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마다 등산 다닌게 벌써 일년이 넘었다. 작년 3월달부터 다니기 시작했는데, 봄에 파릇파릇한것들이 막 올라오는걸 한창 즐길무렵 테니스 치다가 발목을 삐는 바람에 여름은 패스, 가을엔 난생 처음 해보는 황홀한 단풍구경에 완전 신바람, 그렇게 필받은 등산은 겨울엔 최고조에 달해 후덜덜덜 떨면서도 눈밭을 헤치며 거의 매주 다녔다. 그리고 다시 시작된 봄 산행. 그리고 땀을 걍 비오듯 쏟는 요즘의 여름산행. 땀닦은 손수건을 짜면 물이 떨어지는 신기한 구경까지 해보고 있다.
처음에 산에 갔을땐 참 가관도 아니었지. 와, 허벅지에 쥐가 나니까 진짜 아프대. 발에도 쥐가 나서 신발 벋고 주물러 주기도 몇차례 했고. 오르막길 오를때엔 헉헉 숨이 넘어갈것같아 애꿎은 담배탓만 했었더랬지. 미끄러져서 넘어지거나 돌에 부딪혀서 다리에 새로 생긴 상처들은 또 어떻고. 이젠 상처가 빨리 아물지도 않아요. 칫. 그렇게 너무 힘들때마다 내가 지금 왜 이런 개고생을 하고 있을까 하는 의문점이 머리속에 모락모락 떠오르곤 했더랬지. 아, 그땐 그랬었지. (먼산)
지금은 ? 아, 내가 이쯤에서 자랑 하나 하고 넘어가야 겠구만. 에헴.
내가 이래뵈도 말이야, 메모리얼 데이땐 뉴욕에서 제일 높다는 Mt. Marcy (5,344ft)를 다녀왔고, 인데펜덴스 데이땐 두번째로 높다는 Algonquin (5,114ft)에 다녀왔단 말이지. 자, 그럼 이곳이 어떤곳이냐? Adirondack이란 지역에 있는 46개의 높은 산들중에 두개인데, 꼭대기에 올라가면 360도로 산들만 보이는 장관이 펼쳐지는 곳이란 말이지. 주먹밥을 먹은 20분 정도의 점심시간을 빼고는 거의 쉬지 않고 계속 걸은 시간으로 각각 한 10시간씩 걸렸고 (한 14마일). 경사는 실제로는 그렇게 높지 않다는데 체감적으로 느끼는 경사는 정확히 45도. 그 경사로 걍 계에속 올라가면 꼭대기가 나와요. 그럼 올라가면 끝이냐? 아니지. 내려와야지. 그럼 내려오는건 쉽냐? 아니지. 내려오는게 더 어렵지. 다 돌길이기 때문에 무릎은 시큰시큰, 발바닥의 고통은 어우, 말로는 도저히 형용 못함. 내가 그렇게 죽을 고생을 하고 다녀 왔단 말쌈. 에헴.
Mt. Marcy. 포스는 대충 이런 포스.
마르씨를 다녀 옴으로서 나의 산행 레베루는 완전 고 투더 스카이! 이게, 한번 해보니깐 말이지, 약간은 말이지, Extream Sports 하는 기분이 난다. 내 체력은 벌써 바닥난지 오래인데 오로지 정신력으로 하는 기분. 그렇게 온몸으로 느껴지는 고통을 애써 무시하면서 아아무 생각 없이 계속, 무작정, 한발 한발 걸어가는 혼자와의 싸움. (오, 써놓고 나니 대따 멋있음. 흐흐흐)
같은 산악회 회원들중에 세명은 6월에 미국에서 제일 높다는 Mt. Whitney (14,505ft) 를 다녀오기도 했다. 캘리포니아에 있으므로 비행기를 타고, 운전을 하고, 그리고 24마일인가쯤을 걸어야 하는 미친 산행 (약 20시간 정도). 거기다 워낙 높은데다보니 고산병의 위험도 있는 곳. 와안전 죽음인거지. 간 회원들은 남자둘 여자 하나였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남자 둘은 고산병때문에 중간에 포기, 나랑 동갑인 여자 혼자 끝까지 가서 셀카 인증샷 찍고 왔다. 그 산행은 몇일이 걸리는 산행이었고 주중에 갔기 때문에 난 못갔지만, 그리고 살짝 겁이 난것도 사실이었지만, 지금 와서는 느무느무 후회된다. 나도 걍 미친척하고 따라갔다 올껄. 나 콜로라도에서 오래 살아서 고산병에 안걸릴것 같은데. 아쉬워 아쉬어. 엉엉.
Mt. Whitney. 포스는 대충 이런 포스. 이게 갔다온 사람이 6월 16일날 찍은거임.
암튼, 내년 여름에 나 거기 같다 올지도 몰라. 거기는 갈려면 일찌감치 미리 신청을 해야 하고, 산행 할수 있는 기회도 로또 뽑듯이 뽑아서 주기 때문에 운이 없으면 못갈수도 있다. 뭐에 뽑히는 운따위는 없는 나는 안될수도 있을꺼야. 아주 그냥, 평생 뭐에 뽑힌 역사가 엄쓰요. 난 왜 그런 운이 없을까. 아흑.
암튼… 계속 이렇게 하다보면…
히말라야… 이름만으로도 날 설레이게 하고 몽롱한 꿈속으로 이끄는 이름… 언젠간 갈수 있지 않을까? 아… 히말라야…
(내 머리속 어디선가 들리는 목소리): 야! 꿈깨! 빨랑 내일 산행할 준비나 하고 빨랑 쳐 자빠 자! 내일 또 히롱히롱대다가 넘어져서 다치지나 말고. 쯧쯧.
예쓰 맴. 전 그럼 이만 준비하고 쳐 자빠 자러 갑니다. 굳나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