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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앓이

내가 아주 이노무 새끼때문에 미치겠어 요즘. 하… 요거 요거. 어케, 한입 콱 깨물어 줄까. 하…

출연: 쌩얼의 귀신같은 모습을 교묘하게 사진으로 가린 나와, 아주 예뻐 죽겠는 쌍둥이 언니네의 둘째 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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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많은 일들이 있었던 한해였다. 나를 비롯해 나의 가족들에게도.

울 어무이 아부지는 드디어 비지니스를 접으셨다.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던터라 온 가족이 쌍수를 들어 환영한 일이지만 막상 은퇴를 하신 두분은 지금 집에서 심심해 돌아가시기 직전이다. 평생을 열심히 일하신 분들이시니 이해도 가고 걱정도 된다. 나 자신도 일을 안하는 내 자신을 상상해본 적이 없기에.

두분은 가을엔 한국에서 두 딸들을 일주일 간격으로 시집을 보냈다. 그리고 한국에 간김에 이런저런 건강검진을 받으셨는데, 깡깡 마른 울 아빠는 의외로 아무 이상이 없었지만 엄마는 목 디스크 수술을 받고 오셨다. 예전 세탁소할때 팔을 많이 써서 오십견이 왔나 했었는데 어깨가 아니라 목이었나보다. 암튼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와서 참 다행이다. 아빠는 담배를 한동안 끊었었고 (귀엽게도) 나한테 자랑하러 전화까지 하셨었는데, 방금 통화한 엄마의 제보에 으하면, 아빠가 쓰레기 버리러 갈때 몰래몰래 피우므로 싸움의 원인을 제공한다 하신다. 참 여전한 울 엄마 아빠시다.

내 쌍둥이 언니 ”갸”는 나의 결혼식 일주일 뒤에 부산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뭐, 일부러 날짜를 맞춘건 아닌데 어쩌다보니 그렇게 됐다. 하나는 경주에서, 하나는 부산에서. 암튼 가까운 날짜탓에 오랜만에 한국에 나가신 울 부모님은 돌 하나로 새 두마리를 잡으셨지. 이런 효녀들을 봤나.

난 다들 알다시피 결혼을 했다. 그 전년도 12월 까지도 결혼은 생각지도 않았었는데 1월 말쯤엔 판사님 앞에서 선서를 하고 있었다. 이렇게 인생은 어찌 될지 모를 일이라니깐요. 둘이 살림을 차린다고 이사 몇번 하고, 한국에 가서 결혼식을 하고, 돌아와서 이것저것 하다가, 차 사고가 나서 치료를 받다보니 또 일년이 그냥 확 지나가 버렸다. 참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어찌보면 허무하기도 한 일년이다.

많은 일들을 겪으면서 많은 변화들도 생겼다. 생각지도 못했던. 우선 결혼을 하니 정신적으로 안정이 팍 되면서 더이상 솔로일때 느꼈던 외로움/불안감/쓸쓸함 같은 감정들이 없어졌다. 항상 공중에 붕 떠있는 기분이었는데 지금은 두발을 땅에 단단히 붇히고 서있는 기분이다. 꼭 꿈에서 깬것 같다. 많은 것들이 선명히 보이고 많은 것들에 대한 생각들이 바뀌었다. 난 더 성숙해졌고, 더 이해심이 많아졌고, 더 너그러워진것 같기도 하나, 또한 어떤것들에 대한 싫고 좋음은 더더욱 확실해져서 어떻게 보면 더 날카로와지기도 했고 참을성도 없어졌다. 특히 지난해에 굉장히 싫어진게 분명한 것들로는, 쓸데 없고 남에게 도움도 안되는 오지랍과, 남에게 마음의 깊은 상처를 남기는 생각없는 말들과, 술자리 하면 떠올리는거 전부. 전에 종혁님이 쓴 술자리에 대한 포스팅을 읽고 격하게 동의했었는데 덧글은 못남겼다. 암튼 그런것들. 그래서 난 “북촌방향”도 모락모락 피어나는 짜증을 겨우겨우 참으며 봤다. 피식.

인간관계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이건 나중에 좀 자세히 쓰고싶네. 암튼, 긴얘기 짧게 하자면, 이젠 다른 사람들에 대해 별 관심을 두고 싶지 않다. 이세상 혼자 살겠다는 뜻은 아니고. 흠… 역시 이건 나중에 생각이 정리되면 다시 써야겠다. 암튼 그렇다.

저번 년도에 좋았던건… 결혼. 판사님 앞에서 선서 했을때의 떨림. 내 손에 끼어져있는 반지가 주는 든든함. 무서우면서도 설레였던 한국으로의 여행. 오랜만에 본 친척들의 웃는 얼굴들. 내 결혼식날의 해프닝들. 내 쌍둥이 언니네의 둘째고양이 아가. 새로 이사온 집의 창문들. 내가 등산한 동부의 높은 산들. 겨울산행. 아이폰. 붕어사만코. 매일 피는 담배. 매일 마시는 커피. 그리고 매일 보는 내 남편.

저번 년도에 안 좋았던건… 다시 찾아온 몸의 통증. 내 마음에 새로 생긴 상처. 부모님에 대한 걱정. 내 쌍둥이 언니네의 첫째고양이 꼬마의 죽음. 친구. 나와 손발이 착착 맞고 친하게 지냈으나 지금은 회사에서 사라진 Austin과 Bakersfield의 콘트롤러들.

그래도 좋은게 안 좋은것보단 많네. 그리 나쁜 해는 아니였던듯?

요번 해는 흑룡의 해라 하대. 울 집에는 용이 세마리나 있는데. 울 엄마가 그러는데, 작년으로 우리집에서 큰 삼재가 나갔대나 모라나. 용 세마리에다가 쥐띠도 삼재여서 울집에 6대 4로 삼재가 아주 제대로 들었었다고 하대. 요번 해부터는 좋은 일들만 생길꺼라고 밝은 목소리로 새해 초 덕담을 하는 울 엄마에게 난 그럴꺼라고, 정말 이젠 좋은 일들만 생길꺼라고 말해줬다.

그리고 그렇게 될거라 믿는다.

요즘 근황

엄… 마지막 포스팅이 10월 11월이라… 벌써 세달전이군… 쯧쯧…

이거이, 너무 오랜만에 들어오다보니 들어오다가 버벅버벅. 막상 뭘 좀 써볼려니 쭈뻣쭈뻣. 끙.

연말을 맞이하야 많고 많은 일이 있었던 한해를 돌아보고자 나도 남들처럼 멋지게 한번 한 해 마무리 포스팅을 해보고자 했으나! 그러나! 그것도 나의 귀차니즘으로 인하여 이렇게 패스해버린 지금!

안녕하소~ 참 오랜만입니다 그려. 허허허.

전 뭐, 그럭저럭 잘 지내고 있습니다. 마지막 포스팅을 올린 직후 친구가 놀러 왔었는데, 그때 이후 마음이 좀 안좋아 여러가지 감정들을 추스리느라 한달이 훅 지나가버리더니, 그 다음은 차 사고가 났는데 이노무 고질병인 허리가 또 안좋아져서 또 치료를 받느라 이렇게 시간이 지나갔네요. 여태껏 일주일에 세번씩 치료받다가 딱 요번주부터 두번씩 가는데, 여태껏 치료 받으랴, 여기저기 엑스레이며 MRI 찍으랴, 또 여기저기 의사들 보러 다니느라 바빴네요. 거디다가 설마 벌써 잊진 않으셨겠죠? 나 결혼한거? 내가 이래뵈도 꾸려가야 할 살림이 있다오. 뭐, 남편이 많이 도와주긴 하지만 아… 아쉬운 뒷처리여… 그렇게 전 돈도 벌고, 살림도 하고, 치료도 받고 하느라 좀 바쁘게 지냈답니다.

거기다가 울 회사가 연말을 맞이하야 많은 사람들을 잘랐네요. 참 못됐지 않아요? 하필 연말에 자르다니. 나쁜 놈들! (궁시렁 궁시렁!) 암튼 그래서 일복이 터진 저는 가뜩이나 바쁜 연말/연초에 일을 무진장 했답니다. 이제서야 바쁜게 좀 지나가고 숨을 쉴만 하네요.

아! 거기다가 제가 아이폰 4S 나온날 아이폰 4를 샀거든요. 잊혀지지도 않는 10월 4일! 아직 매장엔 안나와서 할수 없이 걍 4로 샀는데, 뭐, 4S 안샀다고 섭섭한거 하나 없을정도로 아주 만족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노무 아이폰때문에 제 생활에 아주 큰 변화가 찾아왔네요. 그러니깐… 제가 요즘 농장이랑 동물원을 운영하느라 꽤 바쁘거든요. 그래요. 나도 알아요. 암말 하지마세요. 제발… OTL

암튼, 오늘은 제가 하도 오랜만에 들어와 좀 버벅거리는 감이 없지 않다 아니하지 아니하지 아니할수 없기에 오늘은 좀 짧게 마치고 조만간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새해부터는 블로깅을 열심히 하기로 하…기엔 이미 벌써 늦은 감도 없지않아 있기에 과감히 패스! (사실 새해 계획같은건 세우지도 않았음. 나란 여자, 새해 계획따윈 개한테 줘버리는 쿨한 여자. 음하하하!)

어케, 아이폰으로라도 짧게나마 자주자주 포스팅을 하…기엔 랩탑앞에 앉아 쓰는걸 좋아하는 일인 납시요. OTL

암튼… 자주 보길 바랄께요. 제바알~!

한국, 다녀오다

한국은 자알 다녀왔습니다. 한국 가서는 너무 바빠서 그랬는지 시차도 많이 못느꼈는데 집에 돌아오니 긴장이 풀렸는지 여태껏 비몽사몽했네요. 겨우 이주동안 갔다 온건데 느낌상으로는 몇달동안 갔다온것 같아요. 한국에서야 어디를 가던 버벅거리던게 당연한 거였다만, (가령 맥도날드에서 아이스커피를 시켰는데 블랙으로 줘서 크림좀 달라고 했다가 외계인 취급을 당했다던가 아님 여러개의 리싸이클통들 앞에서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멍하니 서있다던가 하는), 미국까지 돌아와서 계속 버벅대는건 도데체 왜일까요. 허허허.

결혼식은 번갯불에 콩 구어먹듯 정신 하나도 없이 얼렁뚱땅 했습니다. 저에겐 아아주 만족스러운 결혼식이었죠. 결혼식에 로망이 없는 저같은 분들은 한국에서 결혼하는거 와안전 추천합니다. 이건 뭐, 따로 준비할게 하나도 없어. 그냥 몸만 가면 알아서 다 해줘. 드레스도 그래. 하나 입어보니 예뻐. 근데 두번째것도 예뻐. 그래서 아, 역시 웨딩드레스는 걍 다아 예쁘구나 하고는 두번째걸로 했지요. 한곳에서 머리 해줘, 화장 해줘, 귀걸이랑 신발까지 다 준비되 있으니 저같은 귀차니즘에 빠진 사람한테는 딱이더군요. 그렇게 아주 만족스러운 결혼식을 하고 왔네요.

제 결혼식에는 저희 친척분들이 생각보다 많이 오셨어요. 제가 어릴때 보고 여태껏 못봤던, 하지만 딱 보자마자 다 알아봐서 너무 신기했던 분들이요. 얘기로만 들었던, 하지만 한번도 못봤던 사촌동생들도 봤지요. 짜식들, 많이 컸더라구요. 분명 제가 한국에 있었을땐 이 세상에 나오지도 않았던 녀석들인데 말이죠. 전 결혼식날 사람들 보고 반가워서 웃고 떠들고 하느라 저 포함해서 아무도 제가 울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요, 신부 대기실에서 할머니 보고는 울컥해서 화장 고치느라 난리를 쳤네요. 결혼식 바로 전이었거든요. 난 왜 우리 할머니만 생각하면 그럴까요. 어렸을때 할머니 가게에서 훔쳐먹던 과자들 때문에 죄송해서 그럴까요. 그거, 요번엔 꼭 말하고 싶었는데 안타깝게도 그럴 기회가 없었네요. 쩝.

신랑은 경주사람인데요, 시댁이 경주에 있으니 결혼식도 경주에서 했습니다. 덕분에 경주구경은 아주 제대로 하고 왔네요. 불국사와 석굴암은 정말 너무 너무 아름다운 곳이었어요. 사진에서 보던것보다 훠얼씬 멋있었네요. 하지만 전 경주시내에 있는 기와지붕들이 참 재미있고 흥미로왔어요. 밑은 주유소고 빵집인데 지붕은 기와로 되있고. 재밌어 재밌어…

제주도는 흠… 쪼오끔 실망했어요. 그러니깐, 전 제주도가 좀 하와이 같을꺼라 생각했나봐요. 하늘! 바다! 섬! 뭐, 그런 자연의 모습? 그런데 제 생각과는 다르게 아주 개발이 많이 되었있는, 그리고 계속 계발중인 그런 곳이더라구요. 무슨 Theme park들이 그렇게 많아. 아, 물론 바다도 봤고 날라갈듯한 거친 바람도 맞아봤지요. 바람이 너무 불어서 우도를 못가본게 좀 아쉽지만. 그래도 이것저것 많이 먹은걸로 퉁 쳤어요. 흑돼지는 솔직히 그냥 삼겹살 같았는데 기름기 좔좔 흐르는 고등어 구이는 완전 짱! 옥돔은 좀 특이했는데 맛은 있었구요.

먹는거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한국에서 먹은것들 중에 진리는 짜장면이었네요. 짜장면 완전 짱! 사랑해요 짜장면! 우윳빛깔 짜장면! 세상에, 그렇게 싸고, 그렇게 맛있고, 그렇게 빨리 배달이 된다니! 제가 여태껏 미국에서 먹어온 짜장면이란건 도데체 뭐였을까요. 흑흑. 아, 그리고 제가 순대를 별로 안좋아하는데 한국의 찹쌀순대는 저의 생각을 완전히 바꿔놓았드랬죠. 그랬드랬죠… 아, 순대!

아침엔 시어머님이 고봉으로 밥을 퍼주시곤 했죠. 그럼 전 그걸 다 먹곤 했죠. 거의 소화가 될때쯤에 점심이, 그리고 그것이 겨어우 소화가 될때쯤에 저녁이 절 기다리곤 했죠. 저희 시부모님들은 제가 결혼식을 해야된다는걸 깜빡 하셨나봐요. 그냥 막 잔뜩잔뜩 퍼주시고 잘 먹는걸 흐믓해 하시더군요. 전 거기에다 짬짬이 다른 음식들도 먹어야 했죠. 그때 아니면 못먹으니까요. 그렇게 전, 여기서 가지고 간 바지가 안 맞아서 하나 사서 입어야 될만큼 살이 쪘었고, 제 인생 통털어 몸무게가 peak일때 결혼식을 하고 사진들을 찍었죠. 평생 갈 사진들인데 말이죠. 잠깐만요. 저 눈물좀 닦을께요.

아직 사진들은 못받았는데 받으면 하나정도 선별해서 올리도록 하죠. 제에에에에일 날씬하게 나온걸루요. 잠깐만요. 이노무 눈물이 아직도… 허허허.

이거 원, 23년만에 한국에 다녀오니 쓸것도 많은데 거기다 결혼식에 여기저기 구경에 휴… 도데체 뭐부터 써야될지 모르겠는 상황에서 우선 생각나는것 부터 썼네요. 이 포스팅도 자꾸 미루다보면 한없이 미룰것 같아서요. 암튼 투비 콘티뉴 입니다. 그동안 다들 잘 지내고 계셨죠? 그랬길 바래요.

그렇게 이 글은 뚱딴지 없는 마무리로. ㅋ

한국가기 몇 시간 전

이제 몇시간 후면 한국으로 떠난다. 89년 2월달에 떠났으니 거의 23년만이로구나. 흠…

서울시 성북구 정릉1동 16-92호 10통 2반. 세살때부터 살기 시작해 한국 떠나기 전까지 살았던 우리 집이다. 파란 대문을 가졌던 집. 아니, 녹색이었던가. 청녹색이었을수도 있겠다. 그 대문 앞에는 계단이 한두개 있었었다. 그 계단은 앉아서 동네 오빠들이 오징어던가 짬뽕이던가, 그런 게임을 하는걸 구경하던 곳이었고, 맞은편 집 옆에 있던 전봇대에 고무줄을 걸어 고무줄 놀이를 하다가 쉬던 곳이기도 했었고, 그때 기르던 진돗개 갑돌이의 털을 빗어주기도 했던 곳이었다. 가끔 땅위에 분필따위로 그림을 그려 땅따먹기 놀이를 하다가 숨이 너무 차오르면 빨갛게 읶은 얼굴을 식히기도 하던 곳이었지.

그 파란 대문 바로 안쪽으로는 대추나무가 있었다. 그리고 그 대추나무와 집 안쪽에 있던 대추나무에서는 대추가 꽤 많이 열렸었다. 새파랗던 대추들은 아삭아삭하니 맛있었었다. 그 대추들을 땋아서 잘게 자르거나 부수어 소꿉놀이도 꽤 많이 했었지. 하지만 가끔 송충이었던가 쐐기라고 했던가, 그런 징그러운 벌레들이 나무에서 떨어져서 기겁을 할때도 있었다. 가을이 되어 그 새파란 것들이 갈색 점박이로 변할때면 그 맛은 더 달달해 졌었다. 그리고 그 대추들이 거의 다 갈색으로 변할때쯤엔 아빠는 동네 사람들에게 다들 바구니를 들고 오라고 했었다. 런닝 차림의 아빠가 가느다란 대추 나무를 무지막지하게 흔들던 장면은  아직도 내 눈에 선하다. 대추들이 하늘에서 눈처럼 막 떨어지던 장면도. 동네 사람들은 엄마가 나중에 다 나눠 줄것을 알면서도 다들 바구니를 들고 나와 떨어진 대추들을 열심히 주웠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아마도 추석전에 그 대추들을 따지 않았을까 싶다. 추석 차례상에 대추가 올라가는게 맞다면. 그렇게 우리 집은 파란 대문의 집과 쌍둥이네 집 이외에도 대추나무 집으로 불렸었었다.

앞집 창훈이네를 기준으로 오른쪽으로 조금만 더 가면 피아노 학원을 하던 집이 있었다. 피아노를 가르치던 스타일이 맘에 안 들어서 차라리 그집 고양이 새끼들과 놀고 싶었던. 거기서 조금만 더 걸어가면 내가 종이인형을 사러 들락날락거리던 문방구가 있고, 거기서 조금만 더 걸어가면 가끔 아이스크림을 사먹던 슈퍼가 있고, 거기서 한참을 더 걸어가면 친절한 약사 아줌마가 있던 약국이 있다. 그 약국을 지나 더 오른쪽으로는 가본적이 없다. 집에서 너무 멀었거든.

앞집 창훈이네를 기준으로 왼쪽으로 조금만 가면 우리 외할머니네가 있었다.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가 심심풀이삼아 하던 조그만 구멍가게와 세를 줬다던 복덕방. 항상 할어버지들이 득실득실거리던. 할머니네 구멍가게에서는 가끔 쵸콜렛이나 사탕을 훔쳐 먹기도 했었는데 나중에 커서는 그게 굉장히 많이 죄송스러웠었다. 모르겠다, 요번에 가서 할머니한테 고백할지도. 암튼 그 가게를 지나 좀 가면 교회가 있었고 그 옆으로는 계속 쭈욱 올라가야하는 언덕이 있었다. 그 언덕 중턱까지밖에 못가봤다. 계속 올라가는건 집에서 너무 멀었거든.

이밖에 집에서 버스로 한정거장 거리에 있던 학교와 엄마를 따라 몇번 가봤던 집에서 그리 멀지 않던 길음시장. 그게 내가 한국에 대해 아는거 전부다.

지금의 내가 살던 동네는 빌딩으로 꽉 차있고 고가도로가 들어선, 굉장히 바삐 움직이는 곳이라 들었다. 우리집이 있던 곳도 빌딩이 들어섰을테고 나와 같이 컸던, 우리 아빠의 자랑이었던, 대추나무들도 없어진지 오래일테다. 그렇게 내가 유일하게 알던 한국의 한 장소는 이젠 없어졌다. 그리고 난 이제 한국에는 아는 장소가 하나도 없다.

나는 한국이 항상 무서웠다. 글쎄다… 무섭다라고밖에 설명을 못하겠다. 나는 분명 한국에 대한 생생한 추억이 있다. 그런데 내 추억의 주인공인 그 나라는 지금은 너무 많이 변해서 난 아무것도 모르는 나라가 되어 버렸다. 나라만 바뀌었나? 사람들도 바뀌었지. 난 이제 한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 어떤 고민들을 하며 사는지, 그들의 생활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영 모르겠다. 완전 다른 세상의 사람들이다. 그런데 황당하게도 그 사람들은 나랑 똑같이 생겼고 나랑 같은 언어를 쓴다. 또 한가지. 한국에 있는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 한국사람들이다.

상상이 안간다. 그래서 무섭다. 피식.

난 이제 잠깐 눈을 붙이고 아침에 일어나 JFK 공항으로 간다. 비행기를 타고 15시간동안 몸을 배배 꼬다보면 어느새 한국에 도착해 있겠지. 15시간이라… 길다… 끙…

암튼 그렇게 한국에 갑니다. 2주 있다 와서 소감 올릴께요. 다들 잘 지내고 계시길.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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