만, 그래서 단정한 스타일을 추구해서 차라리 클레오파트라룩을 하면 했지 레이어룩은 죽도록 싫어하는 나로서는 참 싫은 룩이었지만, 어쨌든 많이 시원해져서 좋았다. 근데 사람들이 100이면 100, 나보고 그렇게 하는게 지금의 스타일보다 훠얼씬 낫다는거야. 그래요? 내일 머리 다듬으러 갈려고 했는데 그럼 미장원 가지말고 그냥 이대로 쭈욱 길러야 겠네요. 했더니만은 그때부터 다들 이구동성으로 머리 길었을때가 훠어어얼씬 예뻤어요, 왜 잘랐어요, 지금 이렇게라도 하고 다니세요, 지금 머리는 진짜 아니예요, 어쩌구 저쩌구. 어머. 다 대따 놀란거 있지. 지금 내 머리가 좀 어정쩡 이상야릇한 상태이긴 하지만, 그래서 일요일날 손을 보러 가긴 갈려고 했었지만, 정말 사람들이 말하는만큼 그 정도로 이상했던거야? 어려보니네, 멋있어 보이네, 뭐 이런거 다 그냥 듣기 좋으라고 했던 말인거야? 진짜 그런거야? 소심해진 나는 결국 일요일날 미장원에 안갔고 지금 심각하게 다시 길러야 하나 고민중이다. 끙.       

4. 그래서 일요일날 미장원 대신에 샤핑을 갔는데, The North Face에서 맘에 드는 윗옷을 하나 아아주 좋은 가격에 건져왔다. 아싸아아! 겨울 등산할때 자켓안에 입을 긴팔 옷인데, 짙고 어두운 보라색에, 겨드랑이 부분은 땀이 잘 ventilate 되도록 만들었고, 팔 끝부분은 겉옷에 말려 올라가지 않게 엄지 손가락을 끼게끔 해놨고, 또 팔 끝부분에 조그만 주머니까지 센스있게 달아놨다. 안쪽엔 플리스가 살짝 있어서 따뜻하고, 허리 라인은 살짝 들어가서 날씬해 보이고, 이곳 저곳에 있는 라인들이 참 스포틱 하면서도 고급스럽게 만들었다. 내가 왜 이렇게 자세하게 쓰는줄 알아? 옷이 너무 너무 맘에 드는데 너무 극적으로 사서 그래. 그 옷이 왜 그렇게 세일을 많이 했냐 하면 그건 사이즈가 XS 밖에 없었던기라. 그래서 아쉬움에 입맛만 쩝쩝 다시다가 에라 나도 모르겠다 한번 입어나 보자 하고 입어봤는데 이게 또 잘 맞아주는기라 (참고로 난 저얼대 XS 사이즈가 아님). 내가 세상에 태어나서 가슴이 작은걸 고마워 했던때는, 학교에서 애들 앞에서 떳떳하게(응?) 줄넘기 했을때와, 골프 칠때 팔이 가슴에 안 걸렸을 때와, 이 옷을 샀을때. 암튼 작은 가슴으로도 살다 보면 좋은 일도 생기는군요. 허허허.

5. 그래도 난 투박한 뽕브라 대신, 레이스 달린 야시시한 브라 입어보는게 소원이다. 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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