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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ve for 12월, 2010

1. 에고. 이게 얼마만에 글을 쓰는건지도 모르겠네. 암튼 전 이렇게 살아 있습니다요. 헤헤헤. 

2. 12월 들어서는 계속 바빴다. 앉아서 차분히 글을 쓸 시간이 없을 정도로. 그래도 크리스마스라고, 꼬맹이들 선물은 챙기고 싶어서 이것저것 사러 다니느라 바빴다. 또 꼬맹이들만 챙기는게 미안해서 어른들도 챙기느라 바빴고. 일에서는 크리스마스 파티때문에 정신이 없었고 친한 동료 몇몇의 선물을 사러 다니느라 또 바빴지. 그밖에 일월달에 집에 갈 준비를 하고 소수의 망년회를 하며 돈쓰기 삼매경에 빠져 지내던 중, 이렇에 돈을 많이 쓰고 다니는데 정작 내 자신에게는 돈을 하나도 안쓴것 같아 그래 기분이다 하고는 머리를 볶는 일로 크리스마스를 보냈다. 그렇게 난 지금 파산 직전. 끙.

아델라님이 블로그에 쓰기를, 이사람 저사람 다 챙기는 미쿡 사람들이 대단하다 했는데 완전 공감. 솔직히 내가 이런식으로 많은 사람들을 챙기며 크리스마스를 보내기는 처음이다. 돈도 돈이거니와, 선물 사는데에 센스가 없는 나는 선물 사러 다니는게 완전 스트레스거든. 신경은 신경대로, 돈은 돈대로, 시간은 시간대로, 발품은 발품대로, 흠… 이건 확실히 사람이 할짓은 아니여. 하지만 내가 그렇게 고민고민을 하며 산 선물들을 받은 사람들의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뭐라 그럴까. It was so worth it.

내가 요번 크리스마스를 보내며 배운게 하나 있다면 “나누기”야. 난 워낙에 짠순이인데다가, 돈은 항상 없는데다가, 위에 썼듯이 선물 주고받기에 대한 스트레스가 있는데다가, 남들 다 하는것에 대해선 청개구리 기질을 보이는 등등의 이유들로 그런 짓은 잘 안했었어. 난 항상 그냥 돈이 남아 도는 사람들의 돈지랄이라고 생각했던것 같아. 좋겠다, 너네는 나눌만큼 풍족해서. 난 미안하지만 내 머리까지 잘라가며 시계줄을 사줄순 없어. 난 내 밥그릇이 더 중요하거든. 뭐 그런생각. 여기서 너무 상업화 되어버려 뜻을 잃어버린 예수님의 탄생일이라던가 아님 남들 다 하니까 나도 한다는 식의 선물 주고받기라던가, 그런식으로 까칠하게 쓰진 않겠어. 모두들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니까. 

하지만 난 그냥, 이런게 쓰고 싶었어. 내가 좋아하는 미국 파워블로거는 자신이 만든 물건을 다른 블로거들에게 팔기도 하는데, 거기서 얻은 수입을 돈이 없어서 아이들 크리스마스 선물을 못사주는 사람들에게 다시 나누어 주었어. 원래 $30씩 20명에게 보내줄려고 했는데, 돈을 보내달라는 사람이 20명보다 많아지자 그 블로그에 오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이 대신 돈을 보내주겠다고 했어. 그래서 그 파워블로거는 돈이 필요한 사람과 돈을 부쳐주는 사람들을 매치시키느라 한동한 정신이 없었지만 그렇게 모두다가 훈훈한 크리스마스를 보냈어. 또 내 동료 나탈리는 어떻고. 나탈리는 싱글맘인데 맨날 돈이 없어서 쩔쩔매. 뭐 하나 살려면 손을 바들바들 떨 정도야. 그런데 울 회사에는 매년 이맘때면 불쌍한 아이들 갖다 줄려고 장난감이나 음식같은거 걷어 가는데, 난 그냥 집에 돌아다니는 참치캔 두어개 갖다놓고는 끝이었는데, 나탈리는 돈이 없는 그 와중에도 장난감을 사서 갖다 놓더라고. 또 난 요번에 우리 회사에서 “시크릿 산타” 하면서 내가 제비뽑기로 뽑은 발레리 한테만 선물을 할려다가 에고, 그래도 맨날 같이 일하고 놀며 정도 많이 들었는데, 다른 사람은 몰라도 글랜다랑 나탈리만은 챙기자 하고는 선물을 샀어. 그러니깐, 내 딴에는 큰맘 먹고 마음을 너그럽게 쓰며 산거지. 얘네들 깜짝 놀랄꺼야 하며 혼자 재미있어 했는데, 기집애들, 어디서 내가 딱 필요한걸 사가지고 와서는 내미는데 진짜 많이 놀랐어. 어머, 나 얘네들 선물 안샀으면 미안해서 어떻할뻔 했대, 그런 생각도 있었지만 그것보다는 그냥 전체적으로 내 자신이 챙피했어. 난 요번에 처음으로 내 주변 사람들을 다 챙기며 뭔가 할일을 제대로 한것같아 뿌듯해 했고, 조그마한 성의를 여기 저기 보이며 그것으로 굉장히 큰 도움을 불쌍한 사람들에게 준마냥 혼자 뿌듯해 했는데 말이지, 난 아직도 한참 멀은게 사실이야. 그래도 이게 어디야. 꼭 돈이 있어야 남을 도울수 있는게 아니라는걸 배웠다는게. 꼭 내가 많이 있어야 나눌수 있는게 아니라는게. 참 웃기지. 이런걸 이제서야 배운다는게. 그래서 챙피해. 하지만 그래서 난 더 따뜻한 크리스마스를 보냈어. 인사말이 좀 늦긴 했는데, 거기다가 쓰다보니 지금 막 반말로 쓰고 있는데, 아무튼간에, 내 블로그에 놀러 오시는 모든 블로거님들, 모두들 따뜻한 크리스마스를 보냈기를 바래요.    

3. 거기다가 덤으로 요번 크리스마스에 얻은건, 이 세상은 참 지랄같지만 그러면서도 아름다울수도 있다는거. 꽁했던 마음이 쪼오끔 열려서 다시 사람들을 믿을수 있게 됬다는 거. 내가 다시 사람을 믿을수 있게 된것에 대해선 내 남친의 공로가 크지만. 나무같은 남자. 근데 아낌없이 주는 나무한테 고맙다는 말도 안했네. 근데 뭐, 괜찮아. 남자는 좀 막 대해주기도 해야 하거든. 너무 잘만 해주면 고마운줄을 몰라요, 인간들이. 왜 이래. 이건 사실이라고.

4. 머리는 생각보다 맘에 들게 나왔다. 요번엔 친구가 알켜준데로 처음 가본 곳인데, 세련된 아줌마가 아닌 보통 아줌마가 하는 곳이었다. 단발 길이의 머리를 대충 펌한후 걸치적거리는 앞머리를 삔으로 홱 넘겨 재낀. 하기만 내 경험상 미용사 언니들은 막상 자기네 머리 하는건 귀찮아 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그렇게 많이 불안하진 않았어. 제가 여름에 머리를 짧게 잘랐는데요, 지금은 다시 기르고 싶은데요, 그냥 무작정 길러야 할것 같아서 요즘 이렇게 꽉꽉 땡겨서 묶고 다녔는데요, 제발 미친년처럼 안보이면서도 풀르고도 다닐수 있게 해주세요. 엉엉. 결국 아줌마는 내 머리에는 가위도 대지않고 그냥 펌만 했는데, 펌이 다 끝나고, 머리를 감고, 의자에 앉아, 꼬불꼬불한 젖은 머리의 꼴볼견일 내 모습을 상상하며 거울을 딱 봤는데 와… 꼴볼견이 아닌거야. 드라이도 그냥 머리 말리는 정도로만 했고 특별히 한게 없는데 이정도로 나와줬으니 이것이야말로 크리스마스의 기적! 한두달을 내 이노무 머리를 해야하는데, 내 이노무 머리를 어떻게든 해야하는데 하며 스트레스를 받았었는데 이렇게 맘에 들게 해 주셨으니 나올때 팁에 신경좀 썼지. 역시 여자는 가끔 미용실 가서 머리도 하며 돈지랄을 해줘야 해. 아줌마 고마워요. 내가 꼭 다시 올께요. 굽신굽신. 

5. 지금 이곳은 폭설에 묻혀있다. 어제 낮부터 밤새 함박눈이 펑펑 내렸다. 처음엔, 와 눈이 좀 오네. 그 다음엔, 와 아직도 오네. 그 다음엔, 와 날씨가 미쳤나봐. 그 다음엔, 왓더팍? 그 다음엔, 오 마이 갓. 그 다음엔, (…). 그 다음엔 무서웠다. 뭔가, 영화 “남극일기” 한가운데 들어와 있는 기분이랄까. 오늘 우리 회사는 (당연히) 쉬는데 지금 밖에 나가 인증샷 찍을 엄두도 안날 지경. 내가 일층에 사는데, 다행이 어젯밤 자기 전까지 틈틈히 문밖의 눈을 치워 다행이지 아님 오늘 문도 안 열렸을것 같다. 진짜 그정도라니깐. 그래서 난 오늘 따뜻한 집안에만 있을 예정이야. 조금전에 돼지고기 넣은 김치찌개 끓여서 배가 터져라 먹고는, 담배 한대 딱 피고 들어와서, 따뜻한 커피 한잔 마시면서 이렇게 오랜만에 블로깅 하는중. 그리고 영화나 한편 보면서 오랜만에 십자수나 놓을까 생각중. 조금만 하면 끝나는 뜨다만 십자수가 있는데, 아마도 그걸 마지막으로 앞으로 십자수 같은건 안뜰것 같은데, 아 요번 년도 안으로 끝낼수 있을려나. 또 오랜만에 하니 한동안 버벅거리겠군. 그래도 이젠 끝내고 싶다. 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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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내년엔 진짜로 고양이를 키우기로 결심했다. 그러니깐, 난 고양이가 갖고 싶어, 고양이랑 같이 뒹구르고 싶어, 고양이 한마리 입양할테야,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암튼 언젠간 그렇게 할꺼야, 이런 막연한 생각이 아니라, 내년에 진짜로 입양기관에 가서, 괭이들이 잔뜩 뒹구르고 있는 방에 들어가서, 아기 고양이 말고 어른 고양이들중에, 내 옆에 와서 몸을 부비부비하며 그르릉대는 한놈을 진짜로 집에 데리고 올 생각이라고. 내가 안았을때 나와 눈을 맞추고 손으로 내 얼굴을 꾹꾹 눌러줄수 있는 놈이라면 더더욱 좋겠지. 개인적으로는 털인 긴 페르시안이나 사팔뜨기같은 사이미스같은 애들은 별로이고 그냥 털 짧은 보통 고양이가 좋다만은, 어차피 털 때문에 고생하는건 그게 그거일테니 크게 상관은 없고. 그러니 결국 내가 내거는 단 하나의 조건은 결국 고양이의 나이인데, 내가 왜 굳이 어른 고양이를 원하냐면, 그건 아기 고양이들이 항상 어른 고양이들보다 더 입양이 잘 되는게 현실인데, 단지 더이상 아기 고양이가 아니란 이유만으로 선택을 받지 못하는 큰 고양이들이 존나 서글프기 때문이다. 씨발, 왜, 늙으면 죽어야돼?

2. 암튼, 진짜로 결정을 내리고 나니 난 벌써부터 신이 나 죽겠는 중. 이제부터 돌아다닐때 고양이 용품들을 하나 둘씩 사들여야지. 아주 빼도 박도 못하게. 고양이 화장실, 손톱깎기, 빛, 칫솔, 스크레치 패드. 우선 그정도면 될것 같아. 모래나 음식은 놈을 데리고 온 다음에 사도 괜찮겠지. 이렇게 다 준비 해놓고 한놈을 집으로 짜잔 데리고 오면 아… 그놈이 얼마나 좋아할까. 이것이야 말로 행동으로 보여주는 웰컴 투 마이 홈. 음하하하.

3. 나의 결심을 통보한 후의 남자와의 대화. 남자가 나와의 미래를 원하고 있음을 알고 있는데, 만약 일이 그렇게 된다면, 나와 내가 입양할 고양이는 팩케지이고 난 이 사안에 대해 절대 양보가 없음을 미리 밝히던 중. Take it or leave it의 쵸이스를 주는 나는야 친절한 짜가씨.    

나: (난 상상만으로도 대딴 신나있는 중) 고양이 이름은 뭐라 지을까, 응? 그게, 얼굴을 먼저 보고 지어야 겠지, 응? 아, 미래에 내가 키울 개는 벌써 아주 옛날에 지어 놨는데.  

남자: 뭐라 지었는데?

나: 막시무스 아우렐리우스 더 떨드 (Maximus Aurelius the Third). 그게 본명이고 애명은 맥스. 죽이지? 흐흐흐.

남자: (5초동안 대답 없다가) 그게 뭐꼬? 그게 개 이름이가?

나: (5초동안 그를 한심하다는듯이 쳐다보다가) 이렇게 센스가 없어서시리. 쯧쯧.

4. 그렇게 난 내가 키울 개 이름은 버얼써 예전에 지어놨다. 그것 봐. 시츄나 말티스 같은 쪼그만한 애들이 어렇게 저런 멋진 이름을 가질수가 있겠어. 난 어쩔수 없이 큰 개를 키워야 한다고. 저 멋진 이름에 어울려주는. 난 병원 같은데 데리고 갔을때 개 이름을 물어보면 진짜 저 풀네임을 말해줄꺼라니깐? 진짜야.  

5. 내가 집에 데리고 올 고양이가 어떻게 생겼을 놈인지, 어떤 색깔의 털을 가졌을지, 애교가 많은 놈일지 아님 독고다이 스타일일지, 소리를 갸르릉 하고 소심하게 낼지 아님 대담하게 크르릉 낼지, 냐옹 냐옹 소심하게 울지 아님 미야오옹 미야오옹 크게 울지, 잘때는 내 머리맡에서 잘지 아님 발밑에서 잘지, 안아주면 날 잡아 잡수소 하고 촥 널부러질지 아님 몸에 힘을 주고 부들부들 떨고 있을지, 밥은 해물 들어간걸 좋아할지 아님 닭이나 터키같은걸 좋아할지, 뒷발을 만지면 가만히 있는지 아님 화를 내는지, 귀를 만져주면 슬슬 졸을지 아님 배를 보여주고 발랑 뒤집어질지, 아… 이 한도 끝도 없는 궁금증. 상상만으로도 날 행복하게 해주는 내 고양이. 쪼끔만 기다려라 내 사랑스런 고양이야. 내가 곧 가마!

6. 내년 이사할때 고양이 키울수 있는 곳으로만 이사할 예정이다. 그리고 이사 한 직후에 내 계획을 실행에 옮길 작정이다. 내년 상반기 안으로 말야. 이기적인 나로서는 막상 한 생명을 내가 돌봐줘야 한다는 생각은 정말 겁나는 생각이긴 한데 말이야… 누구나 처음부터 다 잘하는건 아니잖아. 나도 잘 할수 있을꺼야. 나도 한 고양이한테 안전한 집과 배부른 밥을 줄수 있을꺼야.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만큼 나도 행복하게 해줄수 있을꺼야. 그렇게 행복하게 살다가 행복하게 죽게 해줄수 있을꺼야. 그래. 나도 잘 할수 있을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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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맴버로 있는 산악회의 회원중에 우주/과학/철학, 뭐 이런거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책도 많이 읽는 분이 계신다. 그분이 책을 읽고 가끔씩 짧은 글을 산악회 싸이트에 올리시는데, 요번에 별에 관한 글을 읽고 새삼 잊어버리고 있던게 생각이 났다. 우리가 지금 보는 밤하늘의 별들은 지금 현재 그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별빛이 그 별을 떠났던 때에 그 곳에 있었을 뿐이라는거. 그 별이 지금 거기에 있는지 없는지는 우리는 모른다는거. 갑자기 그 스케일의 광할함에 뭔지 모를 아득함을 느꼈다. 그리고는 분명 어렸을때 과학시간에 배운듯한 이 기본상식을 그동안 까막득히 잊어먹고 있었음에 또 아득함을 느꼈지만.

우리 큰집은 강원도에 있는 연곡 해수욕장에 있다. 강원도 강릉시 어쩌구 저쩌구 산 3번지로 끝나는 주소를 가진 그 집은 그때만해도 아궁이 위에 올려놓은 큰 솟에다 밥을 짓는 시골에 있었다. 큰집은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돌아가셔서 개인적으로는 한번도 뵌적이 없는 울 아빠의 형네 집이어서 큰엄마는 홀시어머니와 (나의 친할머니) 든든한 아들 셋과 함께 그 시골에서 살고 계셨다. 자주는 못가더라도 몇년에 한번씩은 여름 바캉스때 갔었던것 같은데, 그곳에 대한 내 마지막 기억은 딱 한국 떠나기 직전 마지막으로 갔던 때의 기억이다. 내가 한국을 1989년도에 떠났는데 마지막으로 큰집에 갔을때가 겨울이었으니, 이건 아마도 1988년도 겨울의 이야기일 것이다. 

큰집 아들 셋중에 막내 아들은 제일 싹싹하고 우리와 제일 나이 차이가 없는터라 우리와 잘 놀아 주었었다. 그때 큰엄마는 시내쪽으로 일을 다니셨나보다. 저녁인지 밤인지 해가 지자 온 사방이 깜깜했던 그 시각에, 일에서 돌아오시는 어머니를 마중나가자며 막내오빠는 우리를 데리고 나갔다. 깜깜한 시골에서 아무것도 할일이 없어 심심해했을 우리기에 좋다구나 따라나갔을꺼다. 그리고는 그는 우리들을 리어커에 태웠다. 큰어머니가 버스에서 내리는 정류장이 집에서 거리가 좀 있었나본데, 효자 막내아들이 어머니의 피곤함을 좀 덜어드리고자 매일밤 어머니를 리어카에 실어 집으로 데리고 왔던 모양이다.

온 사방이 깜깜했다. 옆의 사람은커녕 내 눈앞에 댄 내 자신의 손조차도 보이지 않았다. 칠흑같은 어둠이란게 있다면 바로 그런 것이리라. 완벽한 까만색이 참 깨끗한 색이란걸 그때 느꼈던것 같다. 그 완벽한 어둠속에서, 우리는 처음 겪어보는 상황에 대한 무서움과 설레임과 긴장감과 호기심으로 꺄르르 웃어댔던것 같다. 그러다가 갑자기 그는 우리에게 리어커 둘레에 있던 손잡이를 꼭 잡으라고 했다. 떨어지면 안된다고 하면서. 그리고선 그는 리어커와 함께 막 뛰기 시작했다. 안떨어 지겠다고 손잡이를 꼬옥 잡은 손은 쥐가 날 지경이고, 땅의 울퉁불퉁함 때문에 들썩들썩대던 엉덩이는 멍이 들 지경인데, 덜컹 덜컹 빠르게 움직이는 그 리어커 속에서, 정말 아무것도 안보이던 그 어둠 속에서, 난 그가 어떻게 달릴수 있었는지가 너무 너무 신기했다. 그 신기함은 경의로움에 가까워서 잘못하면 굴러 떨어질수도 있다는 불안감마저도 사그러지게 만들었었다.

그리고 그때. 그가 우리보고 하늘을 보라 했다.

아직도 생생히 기억나는 밤하늘. 난 고개를 뒤로 젗히는 순간 숨이 콱 막혔던것을 기억한다. 바로 내 눈앞에 펼쳐져 있던 밤하늘. 하늘과 나 사이, 그 거리의 가까움에 너무 놀랐었다. 내 눈앞의 손조차도 못보던 완벽한 어둠과는 너무나도 반대로, 쫘악 깔려있는 별들 때문에 까만색이 거의 보이지 않던 그 하늘은 당장이라도 내 얼굴에 닿을것 같았다. 손만 뻗으면 닿을것 같은 그 반짝이는 것들에게 난 굳이 손을 뻗지 않았다. 가만히 있어도 그 반짝거리는 것들이 내 얼굴위로 우수수 쏟아질것 같았거든. 난 그토록 많은 별들을 그 전에도, 그 후에도, 한꺼번에 그렇게 많이 본적이 없다. 그리고 그토록 반짝거리던 별들도 본적이 없다. 반짝반짝 작은별? 그래. 난 반짝반짝 빼고는 다른 표현은 모르겠다. 하지만 그때 그 별들에게 “반짝반짝 거리다”라는 표현은 실례임을 안다. 고개를 젖히고, 입을 멍하니 벌리고, 덜컹덜컹 움직이는 리어커 안에서 본 그날의 밤 하늘은 완벽한 아름다움이었고, 난 그 후는 기억이 하나도 안난다. 아마도 큰엄마를 픽업해서 집으로 돌아 왔겠지.

아직도 가끔씩 그 하늘이 생각난다. 참 충격적이었나보다, 그때의 나에게는. 아직도 생생히 기억이 나는걸 보면. 어느날 여행하던중 유타(Utah) 주에서 딱 한번 비슷한 밤하늘을 본적이 있는데, 그땐 환한 달빛과 길가의 가로등 불빛때문에 하늘이 절대적으로 까맣게 보이지가 않았고 그래서 별빛들의 감흥도 좀 떨어졌었다. 그때도 물론 입을 멍하니 벌리고 와우 하며 하늘을 쳐다봤지만, 그러면서도 생각했었다. 난 그때 본 그런 하늘은 아마도 다시는 못볼꺼야.

어떤 기억들은 가슴에 지워지지 않는 손자국처럼 남는것 같다.

방금 밖에서 담배를 피우면서 쳐다본 하늘은 참 초라했다. 뭔가 하나가 반짝거리긴 했는데 별이 아니라 인공위성인것 같다. 별이 보고 싶다. 인공위성들 말고 진짜 별들. 그것이 비록 지금 당장 하늘에 떠있는 별이 아니라 몇백년전에 별을 떠난 빛뿐이라 하더라도. 내 눈 바로 앞에 펼쳐지는 밤하늘이 참 욕심나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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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뚱뚱하고 게으른 한마리의 고양이로 보내리라 다짐했던 길고긴 휴일은 역시나 내 계획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일을 일찍 마치고 돌아온 수요일 오후는 행복했다. 목요일까지도 뭐, 그럭저럭 괜찮았다. 하지만 금요일은 예상외로 샤핑하느라 바빴다. 바닥에 널부러진 물건들을 고르는 정도까지는 아니었지만, REI (캠핑물건같은거 파는곳)에서 아침 일찍 오면 공짜 $20을 준다고 하니 안갈수가 있나. 겨울산행할때 게이터(Gaiters)라는 게 필요한데, 이게 무릎부터 신발까지 감싸는 토시같은 물건인데, 겨울 산행할때 눈이 안들어 가게끔 바지위에 하는건데, 이게 또 방수기능을 한거라 좀 비싸주시거든. 아이젠(얼음에 미끌어지지 않게 신발 바닥에 끼는거)도 장만했겠다, 이제 게이터만 있으면 이제 겨울산행 준비는 다 끝났는데, 남자가 자기가 받을 돈도 나에게 양보하겠다는데, 그래서 난 지금 거의 공짜로 게이터가 생기게 생겼는데, 아 당연히 가야지. 그래서 그날 아침 7시에 일어나 샤핑하러 갔다는거 아냐, 내가 지금. 물론 불평하는건 아님. 난 내 “거의 공짜” 게이터가 아아주 맘에 듬. 거기다가 그 “거의” 부분은 남자가 내주었기 때문에 그 게이터는 나에겐 “진짜” 공짜 였음. 공짜 좋아하면 대머리 된다는 말도 난 상관 암함. 돈 벌어서 심으면 되지 뭐. 난 그냥 내 게이터들을 볼때마다 아주 아주 흐뭇할뿐. 음하하하.

2. 라지만 그 가게에서 또다른 내 생돈 $100을 쓰고 나왔다. 난 역시 그놈들의 수준높은 마케팅 술수에 걸려든게 틀림없어. 흠.

3. 토요일엔 하이킹을 다녀왔다. 요번엔 좀 멀리 펜실베니아로 다녀왔는데, 차로 왕복 6시간이 걸리는 먼곳에 있는 트레일이었고, 다녀와서 여태껏 몸살에 걸려 어제는 일도 못가고 끙끙대다가 오늘에서야 정신을 차렸다만은, 하나도 후회가 안되는 “활홀한” 하이킹이었다. 그곳에서 첫눈을 맞이하고 왔는데, 그래서 겨울산행에 대한 육체적이나 심적인 준비가 안된 상태로 다녀와서 고생은 좀 하고 왔는데, 아 아 진짜 너무나 아름다운 감동의 파노라마였다. 방금 후기를 써서 그 싸이트에 올렸는데 쓰는 내내 혼자 울컥할 정도였다. 웃기지 않아, 도시로 이사 와서는 정작 도시의 아름다움대신 자연의 아름다움만 느끼며 돌아다니고 있으니. 이럴러면 그냥 콜로라도에나 있을것이지 왜 이곳까지 이사왔는지. 풉.

4. 일요일엔 계획했던대로 대청소/대빨래/대정리정돈을 하며 황금같은 휴가를 맞췄다. 그렇게 일년중 미쿡의 가장 긴 휴일이 지나갔네. 아쉽다. 힝.

5. 이거, 이제 마지막으로 쓰는건데, 그리고는 다시는 안쓸건데… 내 캐모마일은 싹을 틔우다가 결국은 죽어서 사망신고를 했고, 내 이름모를 잡초는 나에게 살인(살초?)을 당했고, 결국 내 재스민도 사망한것 같다. 내가 아직 미련이 있어서 재스민 화분은 못 비웠는데, 저거 저거, 아무래도 못 살아날것 같아서 지금 쓰는거야. 이제 이 블로그에서 내 화초들에 대해 징징대는건 그만. 난 그냥 당분간 화초는 안 키울꺼라는 말로 내 마음의 상심만 살짝 표현하고 끝낼려고. 자, 이제 진짜 끝.

6. 뚱딴지 없이 좀 진진한 생각. 한창 여기저기 블로그들에서 G20에 대한 글들을 읽다가, 또 요즘은 연평도 사건에 대해  이것저것 읽다가 느끼는건데, 한국에 사는 한국 사람들은 참 정치에 관심이 많은것 같다. 미국 사람들과는 비교도 할수 없을 정도로. 그리고 그것은 참 바람직한 일이라 생각한다. 국민이, 그러니깐, 정치인을 뽑는 사람들이,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알려고 노력하고, 이해하고, 또 비판도 하고. 참으로 바람직한 일이 아닐수 없다. 하지만 또 그렇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은, 너무나도 자신들의 포지션에만 갇혀있어서 자기네들끼리 싸움을 하고, 비판을 하고, 인신공격을 하고, 별의별 지랄을 다 떤다는거. 모르겠다. 어쩌면 연평도 사건을 뉴스를 통해서 본 그날 아침, 한국에 전쟁이 일어날수도 있다는 생각이 내 머리속을 스쳐가서 였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한국 사람들이 그토록 정치에 관심이 많은건 아직도 한국이란 나라가 언제나 전쟁이 날수 있다는 현실때문에 그런것 같다는 생각이 나서였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어쩌면 통일이 되면, 한국 사람들이 지금처럼 정치에 관심을 안 가질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때 까지는 계속 이럴것 같다. 계속, 이렇게, 좌빨 우빨 하면서 서로 편을 가르고 공격하며, 자기들만의 조그만 전쟁을 가질것 같다. 그래서 참 안타깝다. 이런 말을 하는 나는 그냥 냉정한 아웃사이더처럼 보이겠지만.    

7. 오늘이 벌써 12월 1일이다. 이 포스팅이 올라갈때 쯤은 벌써 12월 2일 이겠지만. 오늘 일터에서 달력을 넘기며 내가 느낀 끔찍함은 다들 느끼셨겠지. 그래요. 올해도 다 갔군요. 아직도 이번 년도 새해가 어제같은데 말이죠. 이렇게 눈 깜빡 할 사이에 벌써 일년이 다 지나가는군요. 그렇게 시간은 참 빨리 지나가는군요. 그렇게 인생도 참 빨리 지나가는군요. 한때는 인생이 참 길다고 생각했었는데. 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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