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낮에 일하다가 책상에서 오는 진동을 느꼈다. 마우스를 잡고 있는 내 오른쪽 팔이 부르르르 떨렸었다. 처음엔 가벽을 두고 옆에 앉은 피터가 다리를 떠나 싶었다. 그놈이 다리를 떨면서 다리가 자신의 책상을 흔들고 내 책상으로 그 떨림이 전해 오는줄 알았거든. 근데 한참을 떠는거야. 아 얘가 왜 안하던 짓을 하지. 일이 좀 안풀리나. 그러고 있는데 요번엔 발쪽에서 진동이 느껴졌다. 밑에층에서 무슨 기계를 돌리나? 근데 어? 지금 내가 있는데가 일층인데?
조금 후에 진동은 멈추었고 사람들은 웅성웅성대기 시작했다. 얘기를 들어보니 지진이라데. 버지니아와 워싱턴 디씨쪽에 지진이 일어났나본데 이쪽까지도 여파가 온거라데. 그렇게 난 난생 처음으로 지진이란걸 느껴보았다. 솔직히 그땐 별 생각 없었는데 와, 나중에 생각해보니까 좀 무섭더라구. 괜히 영화의 장면들이 생각이 나면서. 그래서 안도하면서, 감사함을 느끼면서, 다 지나간거라 생각했었는데…
그랬었는데…
지금 나 쪼오끔 무섭다?
요번엔 허리케인. 이름이 아이렌이라지 아마. 오늘 밤부터 시작해서 일요일 밤까지, 잘하면 월요일 아침까지 이어지는거라 금요일 퇴근할때 회사에서 다들 조심하라고, 월요일 아침에 일 오기 전에 전화부터 해보라고 당부를 하고는 보내줬다. 그리고 오늘 밖에 파킹랏을 보니 다들 차들을 나무쪽에서 떨어진 빌딩쪽으로 쪼로록 세워나서 나도 차를 옮겨놓긴 했었다. 아 진짜 뭔가 오긴 오나부다 하며 계속 창밖의 날씨만 봤었는데, 막상 저녁이 되니까 비 좀 오고 바람 좀 부는 정도. 그래서 난 에이, 그럼 그렇지. 암튼 사람들은 별것 아니것 가지고 호들갑을 잘 떨어요 그러고 있었는데. 그러고 있었는데…
지금 밖에는 난리가 났다. 소나기같은 비는 아니지만 비는 계속 오고 있다. 그리고 이층이 끝인 빌딩에서 이층에 살고 있는 우리집엔 천정이 한군데가 세서 쓰레기통을 받쳐놨다. 하지만 지금 나를 제일 겁나게 하는건 바깥의 바람소리. 햐. 난 바람소리가 이렇게 무서운줄은 몰랐네. 아직까지는 그래도 괜찮은데 더 심해지면 뭐가 어떻게 될지는 잘 모르겠다.
어젯밤 잘려고 누웠는데 열린 창밖으로 다람쥐들이 격하게 싸우는 소리가 들렸었다. 난생 처음 들어본 소리긴 한데 아마도 다람쥐들이 맞는것 같다. 쓰레기통을 뒤지다가 쓰레기 버리려 가면 놀라서 후다닥 도망가는 놈이 몇 있거든. 며칠전 내가 깜빡하고 차의 창문을 안닫고 들어 왔는데 다음날 아침에 보니 내 차 뒷자석에 도토리 잔뜩 까먹고 간 흔적을 남긴 놈들. 그놈들이 그렇게 격하게 싸운게 이 날씨 때문이 아니었을까 하는 불길한 예감이 들어서인가. 아 불안해 죽겠네.
오늘 잠은 다 잔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