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지금 집에 혼자 있다. 혼자 있은지 거의 2주가 되간다.
남편은 지금 한국에 있다. 작년 말쯤, 예전부터 관심있어 하던 분야에 자리가 나서 레주메를 넣었고, 3주전 한국에 있는 사장이 와서 미국에 와서 인터뷰를 보더니, 일주일 후 한국에 2주동안 트레이닝같은거 받으러 갔다. 일들이 얼마나 후딱후딱 일어났는지 난 한국에 들려보낼 선물들도 차마 준비를 못했다. 당연히! 시댁이 신경쓰인다. 흑흑.
그는 아주 예전부터 이 일을 하고싶어 했기에 봉급이 크지도 않음에도 아주 기쁜 마음으로 갔다. 그는 봉급때문에 (불쌍하게도) 내 눈치를 좀 봤었는데, 난 아주 쿨하게! 그리고 단호하게! 하라고 했다. (나란 녀자, 멋있는 녀자. 음하하하). 그는 내가 쪼오끔 질투심이 날 정도로 신나했는데, 난 그가 원하던 일을 하게 되어서 기쁘기도 했지만, 솔직히 좀 부럽기도 하고 질투도 느낀다. 좋겠다 씨. 그토록 하고 싶던일 하게 되서. 쳇. (나란 녀자, 뒷끝있는 녀자. ㅠㅠ)
암튼 그래서 난 그가 없는동안 오랜만에 폭풍 블로깅도 하고, 2011년도 서류정리들도 싹 하고, 봄맞이 옷장 정리도 좀 하고, 아직도 못끝내고 있는 아주 심플한 십자수도 끝내고, 코트에 떨어진 단추도 달고, 뭐 그렇게 나름 계획이 대따 많았었다. 그랬었었다. 약 2주전에는.
그대신 난 한편당 대충 2시간쯤 되는, 모두 합해 6편인, “고대의 외계인 (Ancient Aliens)”이란 긴 다큐멘타리를 봤고, 외계인들과 고대 인간문명의 관계에 푹 빠져 일주일을 보냈다. 난 어렸을때부터 외계인들이 있다고 생각해 왔었는데 와… 사실 외계인들은 예전부터 있었대. 고대때부터. 전 세계에 있는 각종 고대 문명들은 외계인들에게서 기술을 도움받아 만든거래. 다들 지금 우리가 가지고 있는 기술로도 똑같이 만들려고 하면 택도 없대. 진짜래. 어머나 어머나.
그렇게 첫 주를 보낸후 요번주는 진화론에 관한 다큐들을 찾아 보느라 바빴다. 흠… 역시 설명이 안되는게 너무 많아. 근데 난 왜 네안데르탈 발음할때 자꾸 발음이 꼬일까.. 흠…
그렇게 난 “나는 누구? 여긴 어디?” 란 아주 심오한 토픽에 푹 빠져 시간이 어찌 가는지도 모른체 2주를 보냈다. 정신을 차리고 나니 하… 아무것도 못했네. 남편은 벌써 토요일 아침에 오는데. 셰뜨.
하지만 내가 그렇게 심오한 토픽에 빠져 있느라 그의 빈자리도 못느꼈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오산. 놉 놉. 손가락 까딱까딱.
난 지금 2주동안 빨래를 안했는데, 방금 샤워하고 마지막 빤쓰를 입으며 빨래담당인 그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쓰레기는 냄새때문에 몇번 내가 직접 버리러 갔어야 했는데, 쓰레기 담당인 그가 어서 와서 나대신 쓰레기를 버리러 가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또 몇일전엔 큰 거미 한마리를 내가! 직접! 죽여야 했다. 그 충격으로 난 그 후 몇시간을 어떻게 보냈는지도 모르겠다. 어떤 벌레라도 젠틀한 손으로 살짝 집어 창문 밖으로 내보내주는 멋있는 그를 내가 얼마나 그리워하고 있는데! (우리 남편, 벌레 잡아줄땐 세상에서 제에일 멋있는 남자로 변신함)
그는 한국에 가면서 빨래는 자기가 와서 할테니 하지 말라 했고, 너무 늦은 밤엔 쓰레기 버리러 나가지 말라고 당부하고 갔다. 남한텐 참 무뚝뚝한 경상도 남자인데 나한텐 참 자상한 남자다. 어젯밤에 잘려고 누웠을땐, 옆에서 시끄럽게 코고는 사람도 없고 침대도 혼자 다 써도 되니 나름 좋다고 생각했었는데, 왜 갑자기 그게 생각이 났을까. 저번달 생리통이 너무 심해서 자다가 깬적이 있는데, 진짜 앗 소리도 못하고 혼자 진땀흘리며 끙끙댈 정도로 아팠었는데, 내가 신음 비슷한 소리로 겨우 겨우 그를 불러서 약좀 갔다 달라고 했을때, 그는 잠이 아직 안 깨 정신없는 얼굴과 심하게 뻗친 머리를 한채로 침대에서 총알처럼 뛰어나가 나에게 약과 물을 갔다줬었다. 그때 그의 얼굴은 나에겐 안 잊혀지는 얼굴이다. 아직도 생생하네. 허허허.
빨리 와라 울 남편.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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