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한국에 있었을때, 그러니깐 아직 초등학생 이었을때, 울 언니는 밤마다 “별이 빛나는 밤에”를 듣곤 했었다. 그럼 난 언니 옆에 누워서 같이 듣곤 했었지. 이불을 머리까지 같이 뒤집어 쓰고는 엎드려 누운 채 머리맡에 가깝게 둔 라디오를 조용조용 듣던 시절. 어린 아이에게는 꽤 늦은 시간이었을 텐데도, 난 중간에 꾸벅꾸벅 조는 한이 있을지언정 열심히 들었었다.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부터 가수가 꿈이었던 나는 별밤을 들으며 상상의 나래를 펼쳤었다. 내가 아리따운 아가씨 가수가 되어 별밤지기 이문세 아저씨의 게스트로 초대가 되었다던지, 나의 목소리가 라디오를 타고 흘러나와 우리반 아이들이 내가 가수가 됬다는걸 알았다던지 (상상이므로 시간계념 같은건 없었음). 그땐 가수들이 노래를 하면 그들의 숨소리까지 다 들렸었는데, 밤에 조용조용 듣던 나같은 청취자들을 위해 난 내가 나가서 노래를 할땐 좀 조용한 노래로 살살 불러야 겠다라는 결심까지 했었다. 혼자 김칫국을 벌컥벌컥 들여마시고 있있던거지.
난 진짜 내가 가수가 되서 평생 노래하며 살줄 알았다. 내가 스무살때 엄마한테 혼자 한국가서 가수하겠다고 했을때 처음엔 웃던 엄마가 나중에 내가 심각하다는걸 알아채리고는 몇날몇일 날 설득시켜서 한국 못 나가게 했을때 까지는. 그때 울 엄마 말씀하시길, 네가 돈이 있냐 빽이 있냐, 그것도 다 돈이랑 빽이랑 있어야 하는거다, 괜히 가서 직싸게 고생하며 허송세월 하지 말고 여기서 공부나 해라. 내 기억에 울 엄마는 그때 좀 당황도 했거니와 나한테 미안해 했던것도 같다. 난 학교 들어가기 전부터 항상 가수 할거라고 했었는데, 내가 아직도 그 꿈을 가지고 있었다는거에 대해 당황했을 테고, 딸이 하고 싶은게 있다는데 못 도와줘서 미안했을 테고. 뭐, 할수 없지, 이미 지난 일인걸. 난 그냥 그때 한국에 나가서 되던 말던 한번 시도조차 못해본걸 아직도 후회하며 살뿐.
팝송에 대해 쓸려다가 이렇게 또 서두가 기네. 아무튼 그때 라디오에서 유명한 팝송들도 많이 들려줬었다. 가수 지망생이었던 나는 어느 나라 노래던 다 따라부르고 싶어했고, 음이야 몇번 들으면 다 알겠는데, 당최 가사를 몰라서 못따라 부르겠는거야. 응응, 흠흠, 랄라로만 끝까지 부를순 없잖아, 뽀다구 안나게. 그래서 그때 어린아이들이 많이 했듯, 한국말로 발음 들리는데로 적어서 외우곤 했다. 그거, 쉬운일 아니다? 우선 라디오에서 그 노래 나올때까지 기다렸다가 테잎에 녹음해야지, 그 다음 플레이 스탑 플레이 스탑 그렇게 하면서 열심히 적어야지, 그 다음 종이 가지고 다니면서 딸딸 외워야지. 그렇게 나는 그 시절, 마이 네임 이즈 땡땡도 모르적에 벌써 팝송을 불렀다 이거야. 나중에 미국 와서, 그것도 영어가 어느정도 된 후에, 그때 들었던 노래들이 라디오에서 나오면 귀 귀울여 가사를 들었었는데, 우선 영어가 귀에 들리고 무슨 소리인지도 알아들으니 신기하기도 했거니와, 그 가사들의 뜻을 알고서는 꽤 큰 충격에 빠지곤 했었다. 특히 빌리 진. 그리고 보헤미안 렙소디. 젠장, 가사가 이런거였어? 헐.
그리다가 오늘 오랜만에 라디오에서 BoyzIImen 버젼의 “Yesterday”를 들었다. 이것도 그땐 무슨 뜻의 노래인지도 몰랐었지. 그냥 울 엄마가 많이 좋아해서 외워서 불러줬었다. 나중에 이 노래의 가사를 알았을때는 아직 나이가 어렸었는지 그 뜻을 이해 못 했었는데, 점점 나이가 들어가면서는 왜 이노래가 그렇게 많은 사랑을 받는지 알겠다. 참 아름다운 노래다. 하지만 참 쓸쓸한 노래다. 아름답긴 한데 너무 쓸쓸해서 싫다. 솔직히는 아야 소리도 못하게 정곡이 찔리는 기분이 싫은것 같기도 하고.
Yesterday,
All my troubles seemed so far away,
Now it looks as though they’re here to stay,
Oh, I believe in yesterday.
Suddenly,
I’m not half the man I used to be,
There’s a shadow hanging over me,
Oh, yesterday came suddenly.
Why she
Had to go I don’t know, she wouldn’t say.
I said,
Something wrong, now I long for yesterday.
Yesterday,
Love was such an easy game to play,
Now I need a place to hide away,
Oh, I believe in yester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