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내가 굉장히 싫어하는 부류의 사람들이 있다. 해보기도 전에 무조건 못하겠다는 사람들. 생각도 잘 안해보고 무조건 안될거라는 말부터 하는 사람들. 그러니깐 부정적인 마인드에 행동은 안 따라주는, 그냥 앉아서 징징대는 사람들이라 하겠다. 나도 처음부터 이랬던건 아니다. 나도 한때는 착했다우. 징징거리는거 다아 들어주고, 도움되는 얘기 입아프게 들려주고, 딱한 마음에 도시락 싸갖고 다니면서 도와줬었다. 그런데 몇년이 지나고 나도 그 사람들은 항상 고대로더라. 항상 같은 상황, 항상 같은 얘기, 항상 같은 불평들. 내가 워낙 그리 착하고, 이해심 많고, 다 받아줄수 있는 아량 넓은 사람이 아니다보니 짜증만 나고 지친다. 그래서 그런 부정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과는 별로 말하고 싶지 않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내가 약간 그런식의 부정적인 사람이 되가는것 같다. 난 그게 내가 드디어 현실감각이 생겨서라고 생각했다. 이젠 무모한 희망같은건 위험하다는걸 깨닳았으니 좀 더 약아지고, 좀 더 똑똑해지고, 좀 더 이기적이 되고, 좀 더 강해지자는, 뭐 그런. 헌데 지금의 난 현실적이기는 하나, 그렇게 약아지거나 똑똑해 지지는 않았고, 더 이기적은 됐으나 겉보이는 것만큼 강하지는 않은, 거기다가 비관적인 사람이 되가고 있는것 같다. 이 생각이 들자 정신이 번쩍 들었다. 긍정적인 마인드, 긍정적인 마인드. 그게 괜히 그렇게 책에 많이 나오는게 아니고 괜히 사람들이 중요하다고 말하는게 아니거든. 난 알고 있다. 그래서 요즘 생각을 뜯어 고칠려고 노력중이다.
2. 내 자신이 늙었다고 생각 안하기로 했다. 내 나이가 지금 몇인데 어쩌구 저쩌구 하는 말도 좀 안하고. 내가 등산갈때 가끔 보는 언니가 있는데, 나도 이 언니를 많이 좋아하지만 이 언니도 나를 많이 좋아한다. 그런데 어느날 그녀가 말하길, 나를 쳐다만 봐도 예쁘다 한다. 내가 웃자 부연설명 해주길, 나보고 이십대 애들 보면 화장도 안하고 좀 못생겨도 예쁘지 않냐는 거지. 난 그렇다고 했다. 어려서 예쁜게 있거든. 그녀는 내게 이십대 애들이 예뻐 보이듯 나도 그녀에게 예쁘게 보인다는 거다. 참고로 그 언니는 40대. 그러니깐, 나는 나보다 어린 애들한테 비교하면 늙은 거지만 나보다 나이 많은 사람들과 비교하면 아직 어린거. 이 단순한 더하기 빼기 같은 이 이야기는 막상 글로 쓰니 너무 단순해서 내 자신조차 황당할 지경이다만, 어쨋거나 저쨋거나 맞는 얘기. 컵에 물이 반이나 있냐 아님 반밖에 없냐, 그거랑 똑같은 얘기. 쓰다보니 결국은 긍적적인 마인드를 갖자랑 상통하는구만. 흠.
3. 난 감정이 얼굴에 고스란히 나오는 사람이다. 내 자신은 그게 너무너무 싫어서 숨길려고 갖은 노력을 다 해왔지만 조금만 눈치있는 사람이라면 다 알수 있을꺼라 생각한다. 어쩌면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서 그런 점들을 잘 캐치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난 거짓말을 잘 못한다. 다른 사람이 거짓말을 하면 내 눈에 빤히 보이듯이 내가 거짓말을 하면 다른 사람들에게 그렇게 빤히 보일꺼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실제로도 그렇다. 그래서 난 어쩌면 거짓말장이대신 점점 얼굴에 두꺼운 철판을 깐 뻔순이가 되가는지도 모른다. 암튼,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은, 그러다보니 나에겐 정직성이란 많이 중요한게 되버렸고, 내 Value System 중에 항상 1위를 차지했었다는 거. 나도 사람인지라 항상 진실만을 말할수는 없지만 그래도 항상 진실을 말할려고 노력했었다는 거. 그리고 아무리 개인적인 얘기라도 누가 궁금해하면 항상 질문에 대답할려고 노력했었다는 거. 그런데 이젠 생각이 바뀌었다. 항상 정직할 필요는 없다는걸 깨닳았다. 아니, 내 속을 항상 그렇게 훤히 안보여줘도 괜찮다는걸 깨닳았다. 말 하고 싶으면 하고 하기 싫으면 안하면 되는거지. 그리고 그런거에 대해 괜히 남을 속이는것 같은것에 대한 죄책감 따윈 안 느껴도 된다는 거지. 뭐, 그런걸 요즘 좀 느끼고 있다. 그래서 이젠 좀 안 정직해 질려고 노력중이다.
4. 난 성악설을 믿는다. 사람만큼 이기적이고 파괴적인 생물은 없다고 본다. 우리는 하다못해, 우리가 우리보다 못났다고 생각하는 다른 생명들(동물들)도 아닌, 우리와 같은 레벨의 다른 사람들을 죽이거나 아프게 하는건 나쁜 짓이라는걸 배워야 하는 존재들인 것이다. 그래서 학교와 종교를 포함한 모든 교육기관에서 안빠지고 나오는 말이 “착하게 살자” 인것 같다. 밟은 사회를 위한 주입교육 인거지. 그래서 그렇게 배우다 보니 우린 나쁜 사람들을 싫어한다. 이기적이고, 양심도 없고, 자신이 원하는걸 가지기 위해 아무짓이나 하는 사람들. 근데 있지, 그런 사람들보다 더 나쁜 사람들은 “맹한” 사람들인것 같다. 무슨 목적 의식이 있어서 남을 괴롭히는 사람은 차라리 목적의식이라도 있다. 근데 “맹한” 사람들은 참… 설명하기 힘들다. 딱히 이기적인 사람들도 아니고 남을 괴롭히려는 목적도 없다. 그리고 말해보면 웃기게도 착하다면 착한 사람들이다. 하지만 그 “맹함” 으로 인해 자신들의 말이나 행동이 정작 다른 사람에게 어떤 상처를 주는지를 저언혀 모른다. 알면 미안하기라도 하지 모르니 이건 미안하고 자시고도 없고. 당하는 사람은 죽기 직전인데 정작 본인들은 룰룰랄라 잘만 산다. 그래서 그런 “맹한” 사람들이 나쁜 사람들보다 더 나쁜 사람들인것 같다. 그런 사람들은 앞으로 그냥 상대하지 말고 아예 피하기로 결심했다.
5. 요번 콜로라도에 가서 친구가 낳은 아기를 봤다. 이제 한달 지난 여자아이인데, 아기들을 별로 안 좋아하는 나도 보고는 너무 예뻐서 눈을 뗄수가 없었다. 분명 몇달전에 본 친구는 평상시의 내 친구 모습이었는데, 그래서 내가 깜빡하고 담배까지 권해서 욕을 바가지로 잡수셨는데 (웁쓰!), 요번에 가보니 이렇게 예쁜 아기가 꼬물대고 있는게 믿어지지가 않았다. 손가락을 꼬물꼬물 움직이는것도, 가짝 젖꼭지를 쪽쪽 빠대는 입모양도, 우유를 먹고 트름하는 모습도, 그 모든게 다 너무 신기해서 계속 바라볼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내 친구말에 의하면 요즘 불임부부의 숫자는 내가 생각했던것 보다 훨씬 많은가보다. 내 친구는 내가 아는 몇몇 부부들의 불임소식을 전해주었다. 항상 임신하는건 너무 쉬운거라 생각했던 나이기에 그들이 불임으로 겪는 고통은 충격적이었다. 그러고나니 임신하는것 자체도 기적인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울 언니는 그녀 주위에 있는 아픈 아이들에 대한 얘기를 해줬는데, 자식이 있는 부모로서 남 얘기 같지 않아 같이 마음 아파 하더라. 근데 또 그러고나니 건강한 아이를 낳는것도 기적인거야. 그러니깐, 임신해서, 건간한 아이를 낳고, 그 아이가 건강하게 잘 자라는것 자체가 기적이란거고, 더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두 남녀가 만나 부부가 되어 아이를 만드는것 자체도 기적인거고, 또 더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고 올라가면 이 세상 모든게 기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이것은 이 글의 첫번째 포인트와 이어진다. 내가 너무 부정적으로 세상을 바라봐서 여태껏 많은 것을 놓치고 있었던것 같다. 어쩌면 난 오랫동안 감사하는 마음을 잊고 산것 같다. 그래서 많은 반성을 하고 있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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