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에고. 이게 얼마만에 글을 쓰는건지도 모르겠네. 암튼 전 이렇게 살아 있습니다요. 헤헤헤.
2. 12월 들어서는 계속 바빴다. 앉아서 차분히 글을 쓸 시간이 없을 정도로. 그래도 크리스마스라고, 꼬맹이들 선물은 챙기고 싶어서 이것저것 사러 다니느라 바빴다. 또 꼬맹이들만 챙기는게 미안해서 어른들도 챙기느라 바빴고. 일에서는 크리스마스 파티때문에 정신이 없었고 친한 동료 몇몇의 선물을 사러 다니느라 또 바빴지. 그밖에 일월달에 집에 갈 준비를 하고 소수의 망년회를 하며 돈쓰기 삼매경에 빠져 지내던 중, 이렇에 돈을 많이 쓰고 다니는데 정작 내 자신에게는 돈을 하나도 안쓴것 같아 그래 기분이다 하고는 머리를 볶는 일로 크리스마스를 보냈다. 그렇게 난 지금 파산 직전. 끙.
아델라님이 블로그에 쓰기를, 이사람 저사람 다 챙기는 미쿡 사람들이 대단하다 했는데 완전 공감. 솔직히 내가 이런식으로 많은 사람들을 챙기며 크리스마스를 보내기는 처음이다. 돈도 돈이거니와, 선물 사는데에 센스가 없는 나는 선물 사러 다니는게 완전 스트레스거든. 신경은 신경대로, 돈은 돈대로, 시간은 시간대로, 발품은 발품대로, 흠… 이건 확실히 사람이 할짓은 아니여. 하지만 내가 그렇게 고민고민을 하며 산 선물들을 받은 사람들의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뭐라 그럴까. It was so worth it.
내가 요번 크리스마스를 보내며 배운게 하나 있다면 “나누기”야. 난 워낙에 짠순이인데다가, 돈은 항상 없는데다가, 위에 썼듯이 선물 주고받기에 대한 스트레스가 있는데다가, 남들 다 하는것에 대해선 청개구리 기질을 보이는 등등의 이유들로 그런 짓은 잘 안했었어. 난 항상 그냥 돈이 남아 도는 사람들의 돈지랄이라고 생각했던것 같아. 좋겠다, 너네는 나눌만큼 풍족해서. 난 미안하지만 내 머리까지 잘라가며 시계줄을 사줄순 없어. 난 내 밥그릇이 더 중요하거든. 뭐 그런생각. 여기서 너무 상업화 되어버려 뜻을 잃어버린 예수님의 탄생일이라던가 아님 남들 다 하니까 나도 한다는 식의 선물 주고받기라던가, 그런식으로 까칠하게 쓰진 않겠어. 모두들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니까.
하지만 난 그냥, 이런게 쓰고 싶었어. 내가 좋아하는 미국 파워블로거는 자신이 만든 물건을 다른 블로거들에게 팔기도 하는데, 거기서 얻은 수입을 돈이 없어서 아이들 크리스마스 선물을 못사주는 사람들에게 다시 나누어 주었어. 원래 $30씩 20명에게 보내줄려고 했는데, 돈을 보내달라는 사람이 20명보다 많아지자 그 블로그에 오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이 대신 돈을 보내주겠다고 했어. 그래서 그 파워블로거는 돈이 필요한 사람과 돈을 부쳐주는 사람들을 매치시키느라 한동한 정신이 없었지만 그렇게 모두다가 훈훈한 크리스마스를 보냈어. 또 내 동료 나탈리는 어떻고. 나탈리는 싱글맘인데 맨날 돈이 없어서 쩔쩔매. 뭐 하나 살려면 손을 바들바들 떨 정도야. 그런데 울 회사에는 매년 이맘때면 불쌍한 아이들 갖다 줄려고 장난감이나 음식같은거 걷어 가는데, 난 그냥 집에 돌아다니는 참치캔 두어개 갖다놓고는 끝이었는데, 나탈리는 돈이 없는 그 와중에도 장난감을 사서 갖다 놓더라고. 또 난 요번에 우리 회사에서 “시크릿 산타” 하면서 내가 제비뽑기로 뽑은 발레리 한테만 선물을 할려다가 에고, 그래도 맨날 같이 일하고 놀며 정도 많이 들었는데, 다른 사람은 몰라도 글랜다랑 나탈리만은 챙기자 하고는 선물을 샀어. 그러니깐, 내 딴에는 큰맘 먹고 마음을 너그럽게 쓰며 산거지. 얘네들 깜짝 놀랄꺼야 하며 혼자 재미있어 했는데, 기집애들, 어디서 내가 딱 필요한걸 사가지고 와서는 내미는데 진짜 많이 놀랐어. 어머, 나 얘네들 선물 안샀으면 미안해서 어떻할뻔 했대, 그런 생각도 있었지만 그것보다는 그냥 전체적으로 내 자신이 챙피했어. 난 요번에 처음으로 내 주변 사람들을 다 챙기며 뭔가 할일을 제대로 한것같아 뿌듯해 했고, 조그마한 성의를 여기 저기 보이며 그것으로 굉장히 큰 도움을 불쌍한 사람들에게 준마냥 혼자 뿌듯해 했는데 말이지, 난 아직도 한참 멀은게 사실이야. 그래도 이게 어디야. 꼭 돈이 있어야 남을 도울수 있는게 아니라는걸 배웠다는게. 꼭 내가 많이 있어야 나눌수 있는게 아니라는게. 참 웃기지. 이런걸 이제서야 배운다는게. 그래서 챙피해. 하지만 그래서 난 더 따뜻한 크리스마스를 보냈어. 인사말이 좀 늦긴 했는데, 거기다가 쓰다보니 지금 막 반말로 쓰고 있는데, 아무튼간에, 내 블로그에 놀러 오시는 모든 블로거님들, 모두들 따뜻한 크리스마스를 보냈기를 바래요.
3. 거기다가 덤으로 요번 크리스마스에 얻은건, 이 세상은 참 지랄같지만 그러면서도 아름다울수도 있다는거. 꽁했던 마음이 쪼오끔 열려서 다시 사람들을 믿을수 있게 됬다는 거. 내가 다시 사람을 믿을수 있게 된것에 대해선 내 남친의 공로가 크지만. 나무같은 남자. 근데 아낌없이 주는 나무한테 고맙다는 말도 안했네. 근데 뭐, 괜찮아. 남자는 좀 막 대해주기도 해야 하거든. 너무 잘만 해주면 고마운줄을 몰라요, 인간들이. 왜 이래. 이건 사실이라고.
4. 머리는 생각보다 맘에 들게 나왔다. 요번엔 친구가 알켜준데로 처음 가본 곳인데, 세련된 아줌마가 아닌 보통 아줌마가 하는 곳이었다. 단발 길이의 머리를 대충 펌한후 걸치적거리는 앞머리를 삔으로 홱 넘겨 재낀. 하기만 내 경험상 미용사 언니들은 막상 자기네 머리 하는건 귀찮아 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그렇게 많이 불안하진 않았어. 제가 여름에 머리를 짧게 잘랐는데요, 지금은 다시 기르고 싶은데요, 그냥 무작정 길러야 할것 같아서 요즘 이렇게 꽉꽉 땡겨서 묶고 다녔는데요, 제발 미친년처럼 안보이면서도 풀르고도 다닐수 있게 해주세요. 엉엉. 결국 아줌마는 내 머리에는 가위도 대지않고 그냥 펌만 했는데, 펌이 다 끝나고, 머리를 감고, 의자에 앉아, 꼬불꼬불한 젖은 머리의 꼴볼견일 내 모습을 상상하며 거울을 딱 봤는데 와… 꼴볼견이 아닌거야. 드라이도 그냥 머리 말리는 정도로만 했고 특별히 한게 없는데 이정도로 나와줬으니 이것이야말로 크리스마스의 기적! 한두달을 내 이노무 머리를 해야하는데, 내 이노무 머리를 어떻게든 해야하는데 하며 스트레스를 받았었는데 이렇게 맘에 들게 해 주셨으니 나올때 팁에 신경좀 썼지. 역시 여자는 가끔 미용실 가서 머리도 하며 돈지랄을 해줘야 해. 아줌마 고마워요. 내가 꼭 다시 올께요. 굽신굽신.
5. 지금 이곳은 폭설에 묻혀있다. 어제 낮부터 밤새 함박눈이 펑펑 내렸다. 처음엔, 와 눈이 좀 오네. 그 다음엔, 와 아직도 오네. 그 다음엔, 와 날씨가 미쳤나봐. 그 다음엔, 왓더팍? 그 다음엔, 오 마이 갓. 그 다음엔, (…). 그 다음엔 무서웠다. 뭔가, 영화 “남극일기” 한가운데 들어와 있는 기분이랄까. 오늘 우리 회사는 (당연히) 쉬는데 지금 밖에 나가 인증샷 찍을 엄두도 안날 지경. 내가 일층에 사는데, 다행이 어젯밤 자기 전까지 틈틈히 문밖의 눈을 치워 다행이지 아님 오늘 문도 안 열렸을것 같다. 진짜 그정도라니깐. 그래서 난 오늘 따뜻한 집안에만 있을 예정이야. 조금전에 돼지고기 넣은 김치찌개 끓여서 배가 터져라 먹고는, 담배 한대 딱 피고 들어와서, 따뜻한 커피 한잔 마시면서 이렇게 오랜만에 블로깅 하는중. 그리고 영화나 한편 보면서 오랜만에 십자수나 놓을까 생각중. 조금만 하면 끝나는 뜨다만 십자수가 있는데, 아마도 그걸 마지막으로 앞으로 십자수 같은건 안뜰것 같은데, 아 요번 년도 안으로 끝낼수 있을려나. 또 오랜만에 하니 한동안 버벅거리겠군. 그래도 이젠 끝내고 싶다. 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