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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ve for 9월, 2010

비가 하루종일 왔다. 내일도 하루종일 온다 한다. 비가 오면 바닥이 질척거림이 싫고, 바지 끝자락이 젖어서 싫고, 공기에서 느껴지는 축축한 습기가 싫다. 부친개 생각이 간절하긴 한데 만들긴 귀찮으니 그것도 싫고. 하지만 비가 주는 생명의 느낌이 좋긴 하다. 비를 맞으면 더 파릇파릇해지는 식물들의 살아있음이 좋고, 먼지들이 땅에 가라앉아 공기가 깨끗해 지는 느낌이 좋다. 내일 아침엔 깨끗히 씼겨져 있을 내 차를 생각하면 비가 고맙기까지 하고. 머나먼 아프리카의 마르다 못해 갈라져 있는 땅들도 이 비를 맞으면 다시 살아날텐데. 아프리카에도 지금 비가 와서 아이들의 얼굴에 앉아있는 파리들을 쫓아내 줬으면 좋겠다. 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보면 우린 얼마나 많은 것들을 가졌나. 감사할 일이다.

요즘 행복하다. 난 내가 행복한지 몰랐다. 몇일전 친한 언니와 오랜만에 전화로 오랫동안 수다를 떨었다. 이 언니를 안지도 어언 십년. 아니, 십년보다 몇년 더 오래 안것 같다. 각자의 근황에 대해 얘기하다가, 돈얘기 남자얘기 지인들얘기 등등 수다 떨만큼 떨다가, 결국은 인생에 대해 얘기하다가, 그 언니 갑자기 묻는다. 넌 지금 행복하니. 난 당황한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누군가가 나에게 “넌 지금 행복하니?” 하고 물어본 적이 없는것 같다. 그래서 이 언니가 지금 나에게 뭘 물어보는지를 모르겠다고 느낀다. 그래서 난 되묻는다. 행복하다는게 어떤거냐고. 그 언니는 나에게, 매일매일 살면서 소소하게 행복하다라는 느낌을 받느냐고 묻는다. 큰것들이 아닌 소소한 것들에서. 하루 종일이 아닌 순간 순간들 속에서. 난 잠깐동안에 많은 것들에 대해 생각을 한다. 그리고 결국 그 언니에게 행복한것 같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전화 통화 후, 난 점점 내가 행복하다는걸 자각하고 있다. 신기하다. 내가 행복해 하고 있다는게.

뭔가가 변하고 있다. 뭔가가 내게 오고 있는 기분이다. 아니면 내가 그것에 한 발자국 더 다가갔던가. 그게 뭔지는 잘 모르겠다. 알듯 말듯, 보일듯 말듯, 만질수 있을듯 말듯, 그 정도 거리에 있다. 뭔가, 가까이 와 있는데, 거의 다 온것 같은데, 아직 확실히는 잘 모르겠는 그런 느낌. 솔직히 내가 평온한 기분으로 기다리고 있는 그 뭔가가 도데체 뭔지를 도통 모르겠다. 그래서 지금 나는 뭘 기대하고 있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냥, 뭔가 나쁜건 아니라는걸 안다. 무섭거나 두럽거나 긴장되거나 하지는 않는걸 보면. 그리고 급한 마음도 전혀 없다. 도데체 뭘까. 내가 지금 약간의 설레임을 가지고 기다리고 있는 것은.

요즘 글이 계속 횡설수설한다. 퍼즐 조각들이 쫘악 펼쳐져 있는데 못 맞추고 있다. 뭔가 쓰고 싶은게 분명 있는데 속에서 계속 안 나오고 있어서 답답하다. 운 좋으면 물꼬가 하나 트일까 하고 이것 저것 찔러보고 있는 격이다. 그렇게라도 물꼬를 찾아낼수 있다면 좋겠다. 그동안 나의 횡설수설을 읽는 분들은 괴롭겠지만.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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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제는 점심시간에 엑스레이만 전문으로 찍는 곳에 가서 MRI를 찍었다. 창구에서 서류를 주며 채워오라던 여자는 얼굴에만 해도 피어싱이 몇개가 있는지도 모를정도로 많은 여자였다. 엑스레이 찍을려면 온몸에 있는 엑세서리들을 다 빼야 되서, 그래서 이젠 있는지 없는지 자각도 못하는 배꼽링 빼는거 안 잊어 먹을려고 계속 신경을 쓰고 있었는데, 순간 이 여자는 엑스레이 한번 찍을려면 준비하는데 시간이 꽤 걸리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굳이 연관되는것 같진 않으면서도 연관이 되는 그 아이러니가 좀 웃겼다. 옷 갈아입는 곳으로 들어가, 팬티만 남기고 다 벗은 다음, 가운을 위에 걸치고, 온몸이 문신 투성이인 어떤 무뚝뚝한 남자를 쫄래쫄래 따라간 방은 또 아이러니했다. 꽤 큼지막한 방에, 한쪽은 다 유리로 되있어서 햇볕이 눈부시게 들어오고, 바닥은 반짝반짝 닦아놓은 마루바닥. 너어무 멋있는 방인데 한 가운데에는 큰 엑스레이 기계가 떡하니 있는거지. 그것도 사람 몸에 그리 좋지는 않다는. 침대에 올라가 누워 15분 동안 움직이지 않고 있어야 했는데, 기계는 열심히 사진들을 찍어대는지 치지직 소리가 계속 나는데, 난 그 엑스레이 센터를 들어가면서부터 느껴던 계속 이어지는 아이러니들이 재미있었다. 꼭 무슨 스릴러 영화에 들어가 있는 기분이었다고나 할까. 갑자기 엑스레이 기계에 이상이 있는것 같아서 도움을 청하러 밖으로 나가보니 사람은 커녕 책상 하나 없는 텅텅 빈 공간이라던가, 아님 밖에서 무슨 소리가 들려서 나가보니 그 문신 투성이 남자가 피어싱 투성이 여자의 목을 조르고 있었는데 나를 보더니 둘다 갑자기 웃으며 시치미를 뗀다던가. 혼자 상상하고 노느라 15분이 금방 가서 지루하지는 않았다. 하하하.

2. 허리는 흠… 많이 좋아졌다고 말하기엔 너무 이르다. 하지만 저번 주보단 많이 편해졌다. 그러니깐, 허리에 무슨 일이 일어난거지. 그러니깐 내 몸에는 비상불들이 삐요삐요 켜졌겠지. 이 비상사태에 놀란 근육들은, 특히 등과 허리 근육들은, 무슨 일이 일어난 허리를 보호하겠다고 잔뜩 긴장을 하고는 뻣뻣하게 굳어버린거지. 다행히 디스크 문제로 인한 아픔보다는 놀란 근육들 때문에 많이 불편했었는데, 몇번의 치료와 꾸준한 스트레칭으로 많이 풀렸다. 아직 본격적인 치료는 시작을 안 들어갔던터라 내 몸의 오버 하는듯한  반응이 웃기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우쭈쭈쭈 해주고 싶은 심정. 놀랐쪄요? 누가 그랬쪄요? 뭐, 그런. 내 몸은 이런 내맘 알까나 몰라. 피식.

3. 내 케모마일 새싹님들이 또 사망하셨다. 요번엔 한 1 센티미터 정도까지 싹이 나와서 드디어 성공하나 싶었는데 아니다 다를까, 또 시들시들하다가 죽어버리네. 내가 물과 햇볓을 신경쓰면서 매일매일 사랑이 듬뿍 담긴 눈길…이라기 보단 호기심 반 애절함 반의 눈길로 지켜보고 있었는데 역시 안되네 그려. 아까 청소하면서 신경질이 나서 쓰레기통에 홱 갔다버렸다. 아, 이노무 50센트 주고산 케모마일 씨앗들이여. 내 너를 한번 더 피워보기 위해 영양가 많이 들어간 흙을 직접 돈주고 사와야 하느냐 아님 삼진 아웃으로 이만 포기해야 하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흠…

4. 한 이틀 전이던가… 기분 나쁜 꿈을 꾸었다. 내용은 자세히 기억도 안나지만, 내가 너무도 싫어하는 또라이 놈이 꿈에 나왔다. 꿈에서 그는 엄청난 대마왕 같은 존재였다. 왜, 게임에서 100판째에 왕이 나오면, 잘은 죽지는 않지만 그래도 계속 총알이던 뭐던 싸대면 언젠간 죽잖아. 그런 죽일수 있는 존재가 아닌, 인간으로서는 도저히 죽일수가 없는 그런 존재였다. 기억에 그 놈은 무슨 마술같은걸 썼던것 같다. 내 등 뒤에는 그놈에게 당한 많은 약자들이 내가 그놈을 어떻게 해주기만을 발을 동동 구르며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 놈이 내 얼굴에 지 얼굴을 가까이 대고 씩 웃는 순간, 난 내가 그놈에게 상처 하나 낼수 없다는걸 깨닳았고, 그 절망하는 순간에 눈을 번쩍 뜨며 잠에서 깼다. 난 그때 옆으로 누워 있었는데, 그 자세로 눈을 크게 뜨고는 한동안 움직이지도 못하고 누워만 있었다. 아주 말똥말똥하게 깨어버린 정신으로. 시계를 보니 새벽 4시 십몇분. 다시 잠이 들기까지 시간이 꽤 걸렸던것 같다. 이 꿈은 뭐랄까… 아무 뜻은 없다. 난 더 이상 예전에 있었던 일들 때문에 부들부들 떠는 상태도 아니다. 하지만 꿈에서도 그놈을 죽이지 못해 절망하던 나에게 현실에서 그 놈을 계속 보라고 말하던 사람들이 생각이 났다. 그리고 씁쓸해졌다. 용서? 나도 용서 하고싶다. 가슴에 독을 품고 사는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서 나도 있지, 다 용서하고 있지, 다 툭툭 털어버리고 살고 싶다고. 근데 안되는걸 어떻하라고. 머리로도 안되고 가슴으로도 안되는 용서를 어떻게 하라고. 그래서 용서하는 척도 못하겠는걸 어떻하라고. 그래서 나의 그런 심정을 잘 알면서도 그렇게 하라고 강요/권유 했던 사람들까지 다 용서를 못하고 있다. 그래서 씁쓸하다.

5. 내일은 등산 간다. 테니스는 아무래도 좀 무리인것 같아 요즘 안치고 있다. 이제 날씨도 서늘해지니 요번 시즌은 그냥 이렇게 마무리 되는듯. 안타까운건 이제서야 내가 뭘 잘못하고 있었는지 알았다는거. 그래서 새롭게 깨닳은걸 해보고 싶은데 아마도 내년에나 할수 있을것 같다는 거. 할수 없지 뭐. 힝. 그래도 등산은 가야겠다. 우선 테니스 보다는 몸에 충격이 안 가해지고, 운동삼아 하는게 몸에도 더 좋을것 같고, 단풍구경도 멋있을것 같다. 그리고 겨울 등산도 나름 운치 있다고 하니 겨울에도 계속 꾸준하게 하고 싶다. 비록 몸은 상태가 별로지만 산에 갈 생각하니 살짝 신이 나네 그려. 전 그럼 이만 잡니다요. 다들 좋은밤 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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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일주일 전부터 허리가 아팠다. 뭐, 특별히 한게 없어서 왜 이런지는 잘 모르겠다. 환절기라 그런가, 괜히 피곤하고 힘이 딸리는데, 거기다가 테니스 스윙을 바꿔보겠다고 깝족대다가 무리를 했나. 갸우뚱 갸우뚱. 암튼 요즘 이곳 날씨가 비가 오던가 아님 계속 꾸질꾸질 하다보니 날씨때문에 그려려니 했다. 이놈의 몸이 이제 점점 맛탱이가 가는거지, 기상정보를 저절로 알아서 해주는걸 보면. 이럴땐 예전에 스노우 보드를 좀 “터프”하게 탔던 때가 후회가 살짝 되기도 한다. 그땐 왜 그렇게도 하늘을 날고 싶었는지. 솔직히 보드가 하늘 날기 용은 아니잖아? 그럼 잘못 떨어졌을 때에 몸에 가해질 충격도 좀 생각을 했었어야지. 지 몸 상하는건 생각도 안하고 그저어 좋다고 신나서 그러고 돌아 다녔으니. 쯧쯧. 허리 아픈게 보드 때문은 아니지만 아픈때엔 이것저것 다 생각이 나는 법이라오. 암튼 날씨가 좀 개면 괜찮아 지겠지 하며 날씨가 개이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아… 어제 갑자기 확 악화가 되면서 허리를 굽히지 못하는 상태로 진입했다. 아니, 굽힐수는 있지, 좀 아파서 그렇지. 그리고 허리가 아픈게 아니라 다리가 아파서 문제지. 가슴이 철렁했다. 그리고 오늘 당장 Chiropractor에 다녀왔다.

닥터 버그는 미국에서도 보기 흔치 않은 “완전” 백인이었다. 새하얀 피부에, 속눈썹까지 금발인 진짜 금발에, 새파란 눈을 똥그랗게 힘주어 뜨는게 버릇인, 내 나이 또래로 보이는 친절한 백인 남자. 오늘 처음 간 곳이다보니 치료를 시작하기 전에 의사와 오랫동안 이것저것에 대해 많은 얘기를 나누었다. 내가 허리디스크 쪽에는 초보 환자가 아니다보니 얘기는 쉽게쉽게 넘어갔다. 좋은 소식은 상태가 그리 심각한진 않다는거. 문론 그렇다고 디스크 문제가 없어지진 않는다. 수술로도 완치가 안될수 있는게 디스크 문제이기 때문에 난 벌써 평생을 같이 할 지병이 생긴 셈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평생 누워서 지내야 할 병은 아니다. 우선 치료 받아서 통증을 없앤 후에 스트레칭 열심히 해주고, 운동도 꾼주히 해주고, 자세를 똑바로 하고 다니면 괜찮다. 통증이 있을땐 하라는 대로 다 하는 아주 착한 환자다가 통증이 사라지면 날라리 환자가 되는게 문제지만. 암튼 앞으로 몇주 치료를 받아야 할것 같다. 오늘 하루 치료를 받았는데 뻣뻣했던 허리가 많이 부드러워져서 훨씬 편해졌다. 통증도 많이 업어져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예전에 아팠던 때를 생각하면 휴… 진짜 끔찍하다.   

예전 의사는 스트레칭 하다가도 아프면 하지 말아라, 윗몸 일으키기나 뛰는건 저얼대 하지 말아라 등등 하지 말란 소리가 많았다. 그 소리들은 나로 하여금 내 자신을 “진짜” 환자로 만들게 했고, 내 건강에 자신있던 나에게서 자신감을 뺏아갔으며, 난 한동안 아무것도 못하고 우울증 비스무리한거에 걸렸었다. 내가 그런 얘기를 하며 걱정을 내비치자 이 의사는 고개를 쩔래쩔래 흔든다. 같은 치료를 받은 두 그룹을 대상으로 한 실험 결과, 운동이나 다른 액티비티를 한 그룹이 아무것도 안하고 치료만 받은 그룹에 비해 낫는 속도가 훠얼씬 빨랐다면서, 요번 주말만 조심히 지내고 다음 주부턴 나 하고 싶은거 다 하래네. 참 웃기지. 내가 지금 생각해봐도 운동 하는게 안하는것 보다 난건 너무나도 당연한건데 그땐 왜 그랬나 모르겠다. 그냥, 내가 처음으로 느껴보는 견디기 힘든 육체적 고통에 당황했었고, 소위 의사라는 권위있는 사람의 말에 좀 쫄았었나보다. 환자들은 어쩔수 없이 vulnerable 하기 때문에 의사가 하라는 대로 할수밖에 없다. 내가 직접 다 겪어보고 나니 이것저것 하지 말라는 보수적인 의사보다는 이것저것 다 하라는 의사가 환자에겐 더 난것 같다.     

닥터 버그는 내가 콜로라도에서 스노우보드를 오랫동안 탔다는 말에 얼굴이 환해졌다. Steamboat 라는, 콜로라도의 스키장중에 하나인 곳에 갔었는데 너어무 좋았었댄다. 이쪽 동부는 Vermont 이라는, 여기서 한 대여섯 시간정도 가야하는 곳에나 가야 탈만하다고, 하지만 넌 거기서도 좀 심심해 할꺼라고 한다. 그래서 내가 그잖아도 너무 실망할까봐 여기선 아예 보드타러 안가봤다며 장난섞인 잘난척을 좀 떨었더니 부러움이 가득찬 얼굴로 날 쳐다보는데 아, 순간 너무 귀여웠다. 그러더니 그래도 스노우 보드가 허리, 엉덩이, 다리 근육 단련에 좋다며 나보고 계속 타러 다니래. 자기도 자주 갔었는데 최근에는 바빠서 못갔다면서 아쉬운 표정으로. 운동 좋아하는 환자와 운동 좋아하는 의사의 만남. 좋은 만남인것 같다.   

저번주에는 먹던 바이타민들이 다 만료기간이 지난걸 알았다. 기간이 지난지는 그리 오래 되지 않았는데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기간 지난거 먹으면 안된다네. 그래서 multi-vitamin 하고 바이타민C 하고 사와서 먹고 있다. 바이타민C는 요번에는 그냥 씹어 먹는걸로 샀는데 맛이 아주 맘에 들어서 하루에 하나 먹으면 될껄 생각 날때마다 하나씩 집어먹고 있다. 또 치과와 여자들만 하는 check up도 갈때가 된것 같아 appointment 만들려고 생각하고 있었고, 돈 내는 것만큼 보험을 안쓰는것 같아 여태껏 한번도 안 가본 보통 의사 (family physician)도 한번 찾아가서 피검사 같은것도 할려고 맘먹고 있었다. 그러니깐, 내 딴에는 좀 건강하게 살아 보겠다고 이것저것 계획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놈의 디스크가 이렇게 일을 만들어 주네. 뭐, 그래도 한 4년 동안은 별 문제 없이 지내왔으니 요번에 치료 받으면 앞으로 적어도 몇년은 괜찮겠지 하는 근거없는 긍적적인 생각이 든다. 암튼 아프면 본인도 고생이요 주위 사람도 고생이다. 다들 아프지 말고 항상 좋은 자세 유지하시길. 차사고 보다도 평상시의 나쁜 자세가 허리 디스크의 원인중 제일 크니까요. 찡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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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광수생각” 이란 만화를 참 많이 좋아했었다. 이 만화를 싫어하는 사람도 없겠다만, 특히 이 만화 스타일은 딱 내 스타일이다. 포스터 스타일의 선과 색깔들. 거기다가 깔끔함과 단순함속에 담긴 여러가지 종류의 메세지들. 암튼 그 만화들중에 내가 많이 좋아하던 그림이 하나 있다. 한칸은 빨간색, 한칸은 노란색, 그렇게 다섯칸 정도가 전부 색깔로만 칠해져있고, 그림밑의 짧은 메세지는 내 기억엔 대충 이랬다: 우리 인생이 이렇게 정확하다면 얼마나 좋을까, 뭐 그런.

그때 그 메세지를 보고 난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안도였다고나 할까. 아, 나만 이런게 아니었구나 하는. 1 더하기 1은 2여야 하는데, 이 세상은 꼭 그렇게 산수처럼 딱 떨어지게 돌아가지 않는다는걸 깨닳는 후 였던것 같다. 그리고 그 깨닳음은 나로서는 참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이었다. 어쩌면 어떤식의 결벽증이나 강박관념 같은건지도 모르겠다. 어렸을때부터 숫자가 좋았었는데, 그건 산수가 항상 답이 하나인 화끈한 과목이어서 그랬던것 같다. 맞거나 틀리거나. 또 맞으면 비슷한 다른 답이 있는게 아니라 정답 딱 하나만 있는거니깐. 그리고 난 항상 그런게 편하고 좋았다. 내가 아직도 퍼즐 맞추기, 수도쿠, 가구 조립, 십자수 같이 뭔가 딱딱 떨어지는걸 할때 제일 즐거워 하는걸 보면 이건 아마도 내 성격중에 있는 무엇인것 같다. 그래서 어쩌면 먼길을 돌고 돌아 가지게 된 지금의 회계사란 내 직업은 우연이 아닐지도 모른다. 회계라는것도 뭔가 딱딱 맞아 떨어져야 하니깐. 지금은 1 더하기 1이 2가 아닌 이놈의 세상살이를 예전보다 더 이해도 하고 받아 들인다. 하지만 싫은건 싫은거다. 그래서 자꾸 뭔가 딱딱 떨어지는걸 찾아 하며 나만의 편안함을 느끼려 하는지도 모른다. 

저번에 슈퍼스타K2를 보다가 이승철이 허각이란 참가자에게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당신은 노래에서 답을 찾을려고 해요. 답은 없는데. 난 그 참가자의 노래에서 그런점을 찾을수 있을만큼의 전문가가 아니다보니 그 뜻은 이해를 못했다. 그리고 아직도 당연히 이해 못하고 있다. 내가 좀 어려운 영화들을 좋아하는게, 내가 그걸 다 이해해서가 아니라, 이해 못하는걸 이해 해보겠다고 죽어라 생각하는 버릇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렇게 이해 못하는 말이 나왔으니 난 또 몇일간 그 말에 대해 생각을 해봤다. 답이 없는데 자꾸 답을 찾으려 한다… 답이 없는데 자꾸 답을 찾으려 한다…

그러다가 내가 바로 이 글 전에 쓴 포스팅을 오늘 다시 읽어봤다. 보통 글을 다 쓰고 나서 공개하기 전에 띄어쓰기나 발음 같은게 틀렸나 그런것들만 체크하지 내용은 다시 체크를 안하는 편이다. 그 글은 내 딴엔 요즘 생각하고 있는 것들을 정리하며 적어본다고 쓴 글이다. 그리고 오늘 그 글을 읽으며 난 내 자신에게 참 기가 막혔다. 특히 나쁜 사람이 나쁜거냐 아님 맹한 사람이 더 나쁜거냐 그 부분. 그러니깐, 나쁜 사람도 나쁜거고 맹한 사람도 나쁜거잖아. 내가 맹한 사람들에 의해 상처를 입었다고 해서 나쁜 사람들이 덜 나빠지는건 아니잖아. 그냥 맹한 사람들도 나쁜 사람들이 될수도 있구나 하는 새로운 사실을 깨닳았을 뿐인거지. 근데 난 또 굳이 누가 더 나쁜건지에 대해 정의를 내리고 있었다. 그러니깐, 답이 없는데 자꾸 답을 찾으려 하는 사람은 바로 나였다. 그래서 어쩌면 그 말이 내 머리속에 그렇게 박혀 있었나보다. 누가 나한테 직접 한 말도 아닌데 혼자서 뭔가 찔끔하고 놀란거지. 갑자기 답을 찾으려 하지 않는 허각의 노래는 어떨까 굉장히 궁금하다.

이 글은 저번 글처럼, 난 이제 나의 문제점을 알았으니 앞으로는 이렇게 이렇게 하려고 노력해 볼 것이오 라는, 별로 신빙성 없는 말로는 끝내고 싶지 않다. 딱히 문제점이라는 생각이 안 들어서일까. 1 더하기 1이 2가 아닌 세상을 더 쉽게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그렇지 못한 사람들도 있는 법이니까. 그리고 어차피 힘든건 나지 다른 사람이 아니니깐. 그래서 싫은걸 굳이 좋아할려고 노력하고 싶지 않다. 그리고 어떤 일이던간에 싫은걸 좋아하려는 노력따윈 이젠 안할꺼다. 그렇게 내 자신에게만 관대한 나는 한가지의 답을 또 내리고 있다. 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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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내가 굉장히 싫어하는 부류의 사람들이 있다. 해보기도 전에 무조건 못하겠다는 사람들. 생각도 잘 안해보고 무조건 안될거라는 말부터 하는 사람들. 그러니깐 부정적인 마인드에 행동은 안 따라주는, 그냥 앉아서 징징대는 사람들이라 하겠다. 나도 처음부터 이랬던건 아니다. 나도 한때는 착했다우. 징징거리는거 다아 들어주고, 도움되는 얘기 입아프게 들려주고, 딱한 마음에 도시락 싸갖고 다니면서 도와줬었다. 그런데 몇년이 지나고 나도 그 사람들은 항상 고대로더라. 항상 같은 상황, 항상 같은 얘기, 항상 같은 불평들. 내가 워낙 그리 착하고, 이해심 많고, 다 받아줄수 있는 아량 넓은 사람이 아니다보니 짜증만 나고 지친다. 그래서 그런 부정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과는 별로 말하고 싶지 않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내가 약간 그런식의 부정적인 사람이 되가는것 같다. 난 그게 내가 드디어 현실감각이 생겨서라고 생각했다. 이젠 무모한 희망같은건 위험하다는걸 깨닳았으니 좀 더 약아지고, 좀 더 똑똑해지고, 좀 더 이기적이 되고, 좀 더 강해지자는, 뭐 그런. 헌데 지금의 난 현실적이기는 하나, 그렇게 약아지거나 똑똑해 지지는 않았고, 더 이기적은 됐으나 겉보이는 것만큼 강하지는 않은, 거기다가 비관적인 사람이 되가고 있는것 같다. 이 생각이 들자 정신이 번쩍 들었다. 긍정적인 마인드, 긍정적인 마인드. 그게 괜히 그렇게 책에 많이 나오는게 아니고 괜히 사람들이 중요하다고 말하는게 아니거든. 난 알고 있다. 그래서 요즘 생각을 뜯어 고칠려고 노력중이다.

2.  내 자신이 늙었다고 생각 안하기로 했다. 내 나이가 지금 몇인데 어쩌구 저쩌구 하는 말도 좀 안하고. 내가 등산갈때 가끔 보는 언니가 있는데, 나도 이 언니를 많이 좋아하지만 이 언니도 나를 많이 좋아한다. 그런데 어느날 그녀가 말하길, 나를 쳐다만 봐도 예쁘다 한다. 내가 웃자 부연설명 해주길, 나보고 이십대 애들 보면 화장도 안하고 좀 못생겨도 예쁘지 않냐는 거지. 난 그렇다고 했다. 어려서 예쁜게 있거든. 그녀는 내게 이십대 애들이 예뻐 보이듯 나도 그녀에게 예쁘게 보인다는 거다. 참고로 그 언니는 40대. 그러니깐, 나는 나보다 어린 애들한테 비교하면 늙은 거지만 나보다 나이 많은 사람들과 비교하면 아직 어린거. 이 단순한 더하기 빼기 같은 이 이야기는 막상 글로 쓰니 너무 단순해서 내 자신조차 황당할 지경이다만, 어쨋거나 저쨋거나 맞는 얘기. 컵에 물이 반이나 있냐 아님 반밖에 없냐, 그거랑 똑같은 얘기. 쓰다보니 결국은 긍적적인 마인드를 갖자랑 상통하는구만. 흠. 

3. 난 감정이 얼굴에 고스란히 나오는 사람이다. 내 자신은 그게 너무너무 싫어서 숨길려고 갖은 노력을 다 해왔지만 조금만 눈치있는 사람이라면 다 알수 있을꺼라 생각한다. 어쩌면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서 그런 점들을 잘 캐치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난 거짓말을 잘 못한다. 다른 사람이 거짓말을 하면 내 눈에 빤히 보이듯이 내가 거짓말을 하면 다른 사람들에게 그렇게 빤히 보일꺼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실제로도 그렇다. 그래서 난 어쩌면 거짓말장이대신 점점 얼굴에 두꺼운 철판을 깐 뻔순이가 되가는지도 모른다. 암튼,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은, 그러다보니 나에겐 정직성이란 많이 중요한게 되버렸고, 내 Value System 중에 항상 1위를 차지했었다는 거. 나도 사람인지라 항상 진실만을 말할수는 없지만 그래도 항상 진실을 말할려고 노력했었다는 거. 그리고 아무리 개인적인 얘기라도 누가 궁금해하면 항상 질문에 대답할려고 노력했었다는 거. 그런데 이젠 생각이 바뀌었다. 항상 정직할 필요는 없다는걸 깨닳았다. 아니, 내 속을 항상 그렇게 훤히 안보여줘도 괜찮다는걸 깨닳았다. 말 하고 싶으면 하고 하기 싫으면 안하면 되는거지. 그리고 그런거에 대해 괜히 남을 속이는것 같은것에 대한 죄책감 따윈 안 느껴도 된다는 거지. 뭐, 그런걸 요즘 좀 느끼고 있다. 그래서 이젠 좀 안 정직해 질려고 노력중이다.

4. 난 성악설을 믿는다. 사람만큼 이기적이고 파괴적인 생물은 없다고 본다. 우리는 하다못해, 우리가 우리보다 못났다고 생각하는 다른 생명들(동물들)도 아닌, 우리와 같은 레벨의 다른 사람들을 죽이거나 아프게 하는건 나쁜 짓이라는걸 배워야 하는 존재들인 것이다. 그래서 학교와 종교를 포함한 모든 교육기관에서 안빠지고 나오는 말이 “착하게 살자” 인것 같다. 밟은 사회를 위한 주입교육 인거지. 그래서 그렇게 배우다 보니 우린 나쁜 사람들을 싫어한다. 이기적이고, 양심도 없고, 자신이 원하는걸 가지기 위해 아무짓이나 하는 사람들. 근데 있지, 그런 사람들보다 더 나쁜 사람들은 “맹한” 사람들인것 같다. 무슨 목적 의식이 있어서 남을 괴롭히는 사람은 차라리 목적의식이라도 있다. 근데 “맹한” 사람들은 참… 설명하기 힘들다. 딱히 이기적인 사람들도 아니고 남을 괴롭히려는 목적도 없다. 그리고 말해보면 웃기게도 착하다면 착한 사람들이다. 하지만 그 “맹함” 으로 인해 자신들의 말이나 행동이 정작 다른 사람에게 어떤 상처를 주는지를 저언혀 모른다. 알면 미안하기라도 하지 모르니 이건 미안하고 자시고도 없고. 당하는 사람은 죽기 직전인데 정작 본인들은 룰룰랄라 잘만 산다. 그래서 그런 “맹한” 사람들이 나쁜 사람들보다 더 나쁜 사람들인것 같다. 그런 사람들은 앞으로 그냥 상대하지 말고 아예 피하기로 결심했다.       

5. 요번 콜로라도에 가서 친구가 낳은 아기를 봤다. 이제 한달 지난 여자아이인데, 아기들을 별로 안 좋아하는 나도 보고는 너무 예뻐서 눈을 뗄수가 없었다. 분명 몇달전에 본 친구는 평상시의 내 친구 모습이었는데, 그래서 내가 깜빡하고 담배까지 권해서 욕을 바가지로 잡수셨는데 (웁쓰!), 요번에 가보니 이렇게 예쁜 아기가 꼬물대고 있는게 믿어지지가 않았다. 손가락을 꼬물꼬물 움직이는것도, 가짝 젖꼭지를 쪽쪽 빠대는 입모양도, 우유를 먹고 트름하는 모습도, 그 모든게 다 너무 신기해서 계속 바라볼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내 친구말에 의하면 요즘 불임부부의 숫자는 내가 생각했던것 보다 훨씬 많은가보다. 내 친구는 내가 아는 몇몇 부부들의 불임소식을 전해주었다. 항상 임신하는건 너무 쉬운거라 생각했던 나이기에 그들이 불임으로 겪는 고통은 충격적이었다. 그러고나니 임신하는것 자체도 기적인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울 언니는 그녀 주위에 있는 아픈 아이들에 대한 얘기를 해줬는데, 자식이 있는 부모로서 남 얘기 같지 않아 같이 마음 아파 하더라. 근데 또 그러고나니 건강한 아이를 낳는것도 기적인거야. 그러니깐, 임신해서, 건간한 아이를 낳고, 그 아이가 건강하게 잘 자라는것 자체가 기적이란거고, 더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두 남녀가 만나 부부가 되어 아이를 만드는것 자체도 기적인거고, 또 더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고 올라가면 이 세상 모든게 기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이것은 이 글의 첫번째 포인트와 이어진다. 내가 너무 부정적으로 세상을 바라봐서 여태껏 많은 것을 놓치고 있었던것 같다. 어쩌면 난 오랫동안 감사하는 마음을 잊고 산것 같다. 그래서 많은 반성을 하고 있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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